nonie X Luang Prabang - 관광포럼 참관 2일차
아시아 6개국 관광포럼에 한국의 유일한 여행 인플루언서 겸 미디어로 초청받아, 루앙프라방에 와 있다. 첫날의 공식행사인 블로거-업계 네트워크 토론을 잘 마치고, 이튿날은 개회식을 비롯해 많은 키노트 스피치를 참관했다. 덕분에 그동안 막연하게 여겨왔던 관광업에 대한 여러 화두를, 조금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최근 전 세계 여행 블로거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내세우는 키워드 중에 'responsible tourism'이 있는데, 과연 책임여행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리고, 라오스처럼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국가에서 환경보존과 개발이 공존할 수 있을까? 이런 주제를 논하기에, 루앙프라방은 적절한 장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기가 바로, 그 모든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니 말이다.
대중교통도 와이파이도 없지만, 여긴 라오스니까
아침 일찍 셔틀 노선이 있는 사나케오 호텔로 걸어가 밴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나를 포함한 전 세계의 모든 미디어와 참가자들이 루앙프라방 시내에 흩어져 묵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숙소와 가까운 호텔의 셔틀 시간을 파악해서 행사장으로 알아서 집결해야 한다. 루앙프라방엔 뚝뚝 외에는 대중교통이 없다.ㅜ 이렇게 열악한 인프라를 커버하기 위해, 행사 측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나지막한 집들 사이에 유달리 희고 웅장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이 중앙은행에서 3일간의 공식행사가 모두 열린다. 어제 받은 명찰을 목에 걸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행사 기록을 위해 본격적으로 노트북 세팅을 하려는데, 하아. 행사장에 와이파이가 안된단다. 부랴부랴 참가자에게 증정하는 현지 유심칩을 수령해 폰에 꽂아보지만, 인터넷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국제적인 MICE 행사에서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것도 사실 내 상식에선 이해가 안갔지만, 여긴 라오스니까. 조금 여유를 갖자 싶어서 메모장을 열었다.
오전에는 개회식을 비롯해 화려한 공연과 행사들이 이어졌다. 딱히 건질 만한 인사이트는 없었지만, 라오스에서 이번에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관광진흥용 홍보 비디오는 예상 외로 매우 고퀄이라 깜짝 놀랐다. 라오스가 자국을 어떤 관점으로 보여주고 싶은지가 잘 드러나 있다. 영상은 여기.
행사 중간에는 이렇게 커피 브레이크가 열린다. 일리 원두커피와 고급 베이커리에서 준비한 케이터링이 꽤나 잘 준비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아침이야 든든히 먹고 왔지만, 단체로 이동하는 점심시간이 키노트 때문에 꽤 늦기 때문에, 최대한 기회가 있을 때 알아서 간식은 챙겨 먹어두는 게 상책이다. 이 때 우연히 한국에서 오신 국제기구 관계자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아시아 관광업계의 화두, '책임여행'과 개발의 딜레마
lunch @ local restaurant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며칠 건조하다 했더니, 역시 우기의 라오스답다. 빗속에서 각자에게 배정된 셔틀을 찾느라 또 한번의 대혼란이 벌어진 후,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곳은 웃기게도 모두 같은 레스토랑. 이럴거면 아무 셔틀이나 타도 됐잖아.ㅋㅋ 이미 요리는 테이블마다 다 차려져 있는데, 라오스의 대표 음식인 전통 스타일의 스튜부터 튀긴 고기와 채소 샐러드 등이 푸짐하게 늘어서 있다. 쌀밥은 돌아다니면서 접시에 퍼주는데, 나름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옆자리에 앉은, 라오스 현지 여행사 직원이라는 유럽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게 알려주고 싶은 투어가 있다며 핸드폰 속의 사진을 한 장 보여 주었다. 그가 한 냇가에서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람이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동물학대가 아니라, 코끼리를 목욕시켜주고 보살펴주는 투어였다. 이런게 어쩌면, 포럼에서는 미처 언급하지 않는 책임여행의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었다. 그와의 짧은 대화 후, 나는 오후의 세션 참관을 모두 취소했다. 코끼리 보호 투어를 취급한다는 여행사도 찾아볼겸, 시내로 직접 나가보기로 했다.
처음 만난, 루앙프라방 시내
레스토랑에서 빠져나와 르센 호텔의 셔틀을 타고 곧장 시내로 향했다. 관광업의 미래를 컨퍼런스 장에서만 논하기엔,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은 일분 일초가 아깝고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이 개자마자, 상인들이 부지런히 오늘의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진짜 라오스를 좀더 만나볼 시간이다. 그들이 바라는 '여행지로서의 라오스'가 무엇이든 간에,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나의 라오스'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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