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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aos

루앙프라방 한 켠에, 느긋하게 머무는 나날 @ 르 센 호텔 Le sen hotel

by nonie 2017.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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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Luang Prabang - One fine day @ Le sen Hotel

루앙프라방에서의 일주일이 더없이 완벽했던 딱 하나의 이유를 들어야 한다면, 나는 이곳과 함께 했던 4박 5일을 꼽고 싶다. 전 세계의 수많은 호텔을 돌아보는 삶을 살고 있지만, 내 여행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호텔을 만나기란 정말 드문 일이다. 처음 와보는 라오스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첫 며칠에, 이 호텔은 내게 완벽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주었다. 휴양지 리조트 못지 않은 느긋함은 늘 흐르고 있고, 레스토랑의 식사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룸서비스든 언제나 완벽했고, 셔틀버스의 시간은 매번 칼같았다. 돌아보면 나에게 루앙프라방은, 이 곳과 함께 했던 시간이다. 









check-in

루앙프라방 공항에는 이미 행사 측에서 초청한 사람들을 맞이하는 부스와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스탭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 안내받은 차량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는 소박한 시골길이 연신 펼쳐졌다. 내가 생각했던 라오스보다도 더, 자연에 가까운 시골의 모습이라 내심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방콕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완연히 다른 풍경이라 더 비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승한 터키인 기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호텔 도착. 그런데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의 70년대 농촌 풍경과는 완벽하게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이건 또 무슨 반전인거지?  


요즘 글로벌 호텔 디자인의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했지만, 동시에 취향과 개성을 한껏 담은 빈티지한 로비에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환한 미소를 지닌 직원이 다가와, 뜻밖에도 쟁반을 가져와 내민다. '어떤 향을 고르시겠습니까?'

응? 이 질문은 보통 스파에 가면 마사지 하기전에 받는 질문인데. 갸우뚱하며 물으니 '방에 비치된 아로마 램프에, 선택하신 향을 미리 준비해 드립니다'란다. 이때부터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4박 5일은 더없이 완벽할 거라는 걸. 










로비에서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르센의 수영장은, 내가 지내는 내내 매우 붐볐다. 모든 투숙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의 작고 사랑스러운 풀이었으니까. 게다가 깔끔하고 부지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모든 객실은 테라스를 통해 풀장으로 바로 엑세스된다. 


두툼한 나무 막대에 매달린 룸 키를 받아들고 객실 문을 열자, 로비를 닮은 빈티지한 그레이톤의 깔끔한 객실이 나를 맞이한다. 객실은 좁지도 넓지도 않은, 한 두명이 지내기에 딱 적당한 넓이. 내 방이 제일 안쪽에 있어서, 자연광이 조금 덜 들어오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침대 후면과 옷장문은 나무를 짜맞춰서 만들었는데, 독특한 로컬 문화의 매력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로비와 같은 회칠 벽은 적절히 터치를 주어서 차갑지 않은 질감을 낸다. 또한 원목 컬러와 회벽의 조화가 참 감각적이다. 탄탄한 매트리스의 침대는 좋았는데, 한창 우기인지라 침구는 살짝 눅눅하게 느껴졌다. 









아까 체크인할 때 골라놨던, 레몬그라스의 톡쏘는 아로마 향이 서서히 방 안에 퍼져 나간다. 옷장 속에는 따로 판매를 한다는, 얇고 바삭바삭한 재질의 멋진 배스로브와 슬리퍼. 광대가 저절로 승천하는 순간이다. 이 작은 호텔이 톱 체인 호텔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감각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 그저 오너가 누구신지 궁금할 뿐. 










배스텁은 없지만 욕실도 참 깔끔하고, 앤틱한 세면대 주변에 빈틈없이 갖춰진 어메니티가 특히 인상깊었다. 요새는 소형 호텔이나 부티크 호텔은 어메니티를 간소하게 갖춰 놓는 경우도 많은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샤워부스에는 일회용품 대신 리필용 목욕용품이 놓여 있다. 나는 여행 초반이라 짐도 줄일 겸, 어메니티 사용 대신에 가져갔던 샴푸나 샤워젤 샘플을 많이 소진했다. 









퍼져가는 레몬그라스 향에 한껏 릴랙스될 즈음, 테라스로 다가가 문을 열어 본다. 모든 테라스에는 개인용 비치 베드가 놓여 있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내 베드를 가지는 셈이다. 동시에 이 베드가 풀장을 향해 있기 때문에, 객실에서 언제든 바로 물에 뛰어들 수 있다. 만약 커튼을 치지 않으면 밖에 자리 잡은 누군가가 내 방을 들여다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 머무는 손님들은 대부분 유러피안들로 그닥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휴식에 온전히 집중할 뿐이었다. 몇날 며칠이고 비치 베드에서 작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는데, 출장으로 온 내겐 더없이 부러운 광경. 









그래서 수영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내 베드가 심심하지 않게 잠깐의 태닝을 즐기곤 했다. 베드엔 매일 아침 새 수건이 돌돌 말린 채 놓여 있었고, 누워만 있으면 차가운 레몬 티와 물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이런 작은 서비스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2017년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느리게 가는 시간, 바로 지금. 









정말정말 아쉬웠던 건, 이곳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소란스러운 여행자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혼자나 둘씩 다니며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라오스에 3~4인 이상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호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서양인들에 비해, 조용한 식당에서 전세내고 떠드는 한국인들은 워낙 스케줄이 바빠 오전 이후로는 마주치지 않는 건 다행이긴 하다. 

루앙프라방에는 한국 여행자들이 많은데, 이번에 내가 다닌 곳들엔 거의 없길래 참 신기했다. 그 이유를 돌아와서 알게 되었는데, 내가 갔던 곳들이 한국에 최근 출간된 라오스 가이드북에는 하나도 겹치질 않더라는.ㅎㅎ


만약 이 포스팅을 읽고 이곳에 갈 마음을 먹는 여행자가 있다면, 이 호텔의 분위기가 정말 '조용하다'는 걸 미리 알고, 이곳의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찾는 사람들을 존중했으면 한다. 액티브하게 루앙프라방을 즐길 수 있는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호텔은 시내에 많다. 굳이 시내 관광을 하려면 매일 셔틀을 타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호텔에, 일부러 찾아와 묵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가끔 호텔을 포스팅할 때마다, 내 취향이 뭔가 절대적인 잣대로 비춰질 까봐 항상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르센에서의 시간은 루앙프라방 스토리와 함께 좀더 풀어보기로. 





객실별 상세 소개 페이지는 위 이미지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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