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Bangkok - Luang Prabang - Tokyo 

여정은 복잡했고, 그럼에도 때때로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아시아 6개국 관광포럼에 초청되어 라오스로 가는 길, 오가며 잠깐씩 머무른 방콕은 여전히 처음처럼 새로웠다. 

흑백영화처럼 시간이 멈춰 있는 작은 마을 루앙프라방에선, '관광업'을 이야기하기 위해 전 세계 관계자가 모였다. 생각만큼 바쁘진 않았고, 그래서 남는 시간엔 커피를 마시러 다니고 저녁엔 야시장에서 흥정을 했다. 

그리고, 항공권의 마지막 여정인 도쿄에선 스무살의 도쿄처럼 그 도시를 즐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짧고 굵게.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내믹했던 12일간의 출장 겸 여행, 하나씩 풀어놓기 전에 미리 보기.  







2 nights in Bangkok

3~4월은 거의 숨쉴 틈 없이 일을 했다. 이제 올해면 직장인에게 여행을 강의한 지도 4년 차. 여러 면에서 일은 점점 자리가 잡혀가고 있지만, 올초 핀란드에서 전 세계 인플루언서와의 교류를 계기로 해외에서도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마침 상하이에서 컨퍼런스 참관 도중 받은 한 통의 메일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었다. 아시아 6개국 관광업계 포럼에서 보내온 초청장이었다. 그렇게 나는 채 풀지도 못했던 캐리어를 다시 주섬주섬 꾸려, 방콕으로 향했다. 


오래된 골목 깊숙히 숨겨진, 왓 아룬이 보이는 작고 아름다운 호텔 '리바 아룬'에서 잠시간의 방콕을 오롯이 즐겼다. 언제나 유쾌하고 친절한 직원들, 루프톱에서 받아드는 정성어린 아침 식사, 걸어서 5분 거리의 왓 포 사원 내에서 받는 늦은 오후의 타이 마사지, 호텔 근처 골목마다 빼곡히 숨은 맛집에서 받아드는 팟타이 한 접시. 사실 이것이 방콕이 내게 주는 최대치의 즐거움이다. 아직 철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왓 아룬 대신, 타이 마사지의 탄생지인 왓 포를 돌아보기로 선택한 건 특히, 신의 한 수였다. 









6 nights in Luang Prabang

일 때문에 루앙프라방에 가는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루앙프라방은 출장이라는 타이틀로 가기엔 너무나도 느리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공항 앞에 대기된 밴을 타자, 터키에서 날아왔다는 외신 기자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한국에서 왔다고? 오 브라더 컨트리, 반가워. 다음엔 터키로 오라구'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인걸요. 과연 루앙프라방도, 여섯 밤이 지나고 나면 저에게 스무살의 이스탄불처럼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까요? 마지막 질문은 물론, 내 머릿속으로만.


우기가 무색하게 뙤약볕이 내리쬐던 6월의 어느 날, 아시아의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이 작은 마을에 모여 3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그동안 꼭 만나보고 싶었던 세계적인 여행 블로거와도 인사를 나누고, 많은 호텔과 여행사, NGO 종사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책임 여행(responsible tourism)'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연일 이어졌다. 그럼에도 나름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취재와 글을 써온 나로선, 안타깝게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안다. 라오스를 비롯한 개도국에 '책임여행, 환경 보존'을 주장하고 투자를 노리는 주체가, 대부분 유럽 주도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곧 따로 이야기하기로. 










때때로 나처럼 게으른 여행자가 혼자 안 갈 곳들도 두루 커버할 수 있는 취재 일정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새벽의 탁밧 세레모니는 단지 촬영 어레인지에만 그치지 않고, 최근에 지어진 아름다운 아제라이 호텔에서 스님을 직접 모시고 외신 미디어와의 아침식사 및 질답 시간을 따로 가졌다. 


호화로운 메콩 킹덤 크루즈를 타고, 빡우 동굴로 향하는 4시간의 느긋한 망중한도 즐겼다. 함께 앉은 미얀마 친구와, 한국과 아시아에 관한 수다 작렬! 그녀는 최근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보다 한국 연예뉴스를 더 많이 아는 그녀 덕분에, 자칫 지루할뻔 했던 미디어 투어는 무척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땡큐, 푸.;) 









행사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열심히 타이핑 하다가도, 때때로 드는 내 속의 끊임없는 물음표는 어쩔 수 없다. 한국을 빠져나와 이 업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더 깊숙하게 들어갈 수록, 그동안 몰랐던 큰 세계와 이를 둘러싼 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지난 10년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들은, 얼마나 귀중한가. 또 이를 통해 앞으로 연결될 새로운 기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복잡한 마음이 들 땐, 역시 달콤쌉쌀한 라오 커피 한 잔. 그리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무심히 앉아 있는 그들을 스치며, 천천히 골목을 걷는다. 









Nonie @ Seoul(@nonie21)님의 공유 게시물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후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키리다라 호텔에서 2박을 더 머물렀다. 머릿 속에 새로 입력된 수많은 정보와 기회들은 천천히 소화시키기 위해 따로 담아 두고, 루앙프라방에서의 남은 날은 온전히 이곳을 음미하기로 했다. 매일 호텔셔틀을 타고 시내에 나갔다. 아침엔 길거리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먹고, 이런 저런 카페를 돌며 커피를 마시고, 딱히 특별한 일은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 보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경하거나, 해리티지 센터를 둘러보기도 했다. 


해가 서서히 질 때 쯤이면 약간의 현지 돈을 환전해 야시장으로 향했다. 매일 가도, 매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루앙프라방 공항으로 향하는 날엔, 하나였던 가방이 두 개가 되었다. 








Back to Bangkok for 2 nights

벌써 수완나품 공항에 세 번째 도착. 이젠 인천공항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항에서 우버를 가뿐히 잡아타고, 나머지 이틀을 보낼 콘래드 방콕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프로모션 때문에 반강제로 선택한 콘래드지만, 기대치가 크지 않아서인지 꽤 만족스러웠다. 온라인 체크인으로 미리 선택해둔 23층 코너의 디럭스는 생각보다 무지 넓었고, 호텔이 위치한 플론칫은 우리 동네만큼 익숙한 곳이다. 센트럴 엠버시에 불과 며칠 전 오픈한 초대형 서점, 오픈 하우스에서 반나절을 탕진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던 호텔 전문 서적을 무릎 위에 차례로 올려놓은 채, 미친 애처럼 실실 웃으며 한 장씩 넘기는 방콕에서의 어느 오후. 










2 more nights in Tokyo

항공과 호텔을 가르치는 강사의 여행은, 편도 신공으로 시작해 경유지 체류로 끝나는 건가...;; 뭐 어떻든 도쿄에 '머물기로' 결심한 건, 꼭 그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겠지. 요즘은 어딜 가도 딱히 설레는 감정이 없는 내가, 이번에만 4번째 오는 수완나품 공항에서 미친듯이 설레기 시작한다. 살면서 가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면식도 없는 알래스카 느님 감사합니다. 좋은 항공사를 만들어 주셔서 그 마일리지로 15년만에 도쿄를 가네요.ㅎㅎ 


2017/05/29 - 알래스카 항공 마일리지 15,000으로 방콕 & 도쿄 편도 발권한 후기



샹그릴라 도쿄에서의 2박 3일은, 말할 나위가 없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가본 전 세계 많은 샹그릴라 중에서도 도쿄 브랜치는 규모가 작고 프라이빗하며 고급스러운 포지션에 속한다. 심지어 일반인은 호텔이 있는 마루노우치 빌딩을 지날 때 여기가 호텔이라는 것도 모를 만큼 입구도 비밀스러운데, 그게 참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에서 날아오느라 유난히 지쳐있던 체크인 후, 길고 긴 식사에 오히려 피곤이 날아갔다. 훌륭한 오마카세 뿐 아니라 매니저를 비롯한 호텔의 모든 스탭 분들이 나를 위해 애써 주신다는 감사함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긴자와 진보초를 천천히 돌아보고 조금 많은 쇼핑을 한 후, 낑낑대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도쿄는, 이제부터 다시 가까워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짧고 굵고 바쁘고 그럼에도 많이 놀았던 13일간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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