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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메일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 영문과 한국어 메일이 여러 통 뒤섞여 있고, 그 중에 몇 개에는 네거티브한 메세지가 들어 있어 보내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일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할 얘기는 해야 하고, 요청할 건 해야 하니까. 평소같으면 그냥 보내버리면 될 걸, 내 맘이 뒤숭숭한 요즘이다 보니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더 쉽지 않은 건 뭐냐면, 항공권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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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야 하는 일정은 여행이라기 보단 마음의 짐이었다. 원치 않는 행선지의 직항 항공권은 땅덩이가 큰 미국인 경우 더 많은 고뇌를 요구한다. 그때 마침, 신의 계시처럼 재닛 잭슨의 월드투어 소식을 듣게 됐고, 투어 따라다닐 생각에 신나서 계획을 짰으나 내가 갈 도시의 투어만 홀랑 매진...내 운발은 당최 다 어디로.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원래 일정대로 항공권을 예약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상하게 선뜻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 11월 한달을 통으로 비워야 하는 여행을 3개월 전에 순순히 예약한다는 건, 그때까지 내 일신에 변화가 없거나 없어야 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니까.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겠지. 지금 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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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에 대한 고민이 요즘 가장 크다. 내게 가장 부족한 점이라는 거, 잘 안다. 많이 지적받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요즘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태생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성정이기에, 금방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실은 내가 부족한 만큼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면 가장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반쯤 포기 상태. 무엇보다 따뜻함과 착한 여자 컴플렉스의 경계에서 나는 매 순간 길을 잃는다. 자존감을 지키면서 따뜻함까지 갖춘 사람이 되려면, 아직도 많이 멀은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그 방법을 모르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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