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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만난 미국인들의 재미난 결혼식 풍경

by nonie 201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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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시청의 입구. 금요일 아침, 많은 하객들이 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호텔 앞 시빅센터 광장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이다. 밤에는 오색 조명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는 시청은 외관도 웅장하지만 내부도 무척 멋지다고 해서 건물 앞을 지날 때마다 매번 궁금했다. 마침 금요일 오전에는 여러 차례의 결혼식을 볼수 있다고 해서, 여행의 막바지인 금요일 아침 일찍 가보기로 했다. 마침 잘 차려입은 몇몇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시청의 천정은 돔 형태로 매우 아름답다.자연광이 내부까지 은은하게 비친다.

1층 중앙의 대리석 계단을 오르내리는 방문객들. 결혼식도 이 주변에서 이루어진다.




엄숙한 공공기관이 아닌 친근한 관광명소로, 시티홀 투어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팡팡 터지고 온갖 나라의 언어가 뒤섞여 어지럽게 들려온다. 몇몇 중국인들은 패키지 관광 코스로 왔는지 캠코더에 기념 촬영에 연신 바쁘다. 그 어느 박물관과 미술관 보다도 더 시끌벅적한 이곳은 한 도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시청'이다. 간단한 보안 검사를 거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 입구에 떡하니 제일 먼저 보이는 팜플렛도 시티홀 투어 신청 안내서다. 언뜻 우리네 생각으로는 "이래서 공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사용하는 대신 일반인과 관광객에게 이를 활짝 열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각종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 특히 금요일에는 간소한 형태의 결혼식이 많은데, 내가 갔던 날에도 수많은 커플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청의 메인 플로어를 자유로이 활용하고 있었다. 여러 하객들에 관광객까지 섞여 인산인해를 이루는 와중에도, 그들의 새로운 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결혼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하객이라봤자 한 10명 남짓. 다른 커플도 비슷하다.

신부의 친구로 보이는 여성이 부케를 들고 있고, 신부는 신랑에게 꽃을 달아준다.




가능한 간단하고 신속하게, 미국인들의 속전속결 결혼식 현장
1시간 단위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신없이 치뤄내는 한국의 웨딩홀 풍경도 참 가관이지만, 미국의 결혼식은 한 10분 내외로 더욱 짧고 간결하다. 많아야 10~15명의 지인들만 찾아오는 이러한 쁘띠 결혼식은, 목사가 주례를 봐주고 나면 곧바로 기념 촬영에 들어가는 식이다. 워낙 동시에 결혼하는 커플이 여럿 되다보니 장소도 1층 계단 위부터 아래, 구석진 곳까지 가리지 않는다. 관광객들의 입장이 계속 이어지고 심지어 대놓고 사진까지 찍는데도 막상 결혼하는 당사자들은 익숙하다는 듯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혼율이 높은 나라라서? 원래 미국 결혼식들이 대체로 이런가? 무수한 호기심을 낳게 하는,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었다. 

하도 신기해서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살짝 찍어봤다.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영상에 보면 계단에서 촬영 중인 커플이 위 사진에 나온 사람들이고, 그 뒤에서는 또 다른 커플이 식을 치르고 있다. ㄷㄷ








평소 한국의 결혼 문화에 대한 불만이 많은 터라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일단 미국 결혼식의 단점은 불청객(관광객)으로 붐비는 돗때기 시장 같은 상황에서 소중한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일생에 단 한번이 아닐지 모른다 해도;; 성스러운 의식을 굳이 이렇게 정신없이 끝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결혼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어떤 신부는 심지어 웨딩드레스도 안입고 왔더라)   

그러나 구태의연한 웨딩홀 시스템부터 일련의 거추장스런 형식만 줄줄이 갖춘 우리네 결혼 문화에 비하면, 이러한 미국식 웨딩은 어찌보면 대단히 실용적이고 소박하다. 화려한 드레스 입고 싶으면 입고, 그냥 깔끔한 정장 차려입고 결혼하는 모습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해 보였다. 살아온 배경이 다 다른데 모두가 똑같은 크기의 결혼식을 해야 하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그들에게 결혼식은 그저 '식'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그들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거면 된거 아닌가.  

Anyway. 시청 내부를 좀더 자세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시티홀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할 것. 




시청은 밤에 봐야 더욱 아름답다. 여행 3일째 되던 날 저녁 호텔 들어가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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