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금까지 내게 신촌은 주로 많은 사람을 한번에 만나 술을 마시기 위한 곳이었다. 현대백화점 뒷편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주점 골목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눈부신 네온사인과 간혹 마주치는 삐끼 아저씨들, 그리고 끝없이 늘어선 술집 뿐이었다. 그 정신없는 골목에서 밥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벼운 한끼를 해결하는 방법이 과연 있긴 한걸까? 밥집을 찾아 이리저리 해매다 돌아선 기억이 종종 있는 나로서는, 이 뉴페이스가 꽤나 반갑다. 바로 그 골목 속에 용감하게 자리잡은 작지만 따뜻한 케밥집, '더 케밥 스탠드'가 그곳이다.
내부는 좁지만 깨끗하고 환한 분위기다. 벽에 씌인 글귀와 디자인을 찬찬히 훓어보니, 이곳의 케밥은 정통 터키쉬 케밥이 아닌 미국식 케밥을 추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미국에서 케밥을 먹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시카고 스타일의 케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서브웨이 스타일의 깔끔한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코벨 같은 남미 음식이 패스트푸드 화 되어 미국 전역에 대중화된 것 처럼, 정통 터키식 케밥도 점차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장 한켠에는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바도 만들어 두었다. 테이블 위에 놓아둔 쿠키(1000원)를 함께 팔기 위한 거겠지만, 세심한 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내가 주문한 건 치킨 케밥(3900원)과 아이스티.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들과 막 구워낸 따뜻한 닭고기의 식감이 좋았다. 케밥의 특징인 새콤한 사워크림 소스와 매콤한 소스가 묘하게 어울리는 맛도 일품이었다. 주문하고 난 뒤 만드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만 빼면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치킨 케밥은 터키에서 먹었던 케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닭고기와 풍성한 채소, 그리고 소스가 심플하게 어우러지는 케밥 본연의 맛이었다. 좀더 매콤한 맛이 가미된 것이 굳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그런데 비프 케밥(3900원)의 맛을 보고, 미국식 케밥이 뭔지 확 느낄 수 있었다. 기본 구성은 치킨 케밥과 같지만 소고기에 베이크드 빈을 곁들였더라. 이러한 조합은 터키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좀더 미국식 입맛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좋아할 것 같은 강한 맛이다. 치킨 케밥보다 살짝 더 늦게 나오긴 했지만 볼륨도 치킨 보다는 더 많아서 든든할 듯. 물론 완전한 한끼 식사라기 보다는 색다른 방법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싶은 젊은이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메뉴인 치즈 케밥을 꼭 맛봐야지. :)
반응형
'INSIGHT >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용성과 디자인을 갖춘 여행용 파우치, 하프문 파우치 (0) | 2009.11.23 |
---|---|
컴포트슈즈 스토어 '워킹온더클라우드' 패밀리세일 후기 (0) | 2009.11.16 |
이태원 맛집 순례 - 바다식당(존슨탕), 오키친, 블리스 (6) | 2009.10.19 |
[구로동] 디지털단지의 유일한 핸드드립 커피집, 히즈라네 고양이 (13) | 2009.10.14 |
이태원 홀릭이 되다 - 트레비아, 미뇽 테라스 (13) | 2009.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