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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홍대앞에서 눈길을 돌려버린 걸까. 온갖 체인점과 어이없는 가격의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들어서던 그 어느 순간부터였나보다. 내가 사랑하던 여러 지역이 특유의 개성과 힘을 잃었음을 확신하는 요즘, 내 발길은 어느 새 이태원으로 향하고 있다.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위험하다는 주변의 시선도, 내게는 전혀 중요치 않다. 자유와 해방감으로 한껏 충만하니 그걸로 끝이다. 아마도 당분간 나의 18번지는 이태원이 될 것 같다. 일요일의 이태원은 그야말로 밝고 활기차다.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그곳에선 찾을 수 있다. 오늘 첫번째 발걸음은 이태리로 향한다.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뒤를 돌아보면 야트막한 내리막길이 나온다. 살짝 내려가다 '버드나무길' 표지판을 보고 내려가면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좁다란 맛집 골목이 나온다. 오른쪽의 트레비아(Trevia). 이태리에서 직접 배워온 수제 피자와 포카치아 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식전 빵만 맛봐도 이 집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다른 번화가에서는 돈을 주고도 사먹을 수 없는 천연 발효 포카치아를, 여기서는 에피타이저로 맛볼 수 있다. 빵 사이에 뚝뚝 썰어진 짭짤한 치즈를 함께 먹으면 입맛 살리기에 만점. 빵이 너무 맛있어서 결국 계산할 때 2개 포장해 왔다. 새로 주문한 신형 오븐 도착하면 이쁘게 구워서 샌드위치 해먹어야지.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이 길쭉한 2가지 맛 피자 때문. 왼쪽은 아티초크 피자, 오른쪽은 4가지 치즈 피자다. 15,000원에 두 가지 맛의 피자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재료도 신선하고 도우도 쫄깃하고. 양이 좀 적은 게 흠이다.
가장 기본 재료만 들어간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시켜봤다. 편마늘과 고추의 매운 맛이 감칠맛 나는 토마토와 잘 어우러진다. 왜 집에서 맨날 만들어먹는 토마토 스파게티는 이 맛과 하늘과 땅 차이일까. 흑.
식후 드링크를 위해 해밀턴 호텔 뒤로 향한다. 온갖 아시안, 퓨전 바와 펍으로 가득해진 그곳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우리의 초이스는 야외 자리가 너무 멋진 '미뇽 테라스'. 벨기에 요리로 유명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여름 밤을 빛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 모히토를 한 잔씩 주문하기로.
나의 이쁜 친구들. 그리고 모히토.
"알콜이 너무 약한데?"라는 나의 말이 너무 크게 들렸는지;; 곧바로 바카디를 3샷이나 가져다 주셔서.. 내 잔에만 2잔을 쏟아붓고 '술꾼'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ㅋㅋ 아...모히토. 처음 만난 모히토의 맛은 뭐랄까. 여름의 맛이다. 상큼한 민트와 레몬, 달짝지근함의 어우러짐이 어찌나 이국적이고 또 여행을 떠올리던지. 게다가 얼마만에 앉아보는 야외 테라스 자리란 말인가. 더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어설픈 실내보다 훨씬 선선하고 기분 좋았다.
요즘 이태원은 내게 숨쉬는 곳이나 다름없다. 일주일의 5일을 고담 시티같은 구로디지털에서 보내다가 이태원을 만나면, 그야말로 급 순간이동해서 어딘가 이름모를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ㅜ.ㅜ 게다가 아직 섭렵하지 못한 맛집들이 어찌나 널리고 또 널려 주셨는지. 다음 방문의 예상 루트는 셰프 마일리스에 들러 햄이랑 소스 몇가지 사오기, 오늘 정기 휴일이라서 못간 비스트로 코너에 가서 어니언 링이랑 립 맛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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