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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독서

한국의 '스타벅스'는 과연 무엇일까?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읽고.

by nonie 2008.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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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도 있는 스타벅스.


20년 전 미국 필라델피아에 이민갔던 사촌 오빠가 한국에 놀러왔다.
첫 외출부터 그의 첫마디는 "Starbucks...everywhere!!"

우리 집 앞 테크노마트 1층에도, 마트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어딜 가든 스타벅스 또는 그와 유사한 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숍은
거의 대부분의 상권에 파고들어있다. 때문에 그의 눈에는 '서울'의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다운타운에도
스타벅스는 여러 곳 있는데, 여기서까지 봐야 하냐며 툴툴댄다.

게다가 마트에 가니  "왜 패션 모델이 다 외국인이야?라며 묻는다.
그러고 보니 마트 벽면을 뒤덮고 있는 거의 모든 의류 브랜드 광고에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포즈를 취하고 서 있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인 모델 사진이 없다. 이곳만 그런거 아닐까?
TV를 트니 스포츠 브랜드 광고에도 외국 유명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그는 모든 게 갸우뚱한 눈초리다. 불과 십여년 전에 서울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서울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함은...없는걸까?




딜리셔스 샌드위치 - 10점
유병률 지음/웅진윙스
        (표지 이미지 클릭 -> 책 상세정보로 이동~)

오늘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책을 읽고 있자니
뉴욕타임즈에서 스타벅스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일개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즈가 스타벅스의 상업화와 탈문화화를 그토록
비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타벅스가 뉴욕과 뉴요커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상징성을 갖는 기업은 브랜드 그 이상이다.
요즘의 스타벅스에서는 확실히 문화적인 멋을 느끼기가 쉽지 않고
그냥 커피 공장같은 인상만 준다. 하지만 특유의 편안한 느낌과 꽉찬 커피 향내가
그리울 땐 나역시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마치 장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에 가고 싶을 때 대신 찾게 되는 코스트코처럼.
한국은, 서울은, 우리만의 멋을 전파할 정도로 강력한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브랜드가 있는가? 싱가포르의 카야토스트처럼, 말레이시아의 로티보이처럼,
미국의 스타벅스처럼, 우리의 거리를 우리 색으로 채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카페 브랜드가 있나?

잠시 민들레영토를 떠올려봤다. 잘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약하다.
스킨쉽의 정류장으로 전락한 연인석이나 세미나실 대용품으로 찾는 용도가
고작이다. 당최 외국인에게 소개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삼청동이나
인사동 전통 찻집? 홍대 클럽? 멀티플렉스 극장? 에휴....

지금 한국은 상상력의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저자의 진단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일단 나부터도 정신차리자. 한국의 스타벅스가
나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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