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블로그 탐험을 하다 보니, 문득 심난해졌다
요새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가 '코스트코' '와플' '원두 커피'같은 것들(내 관심사;;)이라
주로 쇼핑과 까페, 소소한 일상에 탐닉하는 여성들의 블로그가 많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는 IT일색의 블로고스피어와 달리 여성 블로거가 엄청 많다)
우연찮게도 방금 만난 몇개의 블로거들은 다 결혼한, 신혼 초기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블로그 속 그녀들은 뭐랄까...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까페 탐험, 마트 쇼핑, 산책, 사진 찍기, 따뜻한 밥 해먹기 등
그녀들은 남편과 함께 그 모든 것을 행복하게 즐긴다. 천천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싱글 라이프를 주장하는 여자들의 근거는, 위와 같은 액티비티를 맘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혼녀들의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싱글녀들의 주장이 무색해질 정도다
이제는 결혼이 여자의 발목을 잡는 그런 시대가 아닌 것이다. 그녀들은 오히려
외롭지 않다. 든든한 남편이 항상 곁에서 지켜주면서도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찾아다닌다
게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찾아서 맘껏 하고, 블로그 열심히 해서 책내고 돈도 번다;;
어쩌면, 요즘 남녀가 서로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사랑 뿐 아니라 디테일한 '취향'까지도 어느 정도는 통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하기 싫은 걸 애인 때문에 억지로 해야한다면 '연애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그러고보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연이라는 건, 그래서 소중한 것이구나
한가지 이중적인 생각,
그녀들의 안정적인 커플 라이프는 물론 멋지고 좋아보였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는 좀 상황이 다르다; 이것도 블로그를 보면서 느끼는 점...
한때는 직장에서 커리어우먼이었을, 곱게 화장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다녔을
똑똑하고 섬세한 그녀들이, 아이를 갖고 육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물론 엄마로서의 역할은 고귀하고 소중하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다운그레이드된 자신의 외모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젊은 여성들을
비교하면서 움츠러드는 자신감, 예전같지 않은 남편의 눈길...산후우울증이 괜히 있는것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높아진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사회진출...그녀들은 자신이 아이때문에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욕심도 많고 꿈도 크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결혼도, 육아도, 내 문제로 생각하기엔 버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급 달라질 수 있는 생각이라 불안하긴 하지만-_-;
요즘들어 부쩍...패션 소품보다는 마트의 식재료, 주방용품 코너에 눈길이 가는,
그래서 내심 불안해진, 20대 후반을 달려가는 처자의 앞뒤 안맞는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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