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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년차를 맞은 1인 기업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일단 잘 버텼다. 그리고 이러한 생존의 가장 큰 동력은 바로 '변화'였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내가 1인 기업으로서 사회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과 변화를 거쳐왔다.
세부적으로는 강사로서의 포지션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엄청나게 바뀌었고(엄밀히는 새로운 전문성이 추가되었고), 거시적으로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직업적 변화가 또 한번 와 있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바로 스피커에서 미디어로의 변화다.
물론 강사 활동을 하기 이전부터 직장인 여행 블로거로도 활동을 했고, 그 전에는 여행 매거진의 기자였기 때문에 사실상 '미디어'의 역할을 하며 살아온 삶이 가장 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직업의 독립 이후 정체성은 미디어보다는 교육자에 더 가까워졌다. 네이버로 터를 옮기지 않으면서 블로거로서의 영향력은 자연스레 축소됐고, 2019년까지는 해외 행사 취재라도 가고 싶으면 종이 잡지 같은 기성 미디어의 힘을 빌려야 했다.
팬데믹 이후 '여행산업 전문가' 역할이 추가되면서부터 교육자의 이미지는 더 강화되었고, 이제는 일반 기업과 공공 영역을 오가며 외주화된 강의를 납품하는 일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게 되었다. 이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이유는, 공공 교육 특성상 단가가 너무 낮고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노동집약적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일은 내 직업적 정체성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행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관광(인바운드) 발전에 반드시 '기여'하기를 요구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이러한 사회적 요구 하에서 많은 사업적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한다면 교육 대행사를 설립해 정부 수주를 받아 조금 더 사업을 키울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내게는 특정 산업의 발전을 향한 사명감 따위는 전혀 없다는 걸, 일을 하며 깊이 깨달았다. 업계에 몸담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어떠한 소속감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뼛속부터 소비자의 정체성에 더 가까웠다. 즉 나의 직업적 사명감은 여행 소비자를 향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았을 때 이 메시지를 증폭시킬 미디어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튜브'를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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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전 글에도 계속 기록을 남겨왔듯, 유튜브를 일정한 궤도에 올리는 것 만으로는 교육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웠다. 구독자 몇 만 대의 초보 유튜버들 대다수가 그렇듯, 가장 먼저 세팅되는 '조회수 수익(애드센스)'가 몇 백불씩 들어오기 시작할 때는 제법 신나지만 그 뿐이다. 이 조회수 수익은 구독자가 지금보다 10배가 많아져도 그에 비례해 늘지 않는 불안정한 수입이다. 그래서 나는 수익화 채널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 수익은 머리에서 지웠다.
마침 2~3년 사이 미디어 업계는 엄청나게 큰 지각변동을 겪는 중이고, 거의 모든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 예산이 빠져나와 유튜브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던 시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는 레드 오션'이라 했지만, 들어와보니 아직도 수많은 기회가 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뼈저리게 느낀 건, 유튜브 채널은 반드시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튜브 수익 모델의 대다수는 PPL이다. 지상파 출신의 제작사들이 운영하는 연예인 기반 채널부터 일반인 개인 채널까지 예외가 없다. PPL은 가장 세팅이 쉬운 수익 모델이지만, 나는 들어오는 대부분의 PPL을 거절한다. 여행 채널에서 밀키트나 영양제를 판매하는 건, 내가 원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모델이 아니었다. 광고가 동시에 여행 정보로서도 기능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더 나아가 여행업계와 윈윈하는 모델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우리 채널 중심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세우다보니, 광고 건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근 3년 가까이 의미있는 광고 수익을 내긴 쉽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유튜브 채널이 없을 때와 비교하자면 커리어 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단순히 수익으로만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유튜브를 통해 강의섭외가 들어오는 빈도가 훨씬 높아졌고, 살아있는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더이상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큰 이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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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온갖 불만을 가득 안고 출발했던 이 공룡(글로벌 플랫폼)발 여행 건을 기점으로 또 한번의 변곡점이 생겼다.
고독한 ‘솔로프리너’의 긴 푸념 feat. 공룡과 여행
#교육업은 여전히 어렵고, 때때로 고단하다. 2022년,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너무 많은(그러나 재미가 없는) 온라인 강의 일을 쳐내며 웃음을 잃고 번아웃이 왔더랬다. 정크 저널에 손을 대며 다꾸
nonie.tistory.com
물론 이 여행을 앞두고 예견했던 대로, 더이상 공룡은 협업 상대로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 소신인 '새옹지마'처럼, 모든 일에는 나쁜 점과 좋은 점이 공존하는 법이었다. 단순한 여행 지원을 넘어서 제작 지원 기반의 출장을 통해, 해외여행 협찬과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 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그로 인해 내 채널도 함께 지속할 수 있는 협업의 모델을 좀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한 달 후, 그 기준에 정확히 해당하는 두 건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 채널만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그래서 새해 들어 순차적으로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 해가고 있다. 콘텐츠 기반으로 일을 하면서도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을 만들며 수익도 창출하는, 유튜브로 이루려는 바로 그 그림을 이제 막 그려가고 있다. 또한 유튜브의 단가는 기존 네이버를 비롯해 그 어떤 소셜미디어와도 상대가 안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 막 크리에이터에서 미디어로, 미디어에서 제작사에 가까운 방향으로 조금씩 감을 잡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 일 역시 '외주화'로 흐르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콘텐츠 제작자와 강사는 조금 입장이 다른 측면이 있다. 강사는 일단 출강 결정을 하면 모든 것을 의뢰사 요구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은 크리에이터의 재량이 더 크고, 결국 내 채널에 올라가야만 영향력을 통해 홍보 효과를 얻게 되기 때문에 대금 지급에 있어서도 강의보다 훨씬 신속한 장점이 있다. 그래도 단순 '외주화'는 늘 경계하려 한다. 채널은 구독자의 신뢰를 잃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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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분기는 선택과 집중의 분기가 되었다. 1인 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오늘만 강의 거절을 3건 보냈다. 많은 일정을 투자해야 하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체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내 업의 가치를 더 많이 쳐주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강의 비수기인 상반기에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려 한다. 파도가 몰려올 때는, 타야 하니까.
지난 주에 귀국해서 현관에 아직 다 정리도 못한 캐리어가 펼쳐져 있고, 며칠 후에는 다시 그 가방을 챙겨서 공항으로 간다. 다녀오면 겨울이 거의 끝나있을 것 같다. 인생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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