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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단상

근황 -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이유

by nonie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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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분야의 일(교육업)을 하는데도 지난 3년간 여행을 전혀 안하고 일은 훨씬 더 잘되었다 보니, 여행 권태기가 엄청 길어지고 있다. 역시 나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니라, '도구'로서의 여행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여행에서 얻은 경험을 어떻게 콘텐츠나 비즈니스로 만들지, 또는 콘텐츠나 비즈니스로 만들만한 여행을 어떻게 설계할 지에만 집중해 왔다. 그런 시간이 15년 이상 쌓여서 지금의 업을 만들었다.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여행을 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은 여행보다 여행산업을 연구하다 보니, 직접 가지 않아도 고퀄리티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환경적 변화도 한 몫 한다.(심지어 팬데믹 이후 컨퍼런스들도 죄다 온라인 버전을 운영한다)  

 

체력적 문제도 있다. 마지막 여행인 2020년 1월 브루나이 + 코나 키나발루에서 심한 장염으로 고생했고, 그 이전의 중국 여행에서도 발목 부상을 당하는 등 노화로 인한 체력적 부담이 이젠 매 여행마다 느껴진다. 제대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2주~1달씩 나가있는 여행은 이제 불가능하다. 여전히 이동수단 운용에 취약한 나의 부족한 준비성도 한 몫 할 것이고. 

무엇보다 부동산이 생기면서 달라진 게 많아졌다. 예전에는 길게 떠나는 행위에 큰 부담이 없었다. 어차피 내 집도 아니었고, 고정비가 많이 드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집을 오래 비워도, 대출 이자를 포함한 적지 않은 고정비는 그대로 나간다. 당장 몇 년간은 집을 세놓을 수도 없다. 일과 생활의 안정감을 온전히 확보하고 나니, 여행은 그 안정감을 깨는 행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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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비즈니스로서의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영상 속 등장하는 곳을 보면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OTT를 뒤져보기도 하고, 해외에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지원하는 등 나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추석 연휴 때, 유럽의 모 국가에 지원했던 체류 프로젝트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선정되었다고 말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되고 보니 너무 무모한 도전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받는 혜택 대비 지불 비용은 어림잡아 2배 가까이 됐다. 물론 난 지금 탁월한 기회만 있다면 넉넉히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체류이기에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건 좋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당초 취재하고자 했던 특정 분야의 콘텐츠를 충분히 얻을 수 없는 일정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찾아보니, 시골인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인적이 너무 없어 완전히 고립된 지역이었다. 매번 차량이 지원되는 것도 아닌데다 스스로 교통수단을 운용할 수도 없는데, 이런 오지(?)에 모르는 이들과 함께 공유 숙박시설에서 2주 이상 생활하는 건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해당 국가를 개인적으로 가서 도심지에 머무는 게 같은 비용으로 더 큰 효용성을 낼 것으로 보였다. 연휴 내내 치열하게 고민 후, 결국 안 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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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렵게 얻은 기회를 떠나보낸 지금, 다시 원점이다.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어디도 궁금하지 않은, 참 어려운 상황이다. 더 많은 기회 속에 나를 내던져야만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무대포 서칭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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