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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솔로프리너’의 긴 푸념 feat. 공룡과 여행

by nonie | 호텔칼럼니스트 2025.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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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은 여전히 어렵고, 때때로 고단하다. 
 
2022년,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너무 많은(그러나 재미가 없는) 온라인 강의 일을 쳐내며 웃음을 잃고 번아웃이 왔더랬다. 정크 저널에 손을 대며 다꾸에 쓸 세상의 모든 종이 쪼가리를 모으질 않나(물론 지금은 박스에 3년째 봉인되어 있다), 코엑스의 수많은 F&B 박람회를 전전하며 치열하게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10여 년의 허울 좋은 ‘1인 기업’이 가진 단일 비즈니스 모델에 가까운 외주 강의를 줄이고, 반드시 내 이름으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겠노라고.

이듬 해, 오랫동안 살릴 방법이 없었던 유튜브를 기적적으로 살리는데 성공하면서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 드디어 내 일의 주도권을 찾게 되겠구나, 좀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매출 때문에 싫은 일을 억지로 맡지 않아도 되겠구나.
물론 유튜브는 인터넷 탄생 이후 25년간 운영해온 모든 소셜미디어 중 단연코 최고의 미디어 플랫폼이다. 하지만 직업과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주는 기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유튜브가 궤도에 오른 지 3년이 지난 2025년의 4분기에도, 여전히 강의는 내 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교육업은 공공기관 일이 대부분이다보니 온갖 행정문서 작업과 전국 방방곡곡 출장은 물론, 매번 예산을 조율하며 기싸움을 해야 하고 간혹 미수금이라도 발생하면 일일이 연락하는 지리한 과정을 십 수 년째 하고 있다. 때때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같이 의논할 사람이 없으니 홀로 오롯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내 업을 평생 주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감수하는 일이긴 하지만, 확실히 콘텐츠 업계에 발을 걸치기 시작하면서 이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의 영역임을 점점 더 실감한다. 어느날 통장을 열어보면 차곡차곡 자동으로 쌓여있는 콘텐츠 수익에 비해,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나는 과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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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콘텐츠(미디어) 비즈니스는, 만만할까? 

돌아보니 여행업계에서 콘텐츠를 만든 지도 어느덧 20년째다. 처음 글로벌 OTA와 협업한 시점은 2009년인데, 그 때도 해외 지사에서 직접 온 메일은 스팸인가 싶을 정도로 어설픈 내용이었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기사를 하나 보내오면서, 중간중간에 자기네 플랫폼으로 가는 추적링크를 걸어주면 게시 비용을 주겠다는 거였다. 식은죽 먹기처럼 쉬운 미션이라, 반신반의하며 수락했다. 그게 아마도 해외 송금으로 받은 첫 콘텐츠 수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가느다란 인연을 붙잡고 좀더 나은 콘텐츠 협업 제안을 했고, 이후 독점적인 해외 취재를 하는 토대를 구축했다. (그 때 큰 도움을 주셨던 귀인들은 모두 퇴사 후 연락이 끊기고 sns도 안하셔서, 가끔 어찌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고 아쉽다.) 

그런데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도움을 주고받았던 회사들도 이제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규모의 경제에 진입했다. 이들은 수 백만 사용자 시장을 두고 폭룡적인 광고 물량을 쏟아붓는 동시에, 각국의 시스템을 입맛대로 바꿔줄 로비 전문가를 둔다.(얼마 전 우연히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게 나와 같은 개별 콘텐츠 파트너와 협업하여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이들의 정체성은 IT와 마케팅에 명확한 방점을 두고 있으며, 점점 더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추상화된 기술 기업이 될 것이다. '여행산업'에서 커리어를 전혀 쌓지 않은 이들도 공룡에 입성하기만 하면 여행산업을 대표하고 다닌다.

 
웃기는 건, 요새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제로인 쌩 후발 주자들도 개별 협업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보다 먼저 진입해서 마케팅 물량을 사정없이 때려박아 공룡이 된 사례를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휴 마케팅 대충 돌리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AI 블로거가 한 트럭인데, 그깟 콘텐츠 따위는 경험 안해보고도 공짜로 써줄 애들 널렸다. 그래서인지 요새 제휴 마케팅은 '블로거, 크리에이터'를 길들이는 간단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이런 콘텐츠가 난립할수록 소비자는 양질의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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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균형추를 다시 제대로 맞춰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이건 사실 뒤늦은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고백하자면, 소위 관광 교육업을 할 때는 공룡들의 입장에 치우쳐 강의를 해왔다. 최근까지도 그렇다. 주로 의뢰받는 전문 교육들은 소상공인들이 이들 플랫폼을 활용해 매출을 내는 방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수많은 업계 종사자에게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쳤고, 그렇지 않으면 뒤쳐질 거라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플랫폼은 플레이어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개별 주체와 니치 플랫폼들의 저력과 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플레이어들의 자체 역량과 인지도를 크게 키워준다면, 힘의 균형은 지금처럼 플랫폼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다. 또한 특정 플랫폼의 흥망성쇠를 막론하고 지속가능하게 사업할 수 있다.

 

독립 미디어를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공룡은 더이상 협업 파트너로는 유효하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의 가두리에 소셜 콘텐츠를 대규모로 끌어모으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업계 대다수가 이미 해보고 실패했던 일이고, 심지어 스스로 플레이어가 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베트남 출장 때도 공룡들은 섭외가 안된다며 내 요청을 단번에 거절했다. 반면에 현지에서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국내 업체는 갑작스런 내 부탁을 성심껏 도와주셨고, 훨씬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협업을 성공시켜 주셨다. 이 때 깨달았어야 했다. 공룡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업계에는 아직도 많고 많다는 걸 말이다.
 
공룡은 더이상 개별 요청을 상대하지 않고, 자기들이 그리는 큰 그림에 크리에이터를 양적으로 '투입'한다. 여기다 셀럽까지 끼얹는 경우, 그걸 퍼뜨려줄 미디어 증폭 역할로 한 단계를 더 낮춰 대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자처해서 이 그림에 한번 들어와 봤다. 중간에 대행사까지 껴서 소통 주체도 분산되어 있고 책임자도 명확하지 않으며 출국 3일 전까지도 진전이 없었던,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처럼 날 상대하던 이 출장은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겨우 수속이 완료됐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이 일방적인 계약과 통보만 이어진 절차에, 지난 1주일 내내 속이 울렁거리는 불쾌한 기분이었다. 근데도 왜 가냐고? 통탄스럽게도, 이 과정은 지금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이들의 계획이 '현지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업계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제일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곧 하나하나 풀어볼 예정이다. 
 
이 과정이 새로운 표준이 되기 전에, 오랫동안 독보적인 영역과 명성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빨리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나는 반말로 답하는 '아바타'에게 여행을 중개받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여행을 만드는 장인들을 더 많이 찾아내서 소비자와 연결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사실 유튜브도 그 ‘진짜’를 발굴해서 알리려고 시작했던 것이었다. 어쩌면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모든 분들에게서, 처음부터 답이 있었던 것이다. 그 답을 좀더 치열하게 찾았어야 했는데, 난 어디서 무엇을 헤매고 있었던 걸까. 다시 한번 누구를 위한 미디어이자 스피커가 될 것인가를, 기왕 뛰어든 이번 출장을 거치며 고민해보기로 한다.

2년 전의 좋은 기사 내용이 있어 링크해 둔다. 내 글과는 큰 관련은 없고(ㅎㅎ), 이 기사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이다. 모든 건 영원하지 않다. 

온라인 시장은 더 좋은 서비스가 있다면 언제든 대안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며, 이는 OTA 시장도 마찬가지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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