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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단상

취향, 그 가벼운 사치를 지켜나간다는 것.

by nonie 200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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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내세울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모 블로그의 글을 읽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이다.

학창시절, 내 주변엔 저런 애들이 많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도, 음악도, 관심사도 없는,
과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까...싶은 애들.
취미가 뭐냐,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으면,
멍한 표정으로 "없는데?" 라고 답하던 애들.
(좀 민감한 얘기지만, 나의 Ex-Boyfriend도 거기 속했다.)

난 저런 부류들, 솔직히 혐오했다.
열정도 없고, 뜨뜻미지근,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런 "무취향" 인간.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런 애들이 지금 사회에선 다들 자리잡고 잘 산다.
즉,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반증이겠지.

저 부류들은 일명 "평범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요즘 풍토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편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 벌고 잘 산다.
꼬박꼬박 받는 월급으로, 남들 따라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면서,
원래부터 문화적 취향이 있었던 것 처럼 행동한다.

한편.

독특한 취미, 남들과는 다른 아이덴디티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적지 않게 존재했다.
그러나 그 취향은, 세월에 닳고 닳아서
변하고, 소멸하고, 퇴색한다.
그 취향을 영위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 즐거운 시간들이 곧 현실 도피의 시간이 되어,
사회적인 기준에서 볼 땐 남들보다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예전엔 빛나고 선명했던 개성 만점의 사람들이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회색이 되었음을 종종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난 너무 씁쓸하다.

2006년을 사는 지금,
자신의 호불호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은 취향을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된 것 같다.
Wish list, Must-have List 등의 목록으로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는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나는 얼마나 나의 취향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

2006.03.21 싸이 다이어리에 남겼던 글.
닥차일드님 블로그에 갔다가, 생각나서 가져와 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흑인음악'이라는 제 취향을 힘겹게 지켜나가고 있는 저 자신을,
계속 응원해주고 싶어요. 이기적이지만, 제 삶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서...
저처럼 아직 꿈을 잃지 않은 제 주변의 모든 분들께도, 화이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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