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 홈쇼핑에서 420억 매출을 올렸다는 모 여행사의 스위스 럭셔리 패키지 여행은 1인당 85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여행 상품이다. 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여행을 강의하는 입장에서 특정 여행상품의 인기 요인은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서 자세히 뜯어보기로 했다.
일단 주요 특징은 6박 8일간 스위스만 여행하며, 루프트한자 비즈니스 탑승, 전 일정 4성 이상 호텔 숙박, 4대 명산 하이킹이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상품 살펴보기 주요 동선은 스위스 서부를 한 바퀴 도는 일정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850만원이 전부가 아니고, 약 20만원의 가이드 팁은 따로 내야 하니 총 경비는 870만원 선이다. 물론 상품 자체는 타사와는 차별화된 웰메이드 일정이어서, 퀄리티 자체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아직 두 다리가 멀쩡하고 스마트폰 활용이 가능한 4050 중장년 세대라면, 굳이 수백 만원 경비를 추가로 얹어내면서 생판 모르는 이들과 단체버스로 끌려 다니는, 편리하지만 '럭셔리'와는 거리가 많이 먼 여행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스위스의 공공 여행 인프라가 타 유럽 대비 매우 훌륭하고, 우리에게는 '스위스패스'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패스란? 자세히 보기
스위스의 주요 도시는 모두 기차역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왠만한 숙소는 기차역 옆 도보 거리에 있다.(즉, 단체버스에 의지하지 않아도 혼자 힘으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스위스 전역을 연결하는 스위스패스를 소지하고 있다면, 패키지에서는 구경도 못하는 4대 빙하특급 프리미엄 파노라마 열차를 모두 탑승할 수 있다. 페리와 열차, 박물관, 성도 모두 무료다. 6박 8일이라면 6백만원 대에 럭셔리한 자유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850만원 예산이라면 단연코 8일보다 더 길게 여행할 수 있다.
이제부터, 850만원짜리 스위스 여행 패키지를 자유여행으로 구성하면서도 약 200여 만원을 절약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해 본다.
1. 교통 & 액티비티 약 80만원~ : 두유 노우 '스위스패스'? (바로 가기)
스위스를 자유여행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스위스패스 하나만 구매하면 체르마트의 빙하 특급 외에도 북부의 골든 패스 라인과 고타드 파노라마 특급, 동부의 베르니나 특급 열차를 모두 타볼 수 있다. 나같은 기차여행 덕후에게는 가슴 설레는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스위스 내 500여 개 박물관과 미술관, 성 출입이 모두 무료로 가능해진다. 즉, 패키지 일정의 대부분을 때우고 있는 기차, 성과 박물관 입장, 관광 명소 등이 스위스패스 가격에는 이미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위스패스 가격은 얼마일까? 패키지 상품과 동일하게 6일 연속 탑승하는 일등석 티켓 기준 79만원이다. 클룩에서 e티켓으로 매우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즉, 80만원이면 스위스 교통 및 액티비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이미 해결한 것이다. 스위스패스 할인 구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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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즈니스 항공권 약 260만원~ : '전 구간'을 타야 비즈니스죠 (최저가 바로 가기)
위 여행사 패키지는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상품 맨 밑에 작은 글씨로 '뮌헨~취리히 구간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합니다'라고 씌여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즉, 서울~뮌헨은 비즈 좌석이지만, 환승 후 유럽 내 이동 구간은 이코노미 석인 것이다.ㄷㄷㄷ 이걸 럭셔리 여행이라고 홍보하기엔 민망스러운 면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취리히 공항에서는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을 못한다.
똑같은 조건으로 견적을 뽑아보기 위해, 오늘도 스카이스캐너를 돌려본다. 2023년 2월은, 패키지 출발 시점인 4월보다 훨씬 비싼 성수기 스키 시즌이다. 그런데도 핀에어에서는 260만원 대에 비즈니스 석을 판매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비싼 폴란드항공 좌석도 300만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취리히 비즈니스 항공권 최저가 확인해 보기
일단 비즈니스 왕복 예산은 요 정도로 잡고, 숙박으로 가보자.
3. 호텔 넉넉히 40만원/1박, 6박 240만원 :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닌...
패키지의 경우 그린델발트 2연박, 체르마트 1박, 로잔 1박, 취리히 2박인데 모두 4성 정도의 꽤 괜찮은 호텔 후보군들을 잡아 놓았다.
그런데 패키지에 포함되는 호텔에는 뚜렷한 한계점이 있다. 1. 20~30명 이상의 단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 2. 5060대 고객의 니즈에 맞는 호텔이 우선 고려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1번과 2번의 교집합, 즉 너무 개성을 강조하지 않는 무난한(즉, 디자인적인 미감이 다소 떨어지고 오래된) 체인 호텔이 주로 선택된다.
호텔 책을 쓰고 전 세계 호텔을 탐험하는 입장에서, 스위스 전역에는 너무나도 멋진 호텔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오직 자유여행을 해야만 선택할 수 있는 호텔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취리히 호텔만 봐도, 나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홀리데이 인보다 25 아워스를 선택할 것이다. (호텔 바로 가기) 하지만 25 아워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호텔로, 어르신들에게는 맞지 않는 호텔이다. 이래서 자기 취향과 선호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패키지 여행을 하기가 힘든 것이다. 같은 돈 내고, 왜 마음에 들지 않는 숙박시설에 묵어야 하나?
그린델발트 호텔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예산이라면, 선스타 보다는 '저녁식사'까지 주고 환상적인 마운틴 뷰를 가졌으며 성급도 더 높은 데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100미터 거리에 위치한 로맨틱 취바이제르호프 호텔을 선택할 것이다. ㅎㅎ 하지만 패키지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4. 식비 약 100만원 : 레스토랑 식사, 미슐랭 급은 몇 군데?
패키지에 포함된 레스토랑 정찬 식사는 총 4번인데, 그 중에 미슐랭(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찐 맛집은 르 덱(Le Deck) 한 곳 뿐이다.
만약 자유여행에서 식비로 1인당 100만원을 쓴다면, 미슐랭 2~3곳 정도는 충분히 스스로 찾고, 호텔에 예약을 부탁해서 다녀볼 수 있다. 미슐랭 온라인 바로 가기
5. EXTRA 스냅 촬영 : 30~70만원 대 (한국인 현지 작가)
'체르마트 최고의 마테호른뷰 포토존에서 자유시간'이라는 문구는, 지금의 3040 세대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자유시간을 주니 알아서 사진이나 찍으라는 건데, 글쎄. 요새 여행자들이 원하는 사진은 관광 가이드가 대충 찍어주는 사진이 아니다. 특히나 허니문이나 기념일 여행이라면, 그렇게 스마트폰 몇 장 대충 찍고 돌아오기엔 마냥 아쉽다. 패키지에선 그마저도 바쁘다.
자유여행은 내가 원하는 사진 작가를 선택하고 제대로 된 그림같은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며 여행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에 가면 이 외에도 여러 스위스 투어와 티켓 상품이 있어 편리하게 예약 및 구매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5000원 첫 구매 쿠폰 받기
6. 마무리 : 6박 기준 총 680만원(2인 기준 560만원) ~,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닌.
스냅 촬영을 제외하고 패키지와 동일한 제공 범위를 뽑아 봤을 때 아무리 보수적으로 짜봐도 870만원에서 약 19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패키지에 포함된 시옹성, 이젤발트, 라보 포도밭, 그뤼에르 투어가 빠져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자. 이들 일정은 모두 마을 또는 성 방문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 일정에 속한다. 심지어 성은 외관만 보고 지나간다. 게다가 4대 명산 하이킹의 경우, 30분~1시간 하이킹밖에 못한다. 체험 정도만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자유여행으로 간다면 스위스패스를 활용해 성 내부 관광도, 하이킹도 모두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큰 돈 드는 항공과 호텔 일정에서도, 내가 책정한 비용이 패키지 내역보다 훨씬 상위 호환 버전이다. 패키지에서는 항공도 일부 이코노미 구간이 있고 20만원대 호텔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지만 나는 위 일정에서 전 구간 비즈니스, 박당 40만원을 잡았다.
게다가 호텔은 2인 기준이기 때문에 2명이 여행을 간다면 호텔 경비는 여기서 절반을 나눠야 한다. ㅎㅎ 그렇다면 1인당 총 비용은 680만원이 아니라 560만원(식비 100만원 각각 써도)이다. 여행 설계가 여행의 즐거움의 절반인데, 대체 왜 패키지를 가야 하는가. 럭셔리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직접 계획해보자. 정말로,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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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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