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드디어 말레이시아가 관광객에게 입국을 허용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코로나19가 온 세상의 뉴스를 뒤덮기 직전에 다녀온 마지막 해외여행지가 말레이시아의 코타 키나발루였다.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관광포럼에 미디어 취재를 마치고, 경유지인 코타 키타발루에서 5박 6일의 개인 일정을 기획했다.
그러나 코타 키나발루와의 첫 인연은, 좋지 않게 끝나야만 했다. 당시 브루나이에서 수도시설 사고로 인해 취재진들이 묵는 호텔에 노란 빛의 물이 나왔고, 며칠 후부터 시작된 심각한 장염 증상은 코타 키나발루에 와서도 계속됐다. 복통과 탈수가 이어지는 상태로 호텔 3곳을 거의 매일 옮겨다니는 여행 일정을 잡아놨으니, 코타 키타발루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결국 출국일을 하루 앞당겨 4박 5일만에 여행을 종료했고, 그게 해외여행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코타 키나발루가 가진 관광 인프라의 특성이 평소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과 맞지 않았던 것도 있다.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로컬 문화와 단절된 여행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완전히 상업화된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그저, 쓰는 돈만큼의 대접을 받을 뿐이다. 주로 신혼여행이나 아이 동반 가족여행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코타 키나발루는 리조트와 관광객용 식당만이 즐비한 전형적인 휴양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이런 여행지를 만날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아픈 배를 부여안고 매일매일 더 좁은 골목으로,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며 바다를 등지곤 했다. 아침마다 호텔 조식이 아닌 현지 주민들의 식당을 샅샅이 뒤져 다녔다. 사바 섬의 로컬 예술이 궁금해서 지역 미술관과 갤러리를 관람하고, 인파 가득한 재래시장을 쏘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아마도 코타 키나발루에서 해양 레저를 단 한번도 즐기지 않은 여행기는 극히 드물 것 같다. 하지만 내 여행 방식을 코타 키나발루에서 굳이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단 한 군데의 관광지도 가지 않고 음식 탐험에 몰두하는 것처럼, 획일적인 관광 패턴이 자리잡은 코타 키나발루도 누군가는 조금 다른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다행히 당시 담아둔 영상과 사진들을 다시 보니, 호텔 여행이라는 이제는 흔해진 테마 외에 '로컬 음식과 예술'을 주제로 한 코타 키나발루 여행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금 연재를 시작해보려 한다. 곧 국경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라며.
📌 코타 키나발루 4박 5일 호텔 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스탠턴 호텔 코타 키나발루 1박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상 부티크 호텔로, 도심 외곽에 있는 영국풍 호텔, 바로 가기)
- 르 메르디앙 코타 키나발루 2박
- 힐튼 코타 키나발루 1박
📌 코타 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프라를 갖춘 관광지로, 굳이 패키지로 여행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호출형 택시인 그랩(grab)을 이용해 어디든지 매우 저렴하게 다닐 수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못했지만, 관광 명소와 랜드마크를 다니고 싶다면 코로나 시국에 안전하고 저렴하게 다닐 수 있는 차량 투어를 예약하면 된다. 제일 유명한 현지 투어가 클룩의 반나절 시티 투어(오전/오후 선택 가능)인데, 일행이 많은 여행에 딱이다. 프로페셔널한 가이드들이 진행하는 투어인데다 무슬림 복장 체험도 포함되어 있어 한국인 여행자들의 대만족 후기가 많다. 투어 리뷰는 직접 꼭 확인해보길 권한다. 코타 키나발루 반나절 차량 투어 바로 가기
✔️ 코타 키나발루 가기 전에 취재했던, 브루나이의 엠파이어 호텔(유튜브)
* 참고로 브루나이는 아직 국경을 개방한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3월부터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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