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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aos

루앙프라방 전통 예술 민족학 센터 & 로컬 다이닝 '카이팬'의 저녁식사

by nonie 2017.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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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Luang Prabang - TAEC & 어느날의 저녁식사

출장 일정은 모두 끝나고, 드디어 가벼운 마음으로 루앙프라방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엔 별 할일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느 날엔 맘먹고 관광 모드로 길을 나서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루앙프라방에 적응하고 나니 불편했던 대중교통 문제나 더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슬슬 걸어서 가본 예술 민족학 센터에서의 짧은 관람, 그리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어느 로컬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소수민족의 삶에 좀더 가까이, TAEC

루앙프라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1주일 가량으로 꽤 길었다. 사흘간의 포럼을 마치고도 내가 연장한 2박 3일의 추가 일정 덕분에 여유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딱히 할 일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굳이 몸을 움직여 뭔가를 보러 가야 한다면, 전통예술 민족학 센터(TAEC)에는 가보고 싶었다. 야시장 쇼핑에서 내 맘을 사로잡은 잡화류의 디자인이, 바로 이들 소수민족의 문화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며칠간 들락거린 슈퍼마켓에서 가까워서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대로변에서 벗어난 곳에 숨어 있어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다소 허름해 보이는 건물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자, 직원이 건넨 것은 뜻밖에도 한국어로 된 설명문이었다. 물론 번역은 다소 서툴렀지만, 전시물의 의미를 대략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인 방문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양의 인기 여행지에서도 한국어 서비스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은데, 사려깊은 준비가 고맙게 느껴졌다. 덕분에 몽족을 비롯해 라오스를 대표하는 네 소수민족의 복식을 구별해가며 관람할 수 있었다. 









사실 TAEC에 온건 전시장 관람도 있지만, 이곳의 뮤지엄숍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숍만 볼 때는 굳이 전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온 김에 보자 싶어서 관람 후 마지막으로 숍을 찾았다.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각 소수민족이 직접 손으로 만든 것들을 선별해서 구비해 놓는다고 한다. 또한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액의 일부가 소수민족의 생활지원에 쓰인다고 하니 여행자로서는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좋은 소비인 셈이다.









그런데 듣던 대로 제품들이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다. 대신 가격도 그만큼 높다. 가방이나 질 좋은 실크 100% 스카프는 수 만~십 수만원에 이르는, 라오스에서 대단히 보기 드문 가격의 상품도 있었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어서라고 본다. 확실히 야시장 제품들과는 달랐다. 커피가 훌륭했던 사프론의 원두를, 멋진 수제 클러치에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 7만낍 이상 사고 사프론 매장에 가면 공짜 커피를 준다는 전단도 보인다. 









TAEC의 화장실은 이곳 숍 내에 있는데, 세면대에 올려놓은 비누통마저 너무나 예쁜 파우치에 들어있어 한참을 구경했더랬다. 숍 구경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면 커피 바가 보인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 커피 바에는 라오스의 로컬 원두로 내린 아이스 커피와 로컬 과일 주스가 있다. 1만 낍 정도로 저렴한데, 나는 계속 커피만 마시고 다니는 일정이라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패스. 









그리고 커피 바 옆에는 소수민족의 옷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간이 공간이 야외에 마련되어 있는데 왠지 모르게 귀엽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엄청 좋아할 것 같은 곳이다. 핸드메이드 직물은 어떻게 다른지 직접 촉감을 비교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고, 그림 그리고 책도 볼 수 있는 느긋한 공간. 









이른 저녁식사 @ 카이팬

기념품숍에서 작은 젓가락 세트 하나를 구입하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길을 나섰다. 굳이 의도한 건 아닌데, 이 집 역시 라오스 10대 청소년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란다. 물론 운영 의도도 중요하지만, 이 집 리뷰 중에 꼭 먹어보고 싶은 요리가 있어 주저없이 이 곳으로 정했다.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레스토랑 내는 거의 비어 있었지만, 모처럼 야외에서 한 잔 하고 싶어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비어라오 한 잔 해줘야지. 칠링된 컵에 콸콸 따른 시원한 비어라오 한 잔에, 하루의 더위가 시원하게 씻겨나간다. 








첫 잔을 비울 때쯤, 오늘의 저녁식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이곳의 시그니처 피쉬 앤 칩스다. 피쉬 앤 칩스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곳의 피쉬 앤 칩스는 조금 특별하다. 라오스의 식재료를 활용해서 재해석한 레시피인데, 메콩강에서 수확한 김을 바삭하게 튀겨서 피쉬 위에 올리고, 쏨땀을 떠올리게 하는 새콤한 파파야 샐러드를 곁들였다. 이 한 접시에서, 라오스를 온전히 만나는 느낌이다. 









그냥 맥주가 술술 들어가는 맛이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피쉬 앤 칩스를 먹어봤지만, 유니크함으로는 단연 1등이다. 생선과 감자 튀김에 김과 라임즙, 파파야 절임이 이렇게 어울릴 줄은 누가 알았을까. 함께 나오는 타르타르 소스나 허브를 섞은 후추, 어느 쪽을 곁들여도 훌륭하다. 


이 집이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지역 레스토랑 1위라는건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집이 괜히 1등인 게 아닌걸 이것만 먹어본 나도 충분히 알겠는데, 유독 한국어 리뷰 수준이 해외 리뷰어에 비해 너무 형편없다. 링크는 여기. 제발 레스토랑의 리뷰를 쓸 때는,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본 후에 판단했으면 좋겠다. 올 초에 탈린에 갔을 때도 그 지역 최고의 레스토랑에 갔을 때 직원에게 들은 얘기, '한국인은 대표 메뉴가 아닌 엉뚱한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문하기 전에 물어보지도 않고요' 라는 멘트가 절로 생각나는 대목.


루앙프라방의 기나긴 여행 이야기는 이번 회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처음으로 탑승한 '방콕 항공' 후기와 방콕 2박 3일의 후기가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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