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Tokyo - 도쿄 2박 3일 여행 @ 샹그릴라 도쿄

원전 사태 이후로 일본행 비행기를 안 탄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특히 도쿄는 무려 15년 만이다. 사실상 30대가 된 이후 만나는, 첫 도쿄다. 하지만 이번 일정에 주어진 시간은 달랑 2박 3일. 그래서 호텔은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선택했다. 도쿄역과 긴자를 아우르는 천상의 입지를 지닌 도쿄의 럭셔리 호텔 '샹그릴라 도쿄'에서, 나의 첫 '30대의 도쿄'를 시작한다.









도쿄역, 마루노우치 빌딩, 그리고 체크인

도쿄는 여행 관련 직업을 가진 내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경험한 도시여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하지만 기자 시절 일본 취재를 여러 번 맡았어도 유독 도쿄와는 인연이 없었고, 원전 사태 이후 발길을 끊으면서 더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방콕/라오스 여행의 귀국편을 일본항공(알래스카 마일)으로 정하면서, 경유지인 도쿄에서 체류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상 따로 항공 비용을 안들이고 가게 된 셈이다.(원래 항공 고수들은 도쿄나 홍콩은 돈주고는 안간다는 속설이...;) 그래서 호텔은 체급을 훌쩍 올려, 도쿄를 대표하는 특급 호텔 샹그릴라 도쿄를 선택했다. 일반 디럭스도 성수기엔 1박 10만엔을 훌쩍 넘기니;; 시즌을 잘 골라 예약하는 게 좋다. 


처음 가는 거나 마찬가지일 만큼 도쿄 초심자인 내게, 샹그릴라 도쿄의 위치는 이보다 쉬울 순 없다. 하네다 공항에서 도쿄역 행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니, 호텔이 있는 마루노우치 트러스트 타워 입구가 종점이다. 문제는 건물 입구에서 호텔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못 찾겠다. 캐리어를 끌고 오피스 프론트까지 가서 물어본 후에야, 호텔이 28층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입구부터 비밀스러운 게, 왠지 일본스럽다. 고층 빌딩 특유의 시티 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로비층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직원들은 신속하게 체크인을 도와 주었고, 나의 객실은 33층 클럽 플로어에 준비되어 있다. 









도회적인 시티뷰와 우아한 객실, Horizon Club Deluxe

도쿄 시내 한 복판에서는 참 보기 드문, 55sqm의 여유로운 객실 넓이가 일단 흐뭇하다. 객실 전면의 통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도쿄의 빌딩숲이 스카이트리와 함께 펼쳐진다. 2009년에 오픈했으니 올해로 9년차 호텔인데 노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 잘 관리되어 온 호텔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호텔이 2012년에 트립 어드바이저의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전 세계의 럭셔리 호텔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물론, 지금의 긴자에는 샹그릴라를 위협하는 호텔이 그 사이 여럿 생겼지만. (호시노야, 아만 등) 


샹그릴라 도쿄는 아시아의 다른 대규모 브랜치와는 달리 객실 수 200개 내외의 소규모 호텔에 속한다. 그래서 직원들의 서비스도 좀더 타이트하게 받을 수 있고, 붐비지 않는 한가로운 분위기에서 투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야말로 도심 속의 오아시스처럼 빌딩숲 속에 아늑하게 숨어 있는 호텔이다.  









침대 위에 뭐가 놓여 있나 했더니, 별도의 잠옷을 준비해 두었다. 많은 샹그릴라에 묵으면서, 이런 스타일의 편안한 잠옷을 비치한 객실은 처음이다. 보통은 배스로브가 전부인데, 타월 재질의 로브는 입고 자기엔 불편해서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된다. 요즘에는 가벼운 잠옷을 따로 여행가방에 챙겨 다니는 편인데, 이렇게 좋은 잠옷을 입게 될 줄이야. 이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잠옷 덕분에 2박 내내 그야말로 꿀잠을 잤다. 부티크에서 12,000엔 정도면 구매도 가능하다. 









Bath & Amenities

도심 호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침실과 욕실이 블라인드가 달린 통유리로 개방된 구조다. 객실에 입장했을 때 욕실을 통해 객실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객실이 좀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침실 쪽은 모던한 느낌이라면, 욕실은 샹그릴라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흐른다. 









원래 클럽층에는 불가리 어메니티가 비치된다고 들었는데, 내 객실에는 록시땅의 자스민+베르가못 라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록시땅을 원래 좋아해서 불만없이 잘 썼다. 제일 좋았던 건 욕조에 준비된 베개였다. 천으로 감싸여진 심플한 욕실용 베개인데, 입욕할 때 머리에 베면 너무나 편안한 것. 요런 한 끗의 세심함이 '역시 샹그릴라'라는 신뢰를 만들어 주는 요소가 된다.  








객실에 비치되는 일반적인 웰컴 프룻 외에 조금 독특했던 서비스는 일본식 쌀과자 3종 세트와 전통차 세트다. 한국인에겐 일본식 쌀과자가 무척 익숙한 맛이지만, 아마도 서양인 게스트에게는 유니크한 서비스가 될 듯 했다. 일본식 말차를 워낙 좋아해서, 차 세트는 체크아웃하는 날 여유있게 차려서 한 잔 잘 마셨다. 









위에 언급했듯 도쿄 브랜치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부대시설이 다채로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샹그릴라를 대표하는 치 스파, 그리고 헬스장과 실내 수영장은 잘 갖춰져 있다. 도쿄의 야경을 만끽하며 수영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맛이 있다. 사실 왠만하면 투숙하면서 헬스장 한번은 이용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2박 3일동안 쇼핑하느라 모든 시간과 체력을 올인으로 밀어넣는 바람에,ㅋ 실제로 운동을 하진 않았다. 









Dinner @ Nadaman

방콕에서 하네다로 들어오는 비행편이 저녁 6시 도착이라, 체크인을 하고 나니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다. 느즈막한 저녁, 샹그릴라 도쿄의 일식 레스토랑 나다만으로 향했다. 가이세키와 데판야키 등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다. 이 날은 셰프가 선보이는 저녁 코스를 샴페인과 함께 했는데, 일식이 드라이한 샴페인과도 잘 어울린다. 사시미 위주의 에피타이저로 천천히 입맛을 돋구며, 매니저 분과 함께 저녁을 했는데 어찌나 영어도 잘하시는지. 앞으로 일본 올 때는 비즈니스 일어 몇 마디 더 외워서 와야지. 쩝.








스시에 튀김, 그리고 와규에 윤기 자르르한 스시 한 접시, 디저트까지. 언제나 그렇듯 오마카세는 끝날 듯 끝날 듯 조금씩 끝없이 나오고, 배가 안 부를 것 같지만 마지막엔 배가 터질 것 같은.ㅎㅎ 간만에 참 훌륭한 일식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30대가 되어 다시 찾은 도쿄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술과 음식을 앞에 놓고 있는 순간이 감사하다. 도쿄를 처음 만나던 오래전 대학생 시절 막연하게 꿈꾸었을 내 모습을,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해서. 그게 더 감사한 지도 모르겠고.










The morning after...

어제까지는 방콕 콘래드였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눈 앞에 도쿄가 펼쳐져 있는 이런 삶도 나름 긴장감 있고 좋다. 아침의 분주한 도쿄를 내려다보며, 어젯밤 반짝이던 스카이트리를 떠올려 본다. 도쿄에서 보낼 실질적인 시간은 오늘 하루 뿐이니, 관광지는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 아마 어제 방콕에서처럼, 어느 서점에 앉아 있겠지 싶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내 여행에서 차지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서점 아니면 커피로 귀결되는 느낌. 여행 와서도 끊임없이 콘텐츠만 찾고 있는걸 보면, 노는 여행 하긴 평생 글렀다는 생각이 문득. 

휴. 배고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의 조식은 어떤지, 구경이나 하러 가보자.:) 



예약은 샹그릴라 도쿄 공홈에서. http://www.shangri-la.com/tokyo/shangrila


2017/05/29 - 알래스카 항공 마일리지 15,000으로 방콕 & 도쿄 편도 발권한 후기


2017/06/18 - 방콕과 루앙프라방, 도쿄에서의 날들, 미리 보기 feat. 관광포럼 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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