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Tokyo - 짧은 도쿄 여행 @ 샹그릴라 도쿄

십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와보지 못했던 도쿄지만, 왠지 모르게 많이 변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서울에서 나서 자란 나에게 도쿄는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대도시의 매력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동시에 서울에선 급속히 사라진 낡고 빛바랜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초여름의 도쿄를 그냥 계획없이 걷는 시간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물론, 마냥 걷기에는 쇼퍼홀릭인 나를 유혹하는 장소가 도쿄엔 너무나도 많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Breakfast @ Piacere

어젯밤 로비 너머 구경만 했던 분위기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아체레'는, 아침에는 화사한 조식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2박을 하니 하루는 메인 레스토랑인 여기서, 그리고 내일은 클럽 라운지에서 아침을 각각 먹어보기로 했다. 확실히 피아체레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전 세계 샹그릴라의 식음료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도쿄는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심플하게 꾸며진 뷔페 바에는 생각보다 일본식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유럽식에 가까운 메뉴가 많다. 드레싱이나 빵, 델리(디저트 포함)류가 다양하다. 독특하게 수박을 인퓨즈해서 여름 느낌을 물씬 낸, 디톡스 워터 탭도 있다. 메인 메뉴는 직접 주문하면 된다. 









야심차게 주문한 오늘의 아침식사는, 피아체레의 시그니처 메뉴인 '에그 베네딕트'다. 뭔가 메뉴판을 보고 이걸 시켜야만 할 것 같아서 고른 건데, 맛을 보니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맛. 뉴욕 랭햄에서 맛본 미슐랭 투스타 베네딕트 못지 않다. 계란에서 끌어낼 수 있는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수란과 홀랜다이즈 소스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뷔페 바에서 가져온 엄청나게 맛있는 당근 스프와 함께 곁들여서, 맛있게 한 접시 잘 먹었다. 










도큐 핸즈 @ 다이마루 백화점

호텔이 있는 마루노우치 트러스트 타워에서 빠져 나오면, 다이마루 백화점이 있는 그랑 도쿄로 바로 이어진다. 호텔 위치 자체가 그야말로 게으르고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여행자에게 딱인.ㅋㅋㅋ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픈 시간인 10시에 맞춰서 백화점으로 향했다. 여기 8~10층에 있는 도큐 핸즈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사실 도큐 핸즈는 이제 아시아 대도시에 가도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해졌지만,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아이템이 많다. 


조카에게 사줄 정교한 지우개 퍼즐 몇 가지를 우선 구입하고, 여름에 잠자리에 깔아주면 신세계를 경험한다는 쿨매트는 생각보다 부피가 너무 커서 여행 막바지로 미루어 두었다. 그런데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법 한 '세금 환급'을, 이때는 몰라서 못 챙겼다. 다이마루 백화점에서는 여행자를 위해 할인쿠폰과 세금 환급을 12층에서 바로 해준다. 여권을 꼭 챙길 것.  










라멘 스트리트에서 점심 @ 소라노이로

다이마루 식품관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면, 도쿄역 지하 아케이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도쿄역 아케이드에서 가보려고 벼르던 '라멘 스트리트'를 손쉽게 찾았다. 일본의 유명 라멘집이 한 곳에 몰려 있는데, 너무 줄이 긴 곳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본격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빠르게 탐색을 시작했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기도 하고 일반 라멘보다는 색다른 메뉴가 먹어보고 싶어서, 미슐랭 빕구르망에 등재되어 유명해진 소라노이로의 '베지 소바'를 먹기로 했다. 다행히 소라노이로에는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곳 라멘 스트리트에서는 줄을 서기 전에 반드시! 티켓부터 사야 한다. 무인발권기에서 메뉴 누르고 돈 넣으면 쉽게 나온다. 스트리트 입구에 한글 안내판도 있다. 











혼자 도쿄에 와서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던 건, 아마 혼밥이 일상보다 더 흔한 그들의 문화 덕분이 아닐까 싶다. 내 양 옆으로는 샐러리맨 차림의 남성이 앉았는데, 그 사이에서 음식 사진을 찍는 내가 더 낯설게 느껴진달까. 


그들의 대표 메뉴인 베지 소바를 드디어 맛보는 시간이다. 소바라는 이름과는 달리, 맛은 오히려 개운한 라멘에 가깝다. 생선뼈를 진하게 우려낸 담백한 국물, 채소로 색과 맛을 낸 오돌오돌한 면발, 채소의 온갖 식감을 종류 별로 구현해 낸 푸짐한 토핑이 한데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낸다. 맛계란을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있다. 그릇 가장자리에 묻어있는 매운 맛의 미소된장을, 마지막에서야 알아챈 게 아쉽다. 국물에 조금 풀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혹은 테이블에 놓인 튀긴 마늘을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유라쿠쵸를 걸어, 무지 매장으로

도쿄역을 벗어나, 또다른 기차역이 있는 유라쿠쵸 역 방향으로 걸어가 본다. 10여분 정도 걷다 보니 오피스 지구 곳곳에 절찬리 영업 중인 푸드트럭이 여러 대 보인다. 도쿄에서도 푸드트럭이 유행인지, 메뉴도 뭔가 이국적인 게 많다. 하와이 커피와 디저트를 전문으로 파는 트럭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실까 하다가, 다음 행선지에서 마시려고 일단 패스. 

그렇게 조금 더 걷다 보니, 유라쿠쵸 역이 나온다. 이 역 근처가 참, 도쿄다운 풍경이다. 좁디좁은 골목 사이로 식사를 마치고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을 지나쳐, 무인양품으로 향했다. 이 매장 내에, 얼마 전 오픈해 화제가 된 무지 북스가 있다. 









도쿄에 올 구체적 계획이 없었을 때부터, 무지북스는 도쿄를 결국 오게 만든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무지만큼 '라이프스타일'을 잘 이해하는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선택한 1만 권의 책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고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지 꼭 보고 싶었다. 앞으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그들은 어떤 관점으로 셀렉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동안 꼭 보고 싶었던 디앤디파트먼트의 트래블 매거진부터 심지어 아동용 그림책까지도, 내게 주는 인사이트는 컸다. 


무지북스에서 가장 감동했던 건, 내가 서서 책을 보게 방치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 큰 독서용 테이블이 곳곳에 있고, 게다가 그 옆에는 100엔짜리 동전만 넣으면 맛좋은 에스프레소 한 잔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갓 뽑은 커피 한 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잔뜩 쌓아 놓은 무지북스에서의 이른 오후. 더 바랄 나위가 없는 도쿄에서의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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