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의 마지막날. 시카고와 하와이를 거쳐 마지막으로 도착한 도시여서, 계획했던 많은 곳을 다닐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냥 넘길 수 없어, 큰맘먹고 지하철을 탔다. 맨해튼을 벗어나,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하필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부슬부슬한 비 탓에, 브루클린의 첫인상은 어두침침하고 낡은 거리로 다가왔다. 하지만 뉴욕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쇼핑 경험을 안겨준 곳 역시, 브루클린이다. 








Breakfast @ Al fiori, Langham Place

뉴욕에서는 총 6박을 했다. 첫 2박은 안다즈 월스트리트, 1박은 월스트리트의 아파트 렌트, 마지막 3박은 5번가에 위치한 랭함 플레이스 호텔에서 보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랭함에서의 시간이다. 시카고나 상하이에서 이미 랭함 호텔을 경험하면서 신뢰도가 단단해졌고, 높은 가격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보여주어 항상 만족스러웠다. 미국에서는 좋은 호텔을 찾는 게 너무 어렵다. 그런 면에서 랭함 호텔은 '믿고 묵을 수 있는' 특급 호텔의 모범을 보여준다. 도시 별로 격차를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조식은 랭함 플레이스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알 피오리'에서 먹었다. 첫날 아침 먹을 땐 몰랐는데, 호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미슐랭 가이드 뉴욕판에 등재된 유명 맛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랭함 플레이스에는 매니저 중에 한국분이 계셔서 자세한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1박에 1백만원 가까이 하는 호텔의 레스토랑인데도 런치 메뉴의 가격은 합리적이라서, 여행 커뮤니티에 보면 종종 점심 후기가 올라온다. 런치와 디너는 예약이 필수다. 










조식 바우처는 1인당 75$ 선으로, 가격대는 꽤나 높은 편이다. 근데 비싼 조식 치고는 뷔페 메뉴가 너무 단촐해서, 빵과 과일 등을 갖다 먹으며 이게 뭐지...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메뉴를 내민다. 아, 뷔페는 그저 반찬(?)이로구나. 메인 메뉴는 알라까르트 방식이라 따로 주문을 하면 된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랍스터를 넣은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거의 2인분에 육박하는 푸짐한 베네딕트 한 접시, 뷔페 코너에서 열심히 조합해온 신선한 과일과 요거트, 훌륭한 커피를 곁들여 매일 충실하게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나의 첫 브루클린, 빈티지 쇼핑 여행

푸짐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호텔 컨시어지로 향했다. 랭함 플레이스의 정중한 직원들은 오늘의 행선지를 접수하더니, 곧바로 구글맵에서 정확한 교통편을 프린트해 주며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덕분에 든든한 마음으로 5번가에서 지하철을 탔다. 한두번 환승을 하니 30~40분만에 금새 브루클린에 도착했다. 근데 이때부터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가 못내 야속하다. 이번 뉴욕 일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브루클린인데. ㅠ 하지만 흐릿한 날씨와 낡은 거리의 이미지가 뭔가 좀 잘 어울리기도 한다. 벽돌벽의 운치있는 거리를 따라 나지막히 자리잡은 스타벅스 브루클린 지점에는, 맥주를 판다는 안내가 붙어있다. 아무리 브루클린 하면 맥주라지만 추운데 맥주 마시긴 좀 그렇고, 뭘 하지? 그때, 길건너에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때 잔뜩 쇼핑을 했던 중고숍들이 브루클린의 메인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날씨도 춥고 반가운 마음에 일단 하나씩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같은 체인점이라도 5번가에 있던 숍들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 많다. 숍을 휙 둘러보니 맨해튼보다 멋쟁이 언니들도 훨씬 많다. 









한참을 고르다가 기분좋게 찾아낸 아이템은 블라우스 두 벌이다. DVF와 프렌치 커넥션의 100% 실크 블라우스를 단돈 몇 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브루클린의 빈티지 숍들은 정말 사랑입니다!!! 뉴요커 언니들은 꽤나 무거워보이는 워커 부츠를 주로 많이 사던데, 여행자 신세에 무거운 신발까지 사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쇼핑은 이쯤 해서 마무리했다. 










주말의 핸드메이드 마켓 @ 브루클린

크리스마스가 채 1달도 남지 않은 11월 마지막주, 뉴욕 곳곳에서는 다양한 마켓이 열린다. 유니온 스퀘어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가봤으니, 오늘은 브루클린의 성탄 마켓을 구경할 차례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색다른 선물을 탐색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잠시 여행 중임을 잊고, 수많은 로컬 사이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뉴요커의 성탄절 준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주로 수공예품이 많은데, 수많은 독특한 아이템 중에 내 눈에 들어온 건 허브티를 파는 부스다.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광목천 파우치, 직접 블렌딩한 다양한 허브티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파우치 하나를 샀다. 브루클린 마켓의 특징은 판매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제품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고, 다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어서 바로 통성명을 하며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삭막한 뉴욕의 도심 속에서도 자연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그녀의 뚜렷한 철학이 제품에도 잘 담겨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럽게 포장해야 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뻐서 구매한, 유리병에 담긴 유기농 허브티 5종 세트. 나무로 만든 연필 하나를 서비스로 넣어주었다. 동봉된 설명서에는 직접 DIY 블렌딩할 수 있는 그녀만의 레시피가 'Made in NYC'란 문구와 함께 깨알같이 담겨 있었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인 브루클린은,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브루클린은 소위 'Brooklynization'이라 일컫는 전 세계의 브루클린 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스탄불과 비엔티엔, 베를린과 카타르에 이르기까지 모든 'Hip'한 도시에는 뉴 브루클린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얼마전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 브루클린 팝업이 열려서 파리 시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프레임이 사람들에게 브루클린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와 식상함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뉴욕여행을 준비하면서 브루클린의 원산지;;인 브루클린에 가려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실 곳곳에서 좀 놀라긴 했다. 맨해튼에서 열린 온갖 홀리데이 마켓에, 브루클린의 로컬 식당과 가게가 거의 모두 팝업숍을 열었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겐 편하긴 했는데, 이러다 브루클린 고유의 가치가 희석되어 발길이 끊기면, 로컬 비즈니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의 브루클린은 인적도 뜸하고,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임에도 장사 잘되는 골목이 별로 없더라. 하지만 여전히 브루클린은 그 나름의 멋이 있었다. 다음엔 더 날씨가 좋을 때 와서 양조장이나 멋진 레스토랑도 들러보고 브루클린 브릿지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맨해튼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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