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HongKong

홍콩 현지인 동네에 숨겨진 보석같은 부티크 호텔, 오볼로 웨스트 퀄룬

by nonie 2014. 12. 30.
반응형







홍콩, 취향의 여행 2014. 호텔 편

홍콩에 3번을 오는 동안, 숙소는 무조건 센트럴이나 침사추이가 아니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홍콩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관광지에선 절대로 좋은 호텔이나 숙소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수 차례의 실패를 통해 깨달았다. 한국인들이 관광은 물론 지나쳐갈 일도 없는 동네 샴수이포(Sham Shui Po)에서, 나의 홍콩 여행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시내만 벗어나면 호텔의 퀄리티가 이렇게나 달라진다는 것도, 홍콩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는 것도(진짜 '맛집' 포함)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깨달음은 오볼로 웨스트 퀄룬 호텔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처음으로 관광지가 아닌 진짜 홍콩에 숙소를 잡다

2014년에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드디어 홍콩 여행에서 시내를 벗어났다는 것을 꼽겠다. 왜냐하면 내겐 더이상 홍콩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여행 직구 연재로 차차 얘기하겠지만, 홍콩은 역왕복 항공편을 구입할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일본을 대체하는 거의 유일한) 경유지다. 즉 해외여행을 계속 하는 이상 앞으로 1년에 1번 이상은 무조건 홍콩을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창문 하나 없는 게스트하우스, 몸을 틀 여유도 없는 비좁은 호텔, 낡은 현지인 아파트를 다 거쳐 보니, 땅값 비싼 중심가 숙소엔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 홍콩의 외곽지대에 속속 생겨나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가성비 쩌는 호텔들을 두고, 로케이션만 고집할 명분이 없다. 게다가 홍콩의 대중교통(지하철과 택시만 타면 하수, 버스까지 마스터하면 중수ㅎㅎ)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젠, 중심가를 벗어날 때가 온 것이다.


구글맵은 네이버 지도 못지 않은 강력한 길찾기 기능이 있어서, 대중교통 노선을 정확히 안내해 준다. 셩완에서 샴수이포의 호텔 앞까지 한 번에 이어주는 버스 노선을 찾았다. 지하철로는 짐을 끌고 다니기 빡세고, 택시로는 상당히 먼 거리여서 버스가 제격이다. 셩완의 낡은 아파트가 지긋지긋해진 나는 아침 일찍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로 출발했다. 버스는 다리를 건너 구룡반도 북쪽으로 향해, 생전 처음 가 보는 동네로 향한다. 지하철 기준으로 프린스 에드워드보다도 위에 있는 '샴수이포' 역 근처다. 이런 로컬 동네에 세련된 부티크 호텔이 숨겨져 있다니, 믿을 수가 없는 걸?  









내 인생의 홍콩 호텔, 오볼로 웨스트 퀄룬

홍콩 시내 외곽의 호텔에서 투숙한 경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홍콩 여행때는 미리 섭외되어 있던 하버프라자 8 Degrees에 묵었는데, 교통이 더럽게 불편하다는 점 외에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던 평범한 호텔이었다. 당시엔 대중교통도 익숙치 않아 매번 택시로 이동해야 했다. 생전 처음 와보는 샴수이포의 뒷골목 텅차우 스트리트에 위치한 오볼로를 선택하면서, 혹시 그때처럼 여행이 불편해지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객실문을 여는 순간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이 호텔을 첫날부터 선택하지 않은 내 자신을 나머지 3일 내내 원망했다. 방이 너무 예쁘고 훌륭해!!! 어짜피 가격도 그 어처구니 없는 에어비앤비 숙소와 별반 차이도 없는데!! OMG....


할로윈 테마로 꾸며진 작고 아기자기한 로비로 올라가니, 직원이 빠릿하게 체크인을 도와준다. 미니바는 물론이고 로비 한쪽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해피아워 스낵과 주류도 무료, 조식도 포함이라는 안내를 받으며 부티크 호텔 특유의 서비스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홍콩 전역의 5,000여 개 핫스팟에서 이용 가능한 와이파이도 개인별로 계정을 따로 발급해준다. 나처럼 유심이나 로밍을 사용하지 않는 여행자에겐 매우 유용한 서비스다. 










Room

홍콩 전역의 5개 오볼로 호텔 중에서, 웨스트 퀄룬 점의 특징은 바로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를 겸하는 호텔이라는 것이다. 여러 객실 타입 중에 부엌을 포함한 스튜디오형 룸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예약한 방도 바로 스튜디오 객실이다. 방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이 감동을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일단 홍콩에서 이 가격에 이렇게 광활한 객실 사이즈는 중심가에선 200% 불가능한 일이다. 넓이만 넓은 게 아니라, 디자인 자체가 정말 뛰어나다. 특히 그레이톤의 니트 재질을 그래픽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침실 외벽은 매일매일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하는 인테리어다. 침대 뒤로는 반짝이는 홍콩의 야경이 펼쳐진다.










Kitchen

싱크대 위에 놓인 할로윈 호박 바구니 속에는 감자칩과 로아커, 민트 등 취향 저격의 스낵이 가득 담겨져 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무료로 제공되는 미니바도 완전 센스쟁이. 맛있는 주스와 물, 맥주를 꼼꼼하게 챙겨 놓았다. 예쁜 일러스트 에코백도 선물로 놓여 있었는데, 나중에 깜박 하고 못 챙겨왔다. 흑흑.


부엌 공간은 참 마음에 들었지만 여기서 묵는 3일 동안은 접시도 한번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샴수이포엔 오래된 맛집이 너무나 많아서, 매일매일 로컬 맛집에서 포장해온 현지 음식 먹느라 바빠서....물론 포장음식 먹을 때도 조리대에 갖춰진 식기와 수저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 개수대에 사용한 그릇과 컵을 넣어두면, 매일 룸 클리닝하면서 깔끔하게 정돈해준다.  









Bathroom

아파트형 호텔이다 보니 욕실 시스템이 독특한데, 일반 호텔과 달리 보일러 전원을 누른 후 더운 물을 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전 현지인 아파트와는 달리 샤워실도 너무나 쾌적했고 더운 물도 콸콸 잘 나왔다. 특히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영국산 배스용품 Malin+Goetz 샴푸와 샤워젤의 질이 정말 뛰어났다. 


이번 여행에 따로 챙겨온 클렌징 제품이 하나 있는데, 고가의 스페인 에스테틱 브랜드 Ph Formula(피에이치 포뮬라)의 E.X.F.O 클렌저. 나의 피부를 책임져 주시는 한스 에스테틱 원장님께 부탁해 어렵게 구해서 여행가방에 챙겨왔는데, 이거 없었으면 피부상태가 어땠을까 싶다. 일반 클렌저와는 달리 거품이 거의 나지 않고 약 5분간 롤링하면서 마사지를 해주면 각질과 메이크업까지 다 클렌징이 되는데, 스킨케어를 따로 할 필요도 없고 피부톤이 화사+촉촉해진다.   








Happy Hour @ Lobby Lounge

저녁 시간엔 간단한 주류와 스낵을 제공하는 해피 아워가 있다고 해서 저녁에 로비 라운지로 내려가 본다. 할로윈 분위기로 따뜻하게 장식된 작은 라운지에는 투숙객이 꽤 많았는데, 저마다 행복한 휴식 시간을 갖는 모습이다. 맥주는 미니바에도 있으니 오늘 저녁엔 레드와인 약간과 안주거리좀 챙겨서, 여행잡지 읽기 삼매경. 


전반적으로 오볼로 웨스트 퀄룬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티크 호텔의 기본을 모두 갖춘 좋은 호텔이다. 유일하게 단점이라 생각했던 '위치'가 사실은 이 호텔을 더 빛내준다는 것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샴수이포는 홍콩에 남은 몇 안되는 보물같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여기 숨겨진 수많은 로컬 맛집의 진가를 알게 되면 시내에 널리고 널린 소위 유명 맛집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는 게 굳이 찾아낸 단점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5곳의 오볼로 호텔을 기획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지만 천재다. 웨스트 퀄룬보다도 시내에서 더 멀리 떨어진 오볼로 사우스사이드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최고의 디자인 호텔이다. 이외에도 홍콩 외곽에는 숨겨진 보석같은 신상 호텔이 여럿 있다. 곧 모두 가볼 생각이고.


하지만 한국인은 절대로 이런 외곽 호텔에 묵지 않는다. 무조건 교통이 숙소의 첫째라고 믿기 때문이다. 홍콩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고 좁은 도시다. 굳이 센터에 묵지 않아도 어디든지 15~20분 내외로 쉽게 갈 수 있다. 호텔 선택의 기준을 위치에서 퀄리티로 바꾸는 순간, 홍콩 여행의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다음 편엔 샴수이포의 맛집 탐방 고고!


오볼로 웨스트 퀄룬 홈페이지 http://www.ovolohotels.com/en/hotels/hongkong/ovolo-west-kowloon/

지금 씨트립 기준으로 비수기 객실가를 검색해 보니, 기본 룸은 11만원 대까지 나와 있다. 스튜디오는 15~20만원 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