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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올해 출간될 여행 에세이에 담고자 하는 주제였는데, 워낙 오랫동안 고민하던 화두였던지라 막상 글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 이 주제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아서 두서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INTRO
2012년 상반기에 홍콩과 말레이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여행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많이 접했다. 특히 홍콩의 경우 포에버 홍콩이라는 온라인 카페 덕분에 상대적으로 현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30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자신의 여행 일정과 심지어 면세점 쇼핑 내역을 정리한 엑셀 파일(!)도 빈번하게 공개하고 공유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짜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제발, 아무 호텔이나 상관없다는 말 만은!여행자들이여. 제발 아무 호텔이든 적당히 싸고 교통만 편하면 장땡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 집어치우길. 호텔도 이제 호텔 나름인 시대다. 심지어 똑같은 돈을 내고도 누구는 잠만 자고 일어나 적당히 뷔페 때우고 체크아웃할 때, 누구는 빈티지한 조명 아래 네스프레소의 신선한 커피를 마시며 키엘 샴푸로 머리를 감고 르크루제 그릇에 담긴 프렌치 브랙퍼스트를 즐길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이제 부티크 호텔에 눈을 뜰 때다.
지난 싱가포르 여행 포스트의 일부다. 수년 전부터 부티크 호텔과 디자인 호텔 열풍이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불기 시작했지만, 아직 한국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아직도 오성급 호텔의 판에 박힌 서비스와 음식에 만족하는 한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가이드북에 나온 명소'를 기준으로 여행 일정을 짜고, 현지 쇼핑보다 면세 쇼핑에 열광하며, 쾌적한 쇼핑몰과 뻔한 고급 호텔을 헤매며 온 하루를 다 보내는 자유 여행을 하는 것일까.
셀렉트숍 Konzepp @ Hong kong. 셀렉트숍은 '취향'이 곧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는,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도 같다
우리가 짧은 생을 살면서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평범한 한국인이 해외를 나갈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많아야 2~3번이다. 하지만 그 한정된 시간을 설계할 때는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의 손(여행사, 혹은 동반자)에게 맡겨 버린다. 심지어 내 돈을 주면서 '취향'도 대신 만들어 달라고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한 쇼핑몰 어딘가, 혹은 전 세계에 수백개 체인이 있는 표준화된 호텔 객실에 도착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패키지나 패키지st 자유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 당신의 여행은 도시와 상관없이 비슷해진다. 만약 이런 여행에 만족한다면, 그것은 취향의 문제다. 즉 여행 패턴만 봐도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녀를 보면 가끔, 고급 취향도 돈 주고 사는 세상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돈 드는 취미들, 돈 없으면 못한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취향과 안목이 절로 생기는 건 아닐테다.같은 월급쟁이로 살더라도 참 사람마다 삶의 방식은 다양한 것 같다. 사실 아무리 고소득자라도 여가를 충분히 못 즐기는 팍팍한 삶을 영위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하지만 오늘 어느 뉴스에도 나온 기사,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젊은층이 늘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 하다. 부자들의 단편만 흉내내며 허세부리는 이 시대의 월급쟁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전에 썼던 글의 일부다. 이 글을 여행에 대입시켜 정리해보자면.
트렌디한 스팟으로 돈들여 여행을 떠나는 행위를 마치 '원래부터 내 라이프스타일'인 척 하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스타일과 철학은 텅 비어 있고, 그 자리는 남들에게 사진찍어 보여주기 위한 일정이 대신한다. 한국인의 후기가 수두룩한 유명 맛집에 찾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의 경험을 내 취향인양 위장하는 자유여행은 이미 수많은 포털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지배하고 있다.
정작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꼼꼼히 모아서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다시 말하지만 취향의 문제다. 결국 여행은 삶에 대한 자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여행도 분명 삶의 일부이며, 동시에 매우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가장 섬세한 플랜이 필요한 순간인 것이다. 어떤 레스토랑과 카페와 호텔을 선택하느냐 하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처럼, 여행지를 즐기는 방식을 자신의 욕구에 최적화시켜 움직이는 '스타일' 자체가 강력한 컨텐츠가 되는 시대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을 지닌 여행자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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