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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김상현 옮김/민음사 |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른바 '써드 스크린'(모바일) 세상의 도래를 찬양하는 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지금, 정반대의 시각을 다룬 책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막상 읽어보니 제목 이상으로 새로운 insight를 많이 담고 있어서 기록 차 서평을 써본다.
'디지털 노예'의 일례로, 본문에서는 트렌드 리더인 여고생 '지나'의 예를 든다. 그녀는 가장 잘 나가는 클럽에 와서도 끊임없이 트위터로 다음 물색지를 찾고, 파티를 즐기는 대신 친구들과의 현장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다시 장소를 옮긴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느 곳에도 없는 존재"다.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활발한 관계를 맺지만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소외되어 있는 그녀와 같은 케이스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원거리 지향적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용해, 초국적 기업들은 더욱 손쉽게 전국적인 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할수록, 대규모 비즈니스로 생산되는 제품의 마케팅을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로컬) 비즈니스는 붕괴되고, 진짜 경험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는 실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살고 일할 물리적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어렴풋이 들어본 얘기이긴 하지만, CD로 재생되는 음악보다 LP의 음악이 우울증 환자에게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도 새삼 눈여겨 보게 된다. 또한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MP3 음악을 들으며 자란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가 들을 수 있는 수십만 개의 악음을 더이상 분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MP3, CD(1과 0의 디지털 기호 영역)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편향성은 온라인 상에서 정보를 접하는 매 순간 '단순한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즉, 포털 사이트의 메인, 검색 결과, RSS피드 등으로 매일 새로운 정보를 접하지만, 그것들은 누군가가 만든 선택적 여과 장치이고, 이는 우리의 세계를 편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가 '소셜'해 보이는 이유는 그 관계에서 돈을 벌려는 수많은 광고주를 위한 장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고로 디지털 세계가 주는 선택은 언제든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정보를 계속 입력할수록, 맞춤 광고는 더욱 정확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디지털 기술에 열광하는데 그쳐서는 안되며,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모두가 디지털 기술의 편향적인 속성을 파악하고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제당할 것이라고(Be programmed) 경고한다. 한국에도 소셜미디어 이용자 천만 시대가 도래한 지금, 깊이 생각해볼 메시지다.
2월 3주차 <반디 & 다음 View 어워드>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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