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HongKong

홍콩에서 미리 만난 2010년 연말 분위기와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by nonie 2010. 12. 31.
반응형








쇼핑의 미로 '하버시티'를 겨우 빠져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거리가 나를 맞는다. 12월 19일의 캔톤 로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기대감을 담은 들뜨고 풍요로운 공기로 가득 차 있다. 홍콩에 처음 온 거 티내고 싶었던 nonie의 첫날 밤은 육포도 사고 페닌슐라 호텔 앞도 서성여보고 레이져 야경쇼도 봐주는, 나름 보편적이지만 깨알같은 루트. 2010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홍콩에서 조금 일찍 가져온 연말 풍경을 하나씩 꺼내어 본다.








진리의 육포 비첸향에서 든든히 준비하는 안주거리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는 비첸향, 왠지 낮보다는 이렇게 밤에 오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황금빛 조명으로 육포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비추고 있는 매장 내부는 성탄 장식으로 더욱 화려하다. 많은 수의 방문객이 한국인이었지만 비첸향의 명성을 증명하듯 현지인들도 익숙한듯 몇 그램 주세요~하며 사들고 가는 분위기. 홍콩에서의 첫날 밤을 의미있게 보내려면 야경도 야경이지만 숙소에서의 맥주 한 캔을 맛있게 비울 수 있는 육포 쇼핑은 정말 진리! ㅋㅋ 

원래 여행 첫날엔 쇼핑을 잘 하지 않지만 두번 걸음 하기 어려우니 아예 선물용 육포도 골라본다. 국내 반입이 어려운(원칙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육포이든 금지ㅠ) 먹거리여서 그런지 매장 한켠에 따로 개별 진공포장된 제품이 있다. 포크, 칠리 포크(매운맛), 비프 등 서너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포크+칠리포크 2봉지를 골랐다. (각 170HK$) 이제는 서울 명동에서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메리트가 크게 없는 편이어서 많이 사진 않았다. 하지만 홍콩에 온 이상 매장에서 갓 구운 육포는 꼭 먹어줘야 한다. 동행한 삼성카드 윤대리님이 "종류 별로 다 주세요!" 를 외치신 덕분에 그날 밤 비첸향 육포 점령은 깔끔하게 종결.ㅋㅋ 









가장 아름다운 호텔의 야경, 12월의 페닌슐라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야경을, 12월의 페닌슐라 호텔 앞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에도 다양한 성탄 조명과 네온사인들이 있지만, 홍콩의 페닌슐라 만큼 화려하고 우아한 구성으로 외벽을 꾸민 장면은 만나보지 못했다. 페닌슐라의 야경을 특히 인상깊게 본 이유는, 단순히 돈을 들여 호텔을 치장한 수준을 넘어서서 명성의 자존심을 걸고 홍콩 도심 야경의 한 자락을 멋지게 장식했기 때문이다. 침사추이를 지나는 수많은 행인과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배경과 추억을 선물해주는 페닌슐라 호텔은 그 객실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투숙객이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호텔이었다. 만약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홍콩을 다시 찾게 된다면, 크게 망설이지 않고 이곳을 선택할 것 같다.








동양 최고 마천루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협주곡, 심포니 오브 라이트
입이 떡 벌어지는 페닌슐라 앞을 지나 예술적인 조망권을 가진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가로지르면, 홍콩 야경의 스케일이 갑자기 커진다.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들이 저마다의 빛과 색을 뽐내며 강가를 환히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8시에 시작하는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강가 앞 전망대를 메우고 있어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8시를 10여분 쯤 남겨두었을 즈음, 전망대 옆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로컬 가수의 공연이 끝나자 스피커에서 갑자기 원더걸스의 'Nobody'가 흘러나온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홍콩의 젊은이들이 노바디 댄스를 일제히 추는게 아닌가? 어려운 한국 가사까지 얼버무려 따라하면서 말이다. 잠시 이곳이 한국인가 착각할 정도로, 홍콩에서도 '한류'의 영향력은 너무나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레이저쇼 자체는 15분 정도의 다소 싱거운 레퍼토리여서 한국인에게는 큰 임팩트가 없을 지 모른다. 빌딩 꼭대기에서 가늘게 비어져나오는 녹색 레이저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뤄내는 비주얼이 요란한 불꽃 축제나 놀이공원 야경에 익숙한 한국 관광객에게는 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홍콩이라는 도시가 만들어내는 이 하모니가 너무 부러웠다. 훌륭한 관광도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강가에 있는 상업 지구 빌딩들이 매일 이런 서비스를 한다는 마인드 자체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게다가 무료로) 아름다운 야경을 선물해주는 홍콩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멋진 여행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