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HongKong

고급 쇼핑몰에서 서민들의 공원까지, 처음 만난 홍콩의 두 얼굴

by nonie 2010. 12. 29.
반응형



이 도시의 첫인상이 궁금했던 내게 카우룬(구룡)역과 침사추이 주변은 홍콩의 양면을 모두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도심 한켠에는 새 건물 냄새를 풍기는 명품 쇼핑몰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더 깊숙히 들어가면 평범한 홍콩의 일상을 코 앞에서 마주할 수도 있다. 어느 길로 향하든 막연히 상상하던 홍콩의 이미지 중 한 가지는 반드시 만날 수 있다. 나처럼 홍콩에 처음 와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다 해도, 결국은 둘 다 맞닥뜨릴 확률이 더 높다. 




AEL 구룡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한번 타면 바로 엘리먼츠 입구로 이어진다.

명품관이 즐비한 엘리먼츠의 2층.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워낙 매장이 넓어 한가로운 분위기.

1층 로비에는 갖가지 화려한 크리스마스 오너먼츠가 빛나고 있다. 사진찍기도 좋은 곳.

가장 눈에 띄는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오늘도 많은 아줌마들이 줄을 서 있었다.




홍콩의 신생 쇼핑몰, 엘리먼츠에 가다
홍콩 여행에서는 자신의 숙소가 홍콩 섬(남쪽)에 있는지, 구룡 반도(북쪽)에 있는지에 따라 여행의 시작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내가 처음 묵었던 호텔이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여행 루트는 자연스레 구룡 역에서 뻗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구룡 역과 지하에서부터 연결된 대형 쇼핑몰 엘리먼츠(Elements)를 외면하고 지나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명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홍콩 하면 떠오르는 쇼핑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싶다. 

우선 엘리먼츠는 2008년 이전의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다시 말해 지어진지 만 3년 밖에 안된 신생 쇼핑몰이다. 규모가 센트럴의 IFC몰보다도 더 크다고 하니 제대로 구경하려면 날 잡아야 되는 곳이다. 최근 세계적인 쇼핑몰의 흐름에 맞추어 단순히 매장만 큰게 아니라 다섯 구역의 컨셉을 목, 금, 수 등 세상을 구성하는 5원소로 나누어 오리엔탈의 이미지도 극대화시켰다. 명품 쇼핑에 관심이 없다면 자라나 H&M같은 SPA 브랜드 쇼핑을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고, Three Sixty 같은 고급 슈퍼에서 식재료를 살 수도 있다. 그리고 푸드 코트인 '푸드 빌리지'에도 여러 맛집이 입점되어 있어 특히 손님이 많아 보였다. (어떤 집은 줄을 서있기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홍콩을 찾는 건 여행자에겐 큰 축복이다. 세일 때문이 아니라 마치 1년 내내 준비라도 한듯 정성스레 꾸며놓은 오너먼트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만약 저 장식들이 없다면 이 삭막한 쇼핑 공간이 얼마나 휑할까 싶을 정도. 엘리먼츠의 1층 로비에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그림들이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눈꽃을 형상화한 무대에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앞으로 4~5일 간은 제대로 크리스마스 무드 흠뻑 느끼고 가겠구나. :)
 




낮에는 여행지가 아닌 일상의 침사추이.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 속에서 잠시 멈춰본다.

쇼핑 거리 한복판에서 고집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있는 청킹 맨션의 낡은 외관.




침사추이의 청킹 맨션 앞에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회상하다
최근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홍콩은 한때 영화라는 키워드가 그 도시의 전부였던 시절이 분명 있었고, 그때를 아련하게 추억하는 한국인도 너무나 많다. 청킹맨션은 그 시절을 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는 아름답고 슬픈 장소다.

나에게 홍콩 영화의 기억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남아있다. 중학교 때 베프였던 S양은 전형적인 홍콩 시네마 키드 (아니 그냥 홍콩영화 오덕;;;;)였다. 그녀는 특히 배우 금성무를 좋아해서 그가 나온 영화부터 홍콩 현지 잡지, 음반 등 거의 모든 것을 수집했는데, 자연히 같이 놀던 나까지 그가 나온 영화를 몇 편 보게 됐다. 그 중에는 금성무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으며 사랑의 유통기한을 읇조리던 중경삼림, 그리고 타락천사가 있다. 십수 년 후에 내가 그 영화의 촬영장 앞에 서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청킹맨션의 낡고 음침한 외관을 마주하니 왠지 그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조각조각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구룡 공원에서는 홍콩 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주말에는 가사 도우미들의 발길로 더욱 붐비는 구룡 공원의 풍경.




여자들의 놀이터로 변신하는 구룡 공원의 주말 표정
"왜 이렇게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들이 많지?" 주말에 구룡 공원을 찾은 여행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공원 길가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도시락을 나눠먹고 네일 아트를 하며 꺄르르 웃는 까무잡잡한 여자들의 행렬. 꽤나 넓은 공원 길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여자들만의 무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겐 어리둥절하다. 

여행 오기 전에 읽었던 콩남콩녀라는 에세이에는 구룡 공원의 주말 풍경에 대한 배경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금융과 경제 대도시가 된 홍콩에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격이 팽창함에 따라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되고,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가사 도우미들이 홍콩으로 몰려들게 된다. 특히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 각 12만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여성 인구가 유입되면서 현재 홍콩의 여초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이들이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공원으로 하나둘 몰려들면서 구룡 공원은 자연스레 그녀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한국에는 홍콩이 명품 쇼핑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홍콩에 와보면 한국 코스메틱 브랜드인 미샤를 비롯해 저가 화장품과 짝퉁 패션잡화 시장도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여성 수요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 하다. 




구룡 공원의 미니 폭포. 내가 찾았던 12월 19일에는 근처 학교 졸업식이 있어 더욱 인파가 많았다.

공원에서 바라다보이는 침사추이의 번화가와 빽빽한 빌딩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