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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서호주 자유여행] 프리맨틀과 퍼스에서 맛본 여러가지 먹거리들

by nonie 200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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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쓰다 보니 먹거리 사진이 들어갈 만한 적당한 구석이 없어서 한번에 몰아서 써본다. 프리맨틀과 퍼스에서 나의 허기를 달래줬던 몇 가지 요리들, 그리고 나의 빛나는 오후와 함께 했던 몇 잔의 커피들.









노천 카페에서 즐기는 바삭한 깔라마리
프리맨틀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다. 단, 꼭 밖에서 먹어줘야 한다. 오후가 되면 카푸치노 거리는 사람 돌아다닐 공간 조차 없을 만큼 노천의 식객들로 가득하다. 처음엔 노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이들을 그저 부러운 눈길로 지나치다가, 프리즌 투어를 하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큰 맘 먹고 한자리 꿰찼다. 프리맨틀의 점심 시간에는 야외 자리 잡기가 훨씬 어렵다. 아직 카푸치노도 맛을 못봤지만, 배가 고프니 일단 요리를 시켜보기로. 이탈리안 풍의 카페에서 내가 주문한 것은 바로 깔라마리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오징어의 쫄깃함, 그 위로 지나가는 상큼한 레몬즙의 향이 천상의 조화를 이룬다. 깔라마리를 씹는 순간 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 게다가 곁들여진 샐러드까지 어찌나 맛있던지. 발사믹 비니거와 올리브 오일의 단순한 드레싱을 소량 뿌렸을 뿐인데도 맛은 훌륭했다. 참, 오징어 튀김 밑에 깔린 크리스피한 감자튀김도 페퍼 콕콕 찍어서 같이 먹어줘야 한다. 프리맨틀의 건조하면서도 싱그러운 공기, 내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요리 한접시. 이것이 프리맨틀에서 식사하는 방법이다.










한국인에겐 역시 국물이야, 완탕면
갑자기 왠 중국집이냐고? 여기는 퍼스의 지하 푸드코트다. 호주까지 가서 중국 음식을 먹냐고 하시면 할말은 없지만, 오히려 어설프게 로컬화된 한식보다 다양한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먹는 편이 훨씬 낫다. 수많은 국적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한 곳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는 아마도 자연스레 발달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처음엔 그래도 현지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다 먹기도 하다가, 여행의 막바지에서야 푸드 코트에 가봤다. 근데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화려한 음식들이 아닌 바로, '국물'이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한 그릇의 따뜻한 국물이었던게다. 샌드위치, 햄버거, 빵..빵...빵....목 메이는 빵 따윈 더이상 먹고 싶지 않다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완탕면을 주문했고, 음식은 꽤나 빠르게 나왔다. 근데 오마이갓! 한국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완전 시원하고 개운한 맑은 국물...바로 이거야! 내 몸속의 느끼함을 한방에 날려주는, 훌륭한 한식의 대체 메뉴로구나. :) 쫄깃한 만두와 구운 치킨, 그리고 담백한 면발은 참으로 절묘하게 어울렸다. 오케이, 좋았어. 또 다른 나라 음식에도 한번 도전해보자.









나 지금 태국 온거니? 팟타이
푸드코트에서 도전한 또 하나의 메뉴, 바로 태국식 볶음 국수 팟타이다. 예전에 태국에 한번 갔을 때도 이 유명한 메뉴를 못 먹어봐서 이 기회에 한번 맛을 보자 싶었다. 푸드코트가 또 신기한 건, 각국 요리들을 현지인 출신들이 만든다는 거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의 푸드코트는 철저하게 로컬화된(한국화된) 외국 음식들만 팔지 않나. 이곳 퍼스의 푸드코트에서는 인도 음식은 인도인들이, 동남아 음식은 동남아인들이 만든다. 그래서 향도 짙고, 양념도 팍팍 들어간다. 밍숭맹숭이란 없다. 푸드코트 안에 꽉 찬 전 세계 향신료 냄새의 믹스란, 마치 호주 그 자체와도 같다. 어쨌든 난 태국 음식이 먹고 싶었을 뿐이고! 면은 살짝 오버되게 삶아진 듯 늘어져 있지만, 아삭아삭한 숙주와 푸짐한 해물 건더기를 비벼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싫어하는 고수풀은 살짝 옆으로 제껴두고.   











카푸치노 거리에서 맛보는, 카푸치노맛 젤라또
그 유명하다는 카푸치노 거리에서,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남들 하면 하기 싫어하는 청개구리 기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깔라마리를 노천 까페에서 로맨틱하게 먹고 나니 굳이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는거다. 그럼 아쉬운대로 카푸치노를 다른 방법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마침 식사 후 거리를 해매다가 한 젤라또 집을 발견했다. 손님도 꽤 있는 걸 보니 맛도 기본은 하겠지 싶어서 큼직하게 대짜로 하나 시켜봤다. (다이어트는 또다시 안드로메다로) 바삭한 와플콘에는 내가 고른 두 가지 아이스크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풍덩 얹혀져 있다. 카푸치노 맛, 그리고 딸기 과육이 보이는 딸기맛 젤라또. 뜨거운 햇살 아래 젤라또를 입에 물고 나는 또다시 카푸치노 거리 깊숙히 들어갔다. 햇살도, 젤라또도, 그저 혀에서 살살 녹는다. :)











30분 만에 내 앞에 나타난, 아이스 커피
퍼스의 햇볕은 참으로 뜨거웠다. 대로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원한 뭔가가 간절히 생각나기 마련이다. 나는 프리맨틀에서도 안 먹었던 아이스 커피를 퍼스에서 맛보기로 했다. 눈여겨 봐뒀던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했다. 근데 음악도 듣고 다이어리도 쓰며 기다리기를 한 30분 지났을까. 커피를 따서 끓여오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카운터에 다시 가보니 내 주문을 받았던 뚱뚱한 아시아계 여직원이 딴짓을 하고 있다. 어떻게 된거니? 물으니 아참, 미안해요. 깜빡했네요. 하며 조금만 기다리란다. 한 3~4분 만에 내 앞에는 아이스 커피가 비로소 나타났다. 커피 한 잔 먹기 힘들구나. 5천원이 넘는,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크림이 얹어진 커피를 먹으니 달달한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 오후 아이스 커피를 앞에 두고, 나는 여행의 막바지를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No! 글로리아 진스.
앞서 인터뷰 여행기에서도 한번 언급을 했지만, 서호주 퍼스에는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다. 대신에 유명 커피 체인으로는 글로리아 진스가 있다.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 안에는 어김없이 글로리아 진스가 있을 정도다. 이 브랜드는 호주 뿐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도 자주 봤고, 한국에도 있기 때문에 친숙하다. 열흘 간의 여행을 마치던 날, 나는 마지막으로 글로리아 진스에 들러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차가운 우유가 부드럽게 어우러져 입 속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커피를 마주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일기를 써내려 간다. 여행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진정시켜 주는 한 잔의 커피가 특별히 고마웠던, 이번 여행이었다. 혼자서도 이렇게 잘 해낼 수 있음을, 혼자라서 온전히 자유로워졌음을 깨달으면서, 나는 카페를 나서 또다시 인파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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