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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서호주 자유여행] 프리맨틀에서 느끼는 또 다른 자유로움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09. 4. 26.





2009년 3월 1일 @ Fremantle

프리맨틀로 왔다. 이곳은 퍼스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퍼스에서 그렇게도 많이 보이던 한국 사람들도 이젠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엔 유럽인 관광객들과 호주 사람들만 드문드문 지나다닐 뿐, 정말 한적하고 조용하다. 
퍼스에서는 편하게 다녔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고 방도 누군가와 함께 써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이곳의 환경이 나를 좀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의 소리에 좀더 충실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무작정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프리맨틀 역에 내린 3월의 첫날 아침, 그래도 아직은 내가 젊다는 걸 실감한다. 가이드북을 뒤져서 찾아낸 호스텔을 향해 뚜벅뚜벅. 활기찬 대학교 근처 거리로 다다른다. 젊음이 넘치는 호스텔 분위기. 잘 찾아온 것 같다. 그래. 잘 하고 있어, nonie. :)  


 





이곳 프리맨틀도 퍼스처럼 공짜 버스 '캣'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시내 중심으로 나가기가 참 좋다. 사실 시내 중심이라 해봤자 걸어서 한 20분도 안되는 거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걷는 것보단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여행자 입장에선 여간 편리한게 아니다. 숙소 근처를 조금 걷다가 역 앞에서 캣을 타고 '프리맨틀 마켓'으로 향한다.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마켓의 풍경, 그리고 오늘의 환상적인 날씨가 얼마나 멋진 조화를 이룰지, 버스 안에서 나의 마음은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마켓으로 가는 길, 그 유명하다는 카푸치노 거리(Cappuccino strip)에도 슬쩍 내려 걸어본다. 대로변에 있는 노천 카페 뿐 아니라 골목마다 아이스크림 집, 크레페 집, 커피숍들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어딜 들어가서 먹고 마셔도 그냥 맛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마켓은 주말과 월요일에만 열리기 때문에 오늘같은 일요일엔 마켓으로 먼저 가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소리,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함성 소리, 마켓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마켓 앞, 스코틀랜드 풍 치마를 두른 펑크족;;스런 거리 아티스트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열심히 공연을 한다. 민속 음악과 록을 결합한 무척 신기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부랴부랴 핸드폰 꺼내 동영상도 한번 찍어보고, 박수도 쳐보고. 공연은 주말 내내 이렇게 마켓 앞에서 열린다. 시간대 별로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데, 웃겼던 건 퍼스 시내에서 봤던 길거리 아티스트를 여기서도 봤다는 것. ㅎㅎ 암튼 펍 안에서도, 야외에서도, 너나 할것 없이 공연에 흠뻑 빠져든 일요일 오후의 사람들. 우리 모두는 프리맨틀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마켓 바로 앞에 있는 펍. 몇번을 망설이다 들어가 용감하게 맥주를 한잔 시켜본다. 대낮에 혼자 맥주 훌훌 마시는 여자는 여기서도 별로 많이 눈에 띄진 않지만;; 이런 공연 보면서 맥주 없으면 너무 서운해서 말이지. 사이즈도 젤 큰걸로다가.; 4종류의 생맥주를 직접 제조하는 이곳의 맥주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잠시동안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맥주만 마셔도 참 행복하다. 그렇게 프리맨틀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다. 


PM 7:47 @ Hostel

호스텔에 돌아와 대충 저녁을 때우고 노트북을 켜본다. 저녁이 되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편안해진다. 참, 여기 와서 드디어 인터넷을 확인했는데, 그닥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나 지난 4일간 놀라운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 뭔가 달라지기를 바랬다면 난 아직 진정한 여행자가 아닌가보다. 내 스스로가 달라져서 돌아가야 하는데, 나 없이 환경이 바뀌길 바란다면 그야말로 헛된 기대일 뿐. 무엇을 변화시킬 지 발견하는 것, 그것은 나의 숙제다.

이제 여행도 중반에 다다랐다. 자연스럽게 시간과 경험은 함께 흘러가고 있다. 물론 언제나처럼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좀더 투명해지고 있다. 무슨 직업을 택할지, 무엇을 열심히 할지 결정하기에 앞서서, 나의 직관에 충실하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다가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런 과정이 꼭 필요했다. 매듭 지을 건 짓고, 풀건 풀고, 그리고 나선 불도저처럼 앞으로 나아가자. 다시는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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