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단상

네트워크, 그리고 타인의 취향

by nonie 2009. 4. 12.
반응형


#
요즘 나의 화두, 아이러니하게도 '네트워크'다. 잘못하면 주변 이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한번은 정리를 해야겠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든 안하든,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인맥(친분이 아닌)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으며 매우 소홀하기 쉽다.(특히 결혼을 거치면 더욱 그렇다) 동기들 중 여학생 비율이 20%도 안되는 남성 위주의 캠퍼스 라이프를 보내면서, IT업계를 지나오면서, 주위의 많은 여성들이 같은 또래 남자들에 비해 인맥관리에 소홀한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난 그게 싫었다.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많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나를 많이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최근 1~2년 새에 많이 느낀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가 더해지면 피곤함의 무게는 두 배로 커진다. 온라인을 통한 네트워크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나의 15년차 온라인 라이프에서 수 차례 겪은 경험을 통해 비롯된 거지만.(이건 담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물론 나의 네트워크는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크의 Quality가 양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최근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반드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존의 어떤 네트워크에 진입했을 때 윈윈할 수 있을까. 더이상 기존의 방법과 위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고민의 끝은 결국, 내가 더 발전하고자 하는 분야의 학교 혹은 교육과정에 진입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완전히 결정되기까지, 당분간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거나 연락을 받는 일은 조금은 힘들어질 것 같다. 블로그를 통해 간간히 소식을 정할 예정이니, 지인들 부디 너무 서운해 마시길.     
 

#
얼마전 블로그에 대한 고민의 글을 올리면서 더욱 명확해진 사실은, 내가 블로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이제 그럴 단계가 지났다. 블로그는 단지 Tool일 뿐, 그 안에는 내 그대로의 내공이 다 담겨있다. 속일 수도, 피할 수도 없다. 블로그가 부실하다고 느낀다면, 혹은 블로그가 날 왜곡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 또한 나 자신이다. 예전에 내가 아는 한 프로그래머-_-는 누군가가 자신의 포스트에 질문을 하면 '잘 몰라도 아는 척'을 하기 위해 온갖 자료 다 검색을 해서 갖다붙여서라도 답변 포스트를 거창하게 해줘야 자존심이 지켜진다는 말도 들었는데, 어쨌든 그것도 허세 아닌가. 어쩌면 나도 여행이라는 '자유로움'의 가면을 썼지만, 실은 머릿 속은 한없이 팍팍한 사람은 아닌지. 게다가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치부되는 건 정말 싫으면서도 여행이란 테마를 이용해 '전문 블로거'라는 호칭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닌지. 그러니 컨셉이 잡히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이젠 전략보다는 블로그라는 툴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컨텐츠만 올릴 생각이다.  
예전에는 정말 테마가 뚜렷하고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블로그가 롤모델이었는데, 정작 내가 자주 읽고 구독까지 하는 블로그들은 그런 유형이 아니라는 것도 최근에야 깨달았다. 소소한 일상과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기록하는 블로그들, 그런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에서 큰 즐거움을 찾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무시했던 걸 요즘엔 반성중이다..단지 플랫폼의 차이인것을;;컨텐츠 자체는 너무 훌륭한 블로그가 많다. 전략과 의도를 가지고 운영하는 '전문' 블로그는 이젠 내눈엔 다 보인다. 그래서 블로그 자체로 어떻게 '떠'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는 거의 안본다. 그런 블로그들은 제목부터가 다르고, 본문에서도 자화자찬 홍보 문구가 너무 많아서(특히 요리 블로그들)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요리 블로그여도 라자냐 님의 블로그, 혹은 유난 드자이너님의 블로그처럼 일상을 스케치해도 내공이 다 나타나는 블로그가 진짜 블로그다. 워낙 오프라인에서도 전문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기에 블로그에서도 그 내공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블로그는 단지 자신의 전문성을 세상에 드러내는 통로일 뿐이라는 것. 그 단순한 진리도 모른 채 오늘도 많은 워너비들은 온라인에서 '전문가'로 눈에 띄고자 애를 쓰고 있다. 모든 건 세상이 평가하리라.



반응형

'ABOUT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익, etc  (0) 2009.04.27
와인장터, 공부  (0) 2009.04.20
은밀한 전생체험?  (2) 2009.03.31
엔지니어로 가득한 회사의 한계  (4) 2009.03.29
레시피  (0) 2009.03.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