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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깅을 며칠 쉬었다. 의도적인 것도 있었고 블로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개인적인 행보가 많이 달라지는 시점이기도 하고, 블로그의 행보도 달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컨셉에 대한 고민은 블로그가 탄생하던 시점부터 끊임없이 존재했다. 잡담성 일기장이 여행 전문 블로그로 변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과 진통이 필요했다. 얼마전 책상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 몇 개의 수첩이 튀어나왔는데, 하나같이 블로그에 대한 구상과 낙서로 가득한 걸 보고 내가 되려 놀랐다. 당시엔 이렇게까지 블로그에 대해 고민을 했었나 싶어서였다. 제목부터 카테고리, 컨텐츠 하나하나까지...모든 것이 내게는 즐겁고도 머리아픈 숙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여행 블로그로 알려진 지금에는 고민의 중심이 살짝 이동하는 걸 느낀다. 처음 블로그 주제를 여행으로 잡으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기존의 여행블로그와 차별화하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으며 목표했던 만큼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내 여행 경험은 기존의 여행 블로거들과는 다르다. 네이버의 수많은 여행기들이 관광이나 자비 여행인 것에 비해, 나의 여행은 출장 혹은 블로그의 매체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성 여행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하지만 컨텐츠의 내용 면에서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의 여행 경험을 토대로 사진과 글을 연재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블로그의 컨셉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한 결과이고, 최초에 의도했던 만큼의 블로그의 영향력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생각하는 파워 블로그란, 해당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매체 파워를 가진 블로그다. 아직까지 여행 쪽에는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블로그를 찾기 쉽지 않다. 굳이 꼽자면 트래블포스트의 편집장인 함동규 기자님의 블로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블로그는 직업적인 전문성을 토대로 실제 취재를 거친 여행 뉴스를 연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분같은 경우는 블로그 자체만 가지고도 팸투어 등을 유치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 그 외에 군소 여행 블로그들은 아무리 훌륭한 여행기를 생산한다 해도 이 정도의 파워를 갖긴 쉽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 컨텐츠는 검색 포털의 DB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렇다면 IT업계처럼 블로거가 기자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블로그, 여행 업계에서는 요원한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여행 기자 출신으로, 여행 블로거로써 나는 얼마나 여행업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까? 나는 매체가 되고 싶기는 한걸까? 기자스러운 컨텐츠와 블로거스러운 컨텐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확히 어떤 방향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걸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아직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당분간은 블로깅이 어렵거나 혹은 고민이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컨셉이 확실해지면 그 방향으로 고고씽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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