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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cotland

[스코틀랜드 겨울여행] 호그와트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곳, 에딘버러 성

by nonie 200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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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륙에서 가장 영국스러운 풍경을 담고 있는 오래된 도시, 에딘버러.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한국 여행자들도 런던 못지 않게
에딘버러를 필수 코스로 넣을 만큼 인기 여행지다. 하지만 내가 에딘버러를
진짜 가고 싶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소설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이
긴 방황 끝에 정착을 하고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 에딘버러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커피 한 잔과 함께 소설을 쓰던 카페는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됐다.
에딘버러 성은 에딘버러 최고의 관광 유적지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롤링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어린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던 곳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에딘버러와 해리포터,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에딘버러 성에 오니
소설과 영화 속 호그와트가 갓 튀어나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내 머릿속에
있던 소설 속 음산하고 칙칙한 마법 세계의 배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하지만 드디어 에딘버러 성에 왔다는 설레임도 잠시, 날씨는 점점 궃어지고
있었다. 비도 비였지만 바람이 너무 세서 도저히 우산으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성 입구의 티켓 판매소에 가니 꽃미남 직원이 "날씨 춥지? 어디서 왔니?" 하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와 순식간에 급방긋:) 성 입장료는 10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만원 가량이다.
성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위 사진의 전망대다. 에딘버러 시내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에는 아니나 다를까, 대포들이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어
옛 에딘버러 성의 전쟁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구 시가지 뿐 아니라 쇼핑플레이스로
가득한 신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에딘버러 성은 꽤나 많은 건물과 유적이 모여 있어 나름대로 루트가 필요하다.
이곳을 구경하는 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팜플렛에 그려진 지도를
보면서 자유롭게 찾아다니는 법, 또 하나는 시간대별로 출발하는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가이드 투어, 그리고 입장료에 2~3파운드를 더 보태고
보이스 가이드를 끼고 다니면서 돌아다니는 방법 등이다. 우리는 그냥 편하게
첫번째 방법을 택했다. 어짜피 보이스 가이드도, 일반 가이드도, 한국어 안내는
없었다. 추운데 바깥에서 벌벌 떨면서 영어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것은 특히나
피곤할 것 같았다. 실내 전시관을 중심으로 다녀보기로 했다.







성 내의 옛 건물을 이용해 다양한 테마별 전시관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대부분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한 전쟁 관련 전시물이 많은 편이다. 인상깊었던 건
전시관으로 향하는 계단 벽에 세계 전쟁의 역사를 선으로 표시해놓은 그림이었다.
1,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해 걸프 전쟁, 최근의 이라크 전쟁까지 표시되어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면 큰 국제 전쟁에 영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다. 반성과 remind의 의미일까, 아니면 단순한 기록일까.








사실 성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나 험악했던
관계로 유명한 건축물들을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헀다.







그래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이동하면서 부지런히 똑딱이로 남겨 본,
에딘버러 성의 풍경들.







nonie가 꼽은 에딘버러 성의 최고 볼거리는 바로 이곳, 지하감옥이다.
나중에 귀국하면서 물어보니까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여행자들도 간혹 있는듯
싶다. 입구가 좀 구석진데 있어 놓칠 수도 있으니 지도 보고 꼭 체크해서
가볼 만 하다. 옛날 에딘버러 성의 지하감옥을 소름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너무너무 어두운 관계로 사진은 못찍었는데, 위 스케치를 보면
지하감옥의 풍경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낡은 해먹이 걸려 있는 어둡고
축축한 감옥...비록 가상이지만 생전 처음 감옥에 들어와본다는 느낌이 드니 엄청
무서웠다. 게다가 퀴퀴한 냄새와 전쟁 포로들의 암울한 대화 소리까지... 모든 게
가짜지만 진짜처럼 꾸며놨다. 내 동생은 이곳이 제일 싫었다고 했지만 ㅋㅋ 난 여기가
지금도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여기저기 전시관과 체험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쥬얼리 뮤지엄에서 왕족들의 복식과
문화를 느껴볼 차례. 전시관에 입장하기 전에 잠시 앉아서 이 형형색색의 벽화를
가만히 바라본다. 롤링이 그려냈던 가상의 마법 세계는 어쩌면 옛 영국의
귀족 세계를 현대식으로 풀어낸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저 왕족들의
치렁치렁한 옷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들 옷이랑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다는.
오래된 고성을 이렇게 멋지게 보존하고,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세팅해서 선보일 수
있는 에딘버러. 아. 참으로 에딘버러는 이 못된 날씨와 옛것을 지켜나가는
불편함 속에서도, 참으로 넘기 힘든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질투가 난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수많은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남다른 역사 의식이 에딘버러 성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를 맞는 와중에서도
많은 걸 배워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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