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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빌 아일랜드를 아쉽게 뒤로 하고 다시 육지로 건너오니 어느덧
하루 해가 다 저물어 간다. 잠시 호텔에 들러 아픈 발을 조금 쉬게 해주고
가져온 여행 정보들을 이리저리 훑어 본다. 오늘 저녁은 어디 가서 먹을까?
목도 칼칼한 게, 시원한 맥주 한잔이 떠오르는 여행 둘째날 밤.
그래! 하우스 맥주 집을 가는거야. 그것도 정말 맛있는 집으로.
하우스 맥주 하면 오후에 갔던 그랜빌 아일랜드의 로컬 맥주도 빼놓을 수 없지만,
예일 타운에도 끝내주는 하우스 맥주 집이 있다고 해서 안가볼 수 없었다.
참고로 국내 가이드 북에는 어디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다. 밴쿠버
거주하는 일본인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다.^^ 이래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듯.
밴쿠버의 밤은 그닥 무섭지는 않다. 곳곳에 비행 청소년들이 좀 보이는 걸 빼면...
앗! 외환은행이 다운타운 한 가운데 떡하니 있네? 갑자기 서울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하지만 은행 안쪽의 모습은 우리네와 사뭇 다르다. 늦은 시각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은행 안에는 한국물건을 파는 슈퍼인 H Mart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암튼 반갑기도 하고, 징글징글하기도 하고;;
하얏트 호텔에서 시작해서 예일 타운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중간에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라는 식료품 상점이 있어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근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예일 타운에 다 와갈수록
밤길이 너무 고요했다. 정말 이런 곳에 술집이 있기는 있는 거야?
그런데, 메인랜드 스트릿(Mainland Street)으로 접어들자, 갑자기 환하게
불이 켜지고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왕창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술집들을 따라 계속 직진하다 보면 1111번지에 예일타운 브류잉 컴퍼니가 있다.
요 Y자 마크를 보고 한눈에 찾았다.^^ 문 앞에 사진과 같은 안내판이 있는데
산타나가 이번주 일요일에 온다구?? 진짜야 가짜야???;;
우린 저게 뭘까...갸우뚱 거리며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입구에서 우린 결정해야만 했다. 왼쪽으로 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무슨 얘기냐 하면,왼쪽에는 펍(Pub)이고, 오른쪽은 레스토랑이다.
맥주만을 마시기 위해 왔다면 펍으로, 안주와 식사를 겸하려면 레스토랑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메뉴의 차이 외에도 두 공간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펍은 스탠딩 테이블에서 서서 맥주를 마시며 현지인들끼리 흥겨운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다. 어두컴컴한게..아무래도 초행인 우리에겐 무리다 싶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야외 파티오에 앉고 싶었지만
시간이 10시가 가까워오는 시각, 벌써 Close란다. 실내 자리에 앉았는데,
왠걸. 여기도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가게 천장에는 5가지의 맥주 이름이 써있는 간판이 있다. 이 집의 하우스 맥주는
단 5가지 뿐이다. 레드, 옐로우(라거), 흑맥주 등이 있다.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외국인인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줘서 입장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캐나다는 이민자들의 나라인 만큼 동양인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물론 겉으로 보이는 차별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곳은 둘러보니
동양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현지인들의 명소인 듯 했다. 그래서 우리가 좀더
특별했나보다. 어두운 밤길을 헤쳐 지도 하나만 믿고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ㅋㅋ
그래도 맥주와 음식은 먹어봐야 아는 법. 일단 맥주를 시킨다.
우선 흑맥주 두 잔을 큰 사이즈로 주문했다. 사람들이 피자를 많이 먹고 있다면서
한번 먹어보잔다. 이집의 스페셜 피자(14$)를 하나 시켰다.
나왔다, 흑맥주! 사이즈가 제법 크다. 한 700ml정도 되는듯.
거품이 풍성하고 크리미한게, 진짜 하우스 맥주를 만난 느낌이다.
캠코더로 찍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팽개치고 일단 원샷! ㅋㅋ
맛이 참 부드럽다!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하우스맥주집의 흑맥주는
너무 쓰고 맛없었는데, 여기 흑맥주는 맛이 깊고 풍부하면서도 굉장히 마일드하다.
왠지 무한정 흡수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
테이블 외에도 바(Bar)에서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바에는 이곳만의
스페셜한 칵테일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저마다 흥겹게 술을
즐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도 잠시
밴쿠버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본다.
테이블에는 주로 여러 명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앉아 맥주와 이곳만의
맛난 요리를 즐긴다. 저 중앙의 테이블에는 나이 드신 4~5명의 캐나다 어르신들이
앉아계셨는데, 우리가 시킨 피자를 1인당 한 판씩 소화하고 계셨다는 ㅎㄷㄷㄷ
예일타운 브류잉 스페셜 피자.
이거 진짜 맛있었다! 강추~ 도우 스타일은 얇은 이태리 스타일이었고,
토핑이 아주 독특했다. 파란 사과가 얇게 올려져 있었던 것. 처음에는
사과 피자야?;;; 하며 무슨 맛일지 걱정됐었는데, 한입 먹어보니 오~처음 느껴보는
상큼한 피자 맛. 한국에 와서 해먹어보고 싶을 만큼 색다르고 맛있었다.
쫄깃한 치즈와 상큼한 사과, 그리고 골파와 베이컨, 토마토가 뿌려져 있다.
하얀 소스는 사워크림 or 요거트 맛이 났다.
야속하게 줄어만 가는 피자 조각들. 사실 얇아서 금방 다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맥주와 안주를 더 시킬 수 밖에 없었다.
밴쿠버 와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그 영국 음식, 피쉬 앤 칩스!
이 집의 추천 메뉴 중 하나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시켰던 건데, 탁월했다.
얇은 튀김옷이 입혀진 대구살은 타르타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감자튀김과 함께, 맥주 안주로 이보다 더 좋은 메뉴가 있을까?
이집에 왔다면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새콤한 코울슬로도 함께 곁들여 나온다. 함께 먹으면 역시 무한 흡수가 가능;;
밴쿠버 놀러오기 전 급작스럽게 했던 다이어트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필 받아서 맥주 작은 사이즈로 하나씩 더 시켰다. 옐로우빛의 라거와 레드를 주문했다.
역시 맛이 훌륭했다.
12시가 다된 늦은 시각에서야 예일타운 브류잉을 나오면서. 완전히 업된 nonie.
밴쿠버의 밤공기가 한층 상쾌하게 느껴진다.;;;;
예일타운(Yaletown)은 한때 창고 거리였던 지역을 리노베이션한 거리다. 뉴욕의
소호(Soho)처럼 최근에서야 급부상하고 있는, 다운타운에서 불과 10분 정도
떨어진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이다. 다운타운에서 쇼핑만 하는게 지겨워진다면
한번쯤 걸어서 찾아볼 만 하다. 인테리어 부티끄같은 세련되고 독특한 샵이 많아서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우리처럼 밤에 용기를 내어 찾아온다면
생각지도 못한 맥주 맛에 놀라게 될지도. 다음에 온다면 시원한 야외 파티오에서
맥주를 즐기고 싶다.
다운타운보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다. (저렇게 먹는데 총 50~60$ 정도 들었다)
하지만 충분한 값어치를 하니 추천하고 싶다. 찾아갈 사람을 위해 주소 남긴다.
Yaletown Brewing Company
주소:1111 Mainland Street
Tel:604-681-2739
주소:1111 Mainland Street
Tel:604-68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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