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밴쿠버에서의 3일째 아침이 밝아온다.
한치의 부족함도 없는, 9월의 밴쿠버 날씨. 이토록 화창할 수 있을까?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 밴쿠버의 주말은 또 어떤 모습일까?
난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그 나라의 마트와 시장을 일부러 찾는 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풍경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
주말이니 밴쿠버에도 특별한 플리 마켓이 없나 찾아봤더니,
역시나 현지인 블로그에서 얻은 귀중한 정보가 있었다.
바로
6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아침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 그것.
9월,그리고 주말에 밴쿠버를 여행하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를 실감하며,
아침식사 후 상쾌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느즈막히 호텔을 나선다.
파머스 마켓은 밴쿠버의 서너 곳에서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다운타운과 아주 가까운 넬슨 파크의 마켓을 방문하기로 했다.
랍슨 스트리트 중간에 가는 길이 이어져 있어 찾기도 쉽다.
정확한 위치는 Bute Street와 Thurlow Street 사이.
밴쿠버의 평범한 가정집들을 하나 하나 구경하면서 천천히 산책하다 보니
파머스 마켓의 개장을 알리는 표지판이 한눈에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벌써 두근두근. 진짜 여행을 하는 것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입구에서부터 아이를 안고 마켓을 찾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띤다.
한가로운 밴쿠버의 토요일 아침 풍경.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공원에는 할아버지와 아기가 폴로채를 가지고 열심히 공을 굴려대고 있다.
파아란 잔디밭에 아이가 낑낑대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채와 공은 요렇게 잔디밭 한 켠에 놓여있다. 원하는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다 놀고 다시 갖다두면 되는 듯 했다.
파머스 마켓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토요일의 한가로움이 묻어난다.
마켓은 넬슨 파크의 가장 안쪽 경계 도로를 타고 길게 늘어서 있다.
지금부터 마켓 구경 시작! 마켓은 9시부터 오픈하는데, 12시가 다 되어
마켓을 찾았는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신선한 먹거리를 쇼핑하기 위해 나온 현지인들로 활기찬 분위기다.
신기한 눈빛으로 어리둥절...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한 박스에 1.5$이 붙여진 감자들. 캐나다 감자는 색깔이 가지각색이어서 재미있다.
우리나라에도 붉은 감자가 있긴 하지만. 얘네 감자들은 크고 더 못생겼다.ㅋㅋ
봄부터 가을까지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는 로컬 농가에서 직접 기른 작물을
가지고 나와 이렇게 토요일마다 판매한다. 갓 따낸지 얼마 안된 채소와 과일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닐봉지에 직접 과일을 담는 밴쿠버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네 재래 시장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여기서 파는 갖가지 농작물과 소스, 식품들은 대부분 유기농이어서
매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믿고 찾는다고 한다. 역시나 곳곳에 Organic이라는
문구가 쉽게 눈에 띄었다.
곳곳에 여러 종류의 치즈를 파는 상점도 눈에 띈다. 캐나다 사람들도 치즈를
매우 즐겨먹기 때문에 무척 다양한 종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작은 치즈 조각들도 시식용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한번 먹어봤다. 앗! 너무 짜다;;
돌아다니다가 마켓 중간에 재미난 보드가 있는 걸 발견했다.
"너 오늘 여기서 얼마 돈 썼니?"라는 질문이 씌여있고, 가격대 별로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다.ㅋㅋ
지금까지는 한푼도 아직 안썼는데;;; 0~10$에 스티커 붙이기는 좀 민망해서 일단 패스;;
파머스 마켓에 농산물과 먹거리만 있는건 아니다. 각종 공예품이나 크래프트 제품들,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여러 제품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넬슨 파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멜론 헤드 니트 웨어"라는 니트 모자 가게가
매우 유명하다고 하니, 마켓을 방문한다면 유심히 볼 것. 이곳 말고도
그랜빌 쪽에서 니트 모자를 몇 번 발견했는데 디자인들이 꽤나 이쁘다.
마켓이 끝나는 지점에는 요렇게 각종 음료와 커피를 파는 차도 있으니
목이 마를 땐 이곳을 찾으면 된다. 시원한 뭔가를 마시고 싶긴 했는데
주로 스무디 류밖에 없어서 일단 패스.
자. 마켓 끝까지 왔으니 뭔가 주전부리좀 골라보러 다시 역주행해 보실까나?
가족끼리, 혹은 이웃들과 함께 삼삼 오오 마켓을 찾은 수많은 밴쿠버 현지인들.
이래서 파머스 마켓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흔해빠진 관광지같지 않아 좋고,
현지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고.
사실 아침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는 고프지 않고,
뭔가 달달하고 기운이 날만한 먹거리를 찾다가 여기서 발걸이 딱 멈췄다!
아주머니가 집에서 직접 구워오신 각종 타르트와 머핀, 스콘등이 진열된 곳이다.
모든게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네~ 가격도 1~2$ 사이로 저렴하다^^
내가 고른 것은 큼직한 블루베리 스콘.
태어나서 이렇게 촉촉한 스콘은 처음 먹어 봤다!
홈메이드 스콘이어서 일까. 모양이 반듯하지 않아도, 색이 고르지 않아도
그냥 정감있고 포근한 맛이 난다. 안에 통째로 든 블루베리도 새콤달콤하고.
잔디밭에 앉아 만사를 잊고 스콘에 집중하기 시작.
대추야자(Date) 잼이 들어간 파이인데, 이것도 장난 아니다.
위에는 자잘한 소보루로 살짝 덮혀 있고 안에는 온통 대추야자잼으로
가득차 있다. 참 쫀득하고 달달해서 한입 먹는 순간 세상의 시름을 잊었다는 ㅋㅋ
커피도 없이, 우리는 잔디밭에서 요넘들을 먹으며 여유롭게 휴식 타임을 가졌다.
빡세게 밴쿠버를 돌아다니느라 잠시 쉬고 있는 내 발.^^
곳곳에는 파머스 마켓에서 먹거리를 사서 아무데나 앉아 먹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을 안먹었다면 이곳에 일찌감치 나와 현지인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면 딱이겠다!
맨날 자잘한 것들을 사먹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캐나다 동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머니 뒤적뒤적하다 찾은 캐나다 동전들. 가장 작은 단위는
브론즈빛의 가장 작은 동전(1 Cent)이다.
마켓을 떠나 주변을 조금씩 돌아본다. 밴쿠버의 집들은 대부분 뾰족한 삼각 지붕에
예쁜 울타리를 가졌다. 동화속 집이라며 부러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게다가 집들이 아주 조금씩 모양이 다 다르다.
그런데, 데비 스트리트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많은 인파가 보이고
시끌벅적해진다. 무슨 일이지? 우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
일단 데비 스트리트 쪽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다음에 계속^^
파머스 마켓을 찾는다면 다음 정보를 참고하자.
넬슨 파크의 파머스 마켓은
6월 7일~10월 25일, 매주 토요일
오전 9:00~14:00에 열린다.
밴쿠버 부근의 파머스 마켓은 그 밖에 세 군데가 더 있다.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찾으면 편하다.
●Riley Park at Nat Bailey Stadium
(30번 애비뉴와 Ontario 스트릿)
매주 수요일 12:30~17:30 (6월 4일~10월 22일)
●East Vancouver at Trout Lake Community Centre
(East 15번가와 Victoria 스트릿)
매주 토요일 9:00~14:00 (5월 17일~10월 25일)
●Kitsilano at Kitsilano Community Centre
(10th Ave. and Larch St.)
매주 일요일 10:00~14:00 (6월 1일~10월 26일)
관련 웹사이트:
www.eatloc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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