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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대한민국 20대 미혼 여성의 미국 비자 쟁취기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07. 5. 25.


모두 날더러 내년으로 미루던지 대행사에 맡기라고 했다. 이전에 여행사에서 비자 업무를
담당했던 김 대리님도 '뭐 그리 급해요, 확실하게 갖춰졌을 때 받아요. 아무래도 힘들것 같은데...'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
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할 이유가 된다. 그밖에도
미국의 입장에서 흠을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현재 회사에 다닌지 1년이 채 안됐고
(이것은 직장인의 필수 준비 서류인 '소득금액증명원'이 없다는 얘기),
월급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나 외에 다른 재정보증인을
세울 처지도 아니었다. 내가 내 스스로의 탄탄함을 증명해야만 했다.

지난 2월 23일,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어 인터뷰를 포기하고 3달을 미뤘다.
시간은 총알같이 흘렀고, 5월 23일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번 더 미룰수 있었기에
인터뷰 전날 핀번호를 넣어 접속해보니 이미 만료됐다고 나온다. 이런...당장
내일인데 아무것도 준비된게 없단 말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갑자기 단 하루.

급히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기본적인 서류와 아버지 + 집 관련 서류는 다 준비했고,
문제는 나와 관련된 서류였다. 소득금액증명원 대신 원천징수 영수증과 갑근세 납부증명서,
통장 원본 등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걸 다 끌어모았다. 간만에 통장 정리를 했더니 한 면에
3면 분량이 다 겹쳐져 찍혀져 나오는 오류까지 발생;; 어쩔수 없이 인터넷으로 거래내역을 뽑았다.
비자용 5X5 사진까지 찍고 나니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156/157 관광비자 신청서를 쓸 차례. 이 서류의 심사로 비자 발급 여부가 판가름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관광' 목적을 뚜렷히 하는 것. 체류 기간은 4일로 짧게, 여행지는 뉴욕,
머무를 곳은 구체적인 호텔 이름과 주소 명시(물론 가라로;;), 여행 일정도 최대한 자세히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생의 로망인 할렘의 아폴로 극장, 눈앞에 아른거린다 ㅜ.ㅜ




 

다음날 오전 일찍 대사관으로 향했지만 이미 시간은 8시 30분, 인터뷰 시각인 9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은 일찍 가야 한다는데 왜 그런지 알것 같았다. 줄이 끝이 없었다.
핸드폰을 맡기고 몸 수색-_-; 후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면 택배 신청서를 쓰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서류 검토 줄에서 한참 기다리고, 또 서류 접수 줄에서 한참 기다리고, 지문 찍으려고 또 기다리고,
9시를 훌쩍 넘겨서야 대기번호표를 받고 인터뷰 장소인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린 존(Green Zone)으로 배정받았다. 어떤 의미인지 확실힌 모르지만 레드 존보다
안전할 거란 생각에 일단 안심이다.(물론 이 존 구분이 비자 발급과 전혀 상관 없다는 얘기도 있다)
앞에 대기한 사람은 무려 35명. 일단 숨을 돌리며 다른 이들의 인터뷰를 지켜보며 기다린다.
유창한 영어로 자기가 왜 미국에 가야 하는지 떠드는 연구원 아저씨, 교환학생으로 가려는
대학생, 아이 유학보내려는 아줌마 등등...각양각색의 한국인이 미국 땅을 밟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한국인은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
당당할래야 당당해질 수가 없다.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은 더더욱 초조하고 간절하다.

드디어 내 차례. 까다롭게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국계 미국인 영사가 내 담당이다.
난 무덤덤하게 서류를 비좁은 창구로 밀어넣었다. 떨리지도 않았고 의외로 담담했다.
"무슨 공부해요?"  "여행잡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무슨 회사에요?" "해외여행 잡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여기서 살짝 플러스가 된듯)
"미국엔 왜 가요?" "여름 휴가 때 관광 차 갑니다" (물론 이건 뻥이다. 난 친척집이 있기에ㅋㅋ
하지만 절대 이런 얘기는 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관광으로 간다고 해야 된다)
"어디로 가요?" "뉴욕입니다"
"누구랑 가요?" "여동생이랑 갑니다"
"해외여행 해봤어요?" "여러 번 해봤습니다"
(이때 157 서류에 잔뜩 적힌 과거 여행 기록을 슬쩍 본다)
(잠시 옆에 있는 통역관과 노가리를 까며;;; 웃고 떠들더니)

"잘 다녀오십시오. 택배는 일주일 정도....$%&*"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여권을 돌려주지 않으니, 난 비자를 받은 것이다. 혼자 힘으로.
대사관을 나오는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웠다. 3개월동안 끙끙 앓았던 비자 문제가 드디어
해결된 것이다. 너무도 쉽고, 허무하게.

다들 미국 비자 받기 힘들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게다가 한번 리젝되면 다시 심사할때
분명 불이익이 있다. 하지만 도전해볼 만 하다. 최근 영사가 바뀌면서 심사 조건이 많이
완화된 듯 하다. 예전같았으면 난 1순위로 리젝 대상이었다. 아마 다들 회사가서 얘기하면
많이들 놀랠 것이다. 여행 업계에 빠삭한 우리 회사에서도 다들 말렸던 미국비자인데
이렇게 성공기를 쓸 수 있어 기쁘다.^_^ 더이상 미국이라고 쫄거나 겁먹지 말자. 미국은
아직도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여행 후진국일 뿐이다.  



국내 최초로 멋진 미국 동부 여행 안내서 & UCC를 만들어 보려는 나의 계획,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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