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타이베이 호텔여행 4박 5일 - 1일차
중샤오신솅 역 근처의 화산딩 호텔에서 여행을 시작하면서, 일정은 자연스럽게 호텔이 있는 화산 1914부터 시작되었다. 이 일대는 6~7년 전에 대만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워낙 익숙한 곳이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면서 새로운 숍도 크게 늘었다. 특히 이번 여행의 첫 2박 3일은 동생 + 조카딸과 함께 한 여행이라, 아이 위주로 무리하지 않는 일정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 아이 눈높이에 맞는 맛집과 미술관을 천천히 다니며 흘러간 호텔여행 첫날.
건강한 맛의 채식 메뉴, 一碗來
화산딩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아기를 데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화산1914 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간결하고 담백한 대만 퓨전식 메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아기 동반 가족손님이 유독 많은 데는 이유가 있을 듯 해서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역시나 서비스도 편안하고 아이들을 위한 배려도 좋아서, 혼자 여행할 때는 잘 보지 못하는 점들이 새롭게 눈에 보인다.
이 곳은 식사와 한방 음료를 조합한 세트 메뉴가 여럿 있어서 외국인도 주문하기 편하다. 나는 유부가 푸짐하게 들어간 맑은 국물의 국수와 시원한 아이스 꽃차를 주문했는데 슴슴한 맛이라 아주 잘 먹었다. 대만 특유의 향이나 고기 냄새가 싫다면, 채소 위주로 음식을 만드는 이곳이 마음에 들 것이다. 고기덮밥도 시켰는데 아이도 무척 잘 먹었다.
이모와 조카
타이베이 파인아트 뮤지엄 (Taipei Fine Arts Museum)
화산 1914에서 우버를 불러, 타이베이 북서쪽에 위치한 파인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대만에 거의 매년 오는 나도 처음 와보는 미술관이다.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로 티켓을 손쉽게 구입했고, 7세 이하 아동은 무료인데다 일요일도 문을 여니 가족여행 스팟으로 딱이다. 이런저런 전시도 재미있지만 전시장에서 내려다보는 타이베이의 시내도 새롭다. 뮤지엄 카페에서 시원한 흑당 밀크티를 마시며, 카페 구석에 마련된 귀여운 미니 주방에서 아이가 소꿉장난하는 걸 구경했다.
1층 숍에서 몇 가지 기념품을 샀다. '셰셰'를 열심히 연습한 아이가 대만 돈을 내밀자 점원도, 외국인 손님들도 모두 유쾌한 미소를 짓는다. 타이베이는 어디를 가든 아동 친화적인 곳 천지고, '노키즈 존'은 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근처의 교통 안전 구역에도 엄마 대신 아빠가 아이 손을 잡는 그림이 그려져 있을 정도다.
일요일의 마지 스퀘어
타이베이 파인아트 뮤지엄 맞은 편에는 마지 스퀘어가 있다. 여기는 여행기를 연재하지 않았던 지난 번 대만 방문 때 처음 방문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마지 스퀘어는 주말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일요일에 미술관을 보고 여기서 시장과 길거리 공연을 둘러보면 딱이다. 특산물 시장은 거의 파장 분위기라, 내가 좋아하는 숍인 마지 푸드 & 델리로 향했다.
마지 푸드 & 델리는 지난 번 방문때 와보고 반해버린 곳이다. 대만 전역의 다양한 식재료를 브랜딩해서 판매하는 숍으로, 최근의 대만 식문화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다. 나는 타이베이 일정이 끝나면 도쿄로 가야 해서 쇼핑 짐을 늘리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제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다양한 건면이나 대만 소스, 잼, 곡물 부터 낱개로 포장해서 파는 망고와 다양한 과일도 살 수 있다. 호텔에서 먹을 것만 몇가지 간단히 사서 우버를 불렀다.
음식도 분위기도 너무 좋은 카페 겸 식당, 特有種商行 (Real guts cafe)
숙소가 있는 중샤오신솅 역 근처에서 딱 여기다 싶은 곳이 있어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 카페를 찾았다. 비밀의 정원처럼 녹색 식물로 꾸며진 입구부터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내부 공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침에 타이베이에 도착해서 저녁까지 빡세게 다니다 보니 무척 피곤했는데, 이곳의 재미난 인테리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랄까. 직원의 접객 서비스도 매우 친절하고 사려깊다.
이곳의 음식은 대만과 일식의 퓨전인데, 카페 밀(cafe meal) 스타일의 한 끼 식사 종류가 많아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집에서 유명한 메뉴는 주먹밥 정식과 고기 덮밥이어서 두 가지 세트를 주문하고, 수제 맥주인 타이완 티 에일 한 병을 주문했다. 술은 술장고에서 자기가 꺼내와서 자유롭게 마시면 되고, 셀프 바에서 물도 자기가 알아서 준비하면 된다. 집같은 공간이다 보니 돌아다니면서 이런 것들을 꺼내오는 것도 눈치볼 필요가 없는 구조다.
고기와 계란을 얹은 푸짐한 밥과 주먹밥 + 돈지루 정식은 둘다 매우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대만의 평균적인 밥값보다는 당연히 조금 비싸지만, 아이가 있는 여행에서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편안한 실내에서 식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음식 맛까지 훌륭하니 더 바랄 게 없다. 오랜만에 자매의 의기투합과 아이동반 여행에 나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더해진 여행의 첫 날은, 다행히 실패없는 맛집 순례로 마무리.
위 식당이 있는 동네에 위치한, 화산딩 호텔 리뷰는 아래 포스팅에.
2019/06/07 - 타이베이의 과거와 현재가 만난 신상 호텔, 화산딩 바이 코스모스 크리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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