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Korean Hotels - 흑백영화의 하루,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

곧 출간할 호텔여행 책을 준비하면서 문득, 한국 호텔의 경험치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호텔을 뒤졌다. 

가장 서울다운 감각을 가진 호텔은 어디에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남산타워 뷰가 멋지다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을 선택했다. 뜻밖에 내린 비를 맞으며 간만에 여유를 되찾았던,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에서의 1박 2일.









Lobby & Check In

엄마와 함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의 남산 트래킹 패키지 1박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점잖은 분위기의 로비와 객실이 주는 특유의 인상 때문에, 앰배서더 계열 호텔(노보텔, 앰배서더 등)에는 '클래식'한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디자인으로 힘을 준 이곳의 로비는, 여기가 앰배서더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 사진보다는 실제 인상이 좀더 경쾌하다. 로비 천정에 그려진 만화 일러스트, 하늘 높이 설치된 모던한 장식장 등은 호텔이 위치한 '충무로'의 영화를 키워드로 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사전에 모른다면 눈치채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전에 이곳 투숙기를 많이 읽어봤는데, 충무로 테마를 언급한 리뷰는 거의 없었다. 


체크인 시의 장점이라면, 역시 타 호텔 대비 1시간 빠른 오후 2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사우나를 이용하고 싶다면, 사용시간을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1시간에 입장 인원을 3명 선으로 제한한다. 또한 사우나 키를 사용 전에 로비에서 받아가고, 1시간 사용 후 다시 로비에 반납해야 한다. 









Standard Double Room

이코노미 호텔이기 때문에, 전 객실에 스위트가 없고 16~24제곱미터의 아담한 객실(스탠다드/슈페리어)로 통일된 것이 특징이다. 19층 코너의 조용한 객실을 배정받았는데, 객실 위치나 동선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또한 혼자 묵기에는 적당한 크기로, 다소 좁은 욕실을 빼면 객실 자체는 일본이나 홍콩 호텔처럼 갑갑하지 않다. 1박에 10만원 대 초반 가격과 시내 한복판의 위치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스테이다. 









욕실은 좁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선호한다는 '욕조'가 전 객실에 없다. 그 대신 이곳에서는 사우나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나도 첫날 샤워나 입욕은 저녁 늦게 사우나에서 마무리했다. 밤 12시까지 운영하니 미리 예약해서 더 쾌적하게 피로를 풀면 좋겠더라. 

어메니티로 눈에 띄는 것은 이니스프리가 제공하는 화장품 샘플인데, 명동의 호텔다운 윈윈 제휴이자 투숙객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서비스다. 커피도 저렴한 커피 믹스 대신 커피빈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를 비치해 놓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날따라, 비가 그칠 줄을 몰랐다. 호텔 일대를 돌아보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밀린 원고를 쓰면서 오후를 마무리했다. 이제 호텔이 여행의 범주에서 벗어난 지는 꽤 된 것 같다. 호텔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남의 시선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방음 잘되는 조용한 방을 하루 빌려 일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니바에는 두 병의 무료 생수가 있고, 일할 때 필요한 커피도 있다. 호텔 옆 이마트24에 가는 귀찮음을 겪지 않아도, 당분간은 버틸 만 하다는 뜻이다. 










비오는 날의 충무로, 그리고 명동성당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을 넘게 살았어도 여전히 명동은 어색하다. 관광지가 되고난 후 더 어색해졌다. 작년에 한겨레에는 '나는 가지 않는 당신의 관광지, 명동'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생각해보니 30대가 되고 나선 중국인과 화장품 로드숍으로 가득한 명동의 대로변은 피해 다녔다. 을지로나 청계천, 남산은 좋아도 명동은 싫었다. 기사를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충무로? 충무로에 뭐가 있는 지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 재밌는 건, 서울의 여러 호텔에 묵다 보면 그 주변을 좋든 싫든 구경하게 된다. 평소 지하철에서 내려 왔다갔다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동선으로 말이다. 명동성당으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충무로 골목으로 우연히 접어 들었다. 어릴 적 필름 카메라 현상할 때 찾던 오래된 카메라 상점과, 새롭게 자리잡은 카페나 빵집들이 어우러져 있다. 워낙 노포 맛집도 많은 동네인데, 혼자 와서 맛을 못 보는 게 못내 아쉽다.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는 명동성당이 있다. 2014년에 문을 열었다는, 성당 지하의 쇼핑센터를 이제서야 처음 와본다. 무척 편안하고 세련된 공간인데다,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바깥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분위기에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줄 서서 사간다는 르빵의 밤식빵은, 다음 날 다시 와서 한 봉지를 운좋게 샀다. 인터파크 오프라인 서점에 전광수 커피까지, 없는 게 없다. 성당 맞은 편 명동 고로케에서 고로케를 욕심껏 3개나 사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호텔로 컴백. 









명동의 야경과 사우나

낮에 촬영차 잠깐 들렀던 사우나와, 밤의 사우나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특히 노천 욕탕은 창 윗쪽이 뚫려 있어서 바깥 공기와 소음, 그리고 밤의 분주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아직은 '서울답다'는 말에 해당되는 이미지가 별로 많이 떠오르진 않지만,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사우나라면 그런대로 서울답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아닐까? 탕에 들어가서 앉았을 때 바깥이 내려다 보이지 않게 반투명 처리가 된 창이 아쉽지만, 워낙 고층의 사우나여서 안전상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아쉽게도 이날은 비가 와서 타워가 시야에 잘 보이지는 않았다. 









AM 7:00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는, 역시 도심 속 호텔이 주는 큰 만족감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잠깐이나마 러닝머신을 뛸 때면, 매일 보는 서울이 조금은 낯설고 거리감있게 느껴진다. 사우나 예약을 다시 하기엔 너무 번거로우니, 샤워는 객실에서 간단히 하고 조식당으로 향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의 또 다른 특징은, 조식이 객실가에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호텔처럼 객실 따로, 조식 따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곳의 심플한 조식 뷔페에 불만을 가진 리뷰도 종종 올라온다고 하는데, 이것은 호텔마다 정책이 다른 것이다. 푸짐한 조식을 먹는 대신 객실가에 플러스 알파를 더 지불할 것인지, 심플한 조식이 포함된 합리적인 객실가를 선택할 것인지는 구매자가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다. 

직접 먹어본 내 소감으로는, 간단한 쌀죽과 요거트 및 과일, 그리고 조리된 몇 가지 요리(볶음우동, 스크램블 에그 등) 와 신선 식재료까지 갖춰져 있어서 간이 뷔페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풀 뷔페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딱히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 더구나 추가금이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더 그렇다. 


만약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컨시어지에게 무엇을 질문했을까? 이 호텔을 찾는 자유여행자들은 대부분 여행정보를 잘 조사해 온다고 하지만, 사실 서울에 30년을 넘게 산 나조차도 충무로가 가진 스토리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명동과 충무로 일대에서 관광객이 가지 않는 골목을 걷는 워킹 투어나 미식 투어가 있는지, 나라면 물어볼 것 같다. 충무로의 이미지를 차용한 호텔에 묵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행자에게 구체적으로 와닿아야, 명동의 수많은 호텔과 좀더 차별화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아마도 가장 호텔간의 경쟁이 치열할 명동의 도심을 내려다보며, 많은 생각이 스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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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둥 2018.06.01 07:31

    여기 르스타일바 라는 루프탑 바 가 좋더라구요.
    탁 트여있는 남산뷰라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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