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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Finland

탈린 구시가 여행 - 탈린 최고의 맛집, 올드 한자에서의 느긋한 점심식사

by nonie 2017.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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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Tallinn - 탈린 최고의 맛집, 올드 한자에서의 느긋한 점심식사

헬싱키에서 실야라인 크루즈를 타고 탈린으로 건너와 스파 호텔에 묵는 여유로운 2박 3일 여행! 첫 일정은 탈린을 대표하는 구시가지부터 찾아가 본다. 본격 탐험을 하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은, 탈린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맛집인 '올드 한자'다. 관광객용 맛집이라 생각했던 나의 편견은, 시작부터 와장창 깨졌다. 수준높은 서비스부터 오랜 로컬 레시피를 담은 한 접시까지, 모든 면에서 이번 헬싱키~탈린 2주 여행 중 손에 꼽는 훌륭한 식사였다. 








성벽 저 너머로 펼쳐지는, 낡은 동화책같은 마을

발트 3국 여행은 내 여행인생 15년의 오랜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다. 핀란드 출장과 연계해서 이렇게 빨리 소원이 이루어지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관광업에 있어 서로 조력 관계에 있고, 크루즈로도 불과 2시간 거리로 이어져 있어 오가기 쉽다. 그래서 핀란드 측을 통해 나의 방문 사실을 알게 된 탈린 시에서 특별히 자유 일정을 마련해 준 것이다. 


헬싱키에서 머물던 시간이 조금 전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탈린의 구시가지 성벽 입구에 서 있다. 1월의 탈린은, 헬싱키보다 더 추운 듯 하다. 곧 해가 지니 빨리 움직여야겠다. 










활기 넘치는 여름에 비하면 인적 하나 없는 적막한 풍경이지만, 탈린의 자랑거리인 구시가지의 빈티지한 매력은 여전하다. 오래된 동화책의 한 페이지 속에 들어간 듯한, 비현실적인 파스텔톤의 세모난 집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좁고 높은 골목 사이에서 구글맵을 들고 헤매는 것도 잠시,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헬싱키에서 이동하느라 점심도 거른지 오래다. 


그래서 먼저 찾은 곳은, 탈린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레스토랑 '올드 한자'. 탈린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그 앞을 지나쳐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웅장한 크기의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타임머신을 탄 듯, 분위기와 맛에 취한 점심식사

개인적으로 여행지로서 구대륙(유럽)을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 '오버-투어리즘'(지나친 수의 관광객으로 인해 현지인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현상)이 유독 두드러지는 서유럽에, 나까지 한 몫 거들고 싶지 않다. 중세시대의 흔적을 보존한 탈린 구시가지 역시 현지인의 삶이 배제된, 일종의 관광객용 지역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올드 한자에 들어서자 완벽한 중세시대 옷을 입고 주문을 받는 직원을 보며, 더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입장하자마자 깨달았다.


일단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바깥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온 듯, 혹은 어릴 적 서양 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듯 낯설지만 따뜻한 공간이다. 혼자 온 내게, 중세시대 인형처럼 옷을 입은 여직원은 아름다운 창가 자리를 권했다. 곧이어 콘로우 헤어에 기사도 코스튬을 한 젊은 청년이,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시종일관 유쾌한 제스쳐와 유창한 영어로 능숙하게 추천 메뉴를 알려준다. 그가 이 집을 대표한다며 자신있게 추천한 메뉴는, 한국과 일본의 블로그 후기에 등장하는 요리와는 전혀 달랐다. (내가 미리 조사해온 메뉴를 묻자, 이걸 왜 먹지?라며 반문했다) 











역시 맛집의 본질은 '맛'이던가. 그가 추천해준 올드 한자의 대표 메뉴는 바로 '버거 마이스터'. 그야말로 접시 하나에 모든 맛이 다 담겨있다. 3가지 종류의 야생고기 스테이크와 완벽한 캐러멜라이즈 양파, 마늘을 얹은 리조토에 치즈케익까지. 이 집의 전매특허인 달콤한 허니비어 한 잔 곁들이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게다가 오롯이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은, 한 턱 높은 창가 자리에 단독으로 마련된 테이블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후식으로 내온 로즈 푸딩 역시 오랜 에스토니아의 로컬 레시피 그대로다. 위에 얹은 장미 꽃잎은 식용이니 꼭 먹어보라는 직원의 말을 따라, 부드러운 크림 푸딩을 한 스푼 떠서 꽃잎과 함께 입에 넣었다. 사각사각한, 처음 맛보는 장미의 향기로운 식감과 고소한 아몬드 크림의 달콤함이 뒤섞인다. 그렇게 올드 한자에서의 점심시간은,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속에서 순식간에 끝났다.








Nonie @ Seoul(@nonie21)님의 공유 게시물님,



탈린을 간직하는 달콤한 방법, 올드 한자의 퍼지

하지만 아직 올드 한자에서의 볼일은 다 끝나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 탈린 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내게 여러 번 주문한 게 있다. "아몬드 퍼지 그거 꼭 좀 사다줘. 금방 다 먹으니 제일 큰 걸로. 다른 데서는 사면 안돼. 올드 한자에서 파는게 오리지널이야"라고 말이다. 어쩐지 직원들이 자꾸 식당 안과 밖을 오락가락한다 했더니, 식당 바로 앞에 조그맣게 부스를 마련해 놓고 퍼지를 팔고 있다. 


친절하게 시식을 권하는 그녀들의 동글동글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퍼지 조각을 연신 입에 털어 넣는다. 그리곤 홀린 듯이 아몬드 퍼지를 한 자루 샀다. 단짠의 조합인 솔트 퍼지도 물론 맛있지만, 역시 시나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옛 레시피 그대로의 아몬드 퍼지는 가히 중독적이다. 한국에 와서도 두고두고 탈린을 떠올리게 되는 맛이다. 










아몬드 퍼지 한 자루에 금새 묵직해진 가방을 메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헬싱키와 마찬가지로 탈린의 1월은, 참으로 해가 짧다. 이제 막 오후 3시 반을 넘겼을 뿐인데, 야속하게도 거리는 금새 컴컴해진다. 더 많은 곳들이 셔터를 내리기 전에, 손에 쥔 '탈린카드' 신공을 빨리 써먹어야 할 타이밍이다. 이제 진짜, 본격적인 탈린 구시가지 탐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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