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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시카고 여행 Day 5. 우아한 예술의 공간, 시카고 미술관 & 호텔 탐방

by nonie 201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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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의 시간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아껴뒀던 볼거리 하나를 골라 하루를 오롯이 할애하기로 했다. 밀레니엄 파크 한 켠을 차지한 채 웅장한 위용을 뽐내는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는 역시 미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명소다웠다. 미술관 산책을 마치고, 이번 여행에서 아쉽게 숙박을 하지 못했던 호텔에 잠시 들렀다. 사진보다 백만배는 더 아름다웠던 호텔 로비에서, 미술관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여행의 순간.











시카고 최대 미술관,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

버진 호텔 시카고에서 1박 하던 날, 호텔 앞에 밀레니엄 파크가 있으니 자꾸만 파크 쪽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그래서 오며가며 계속 아껴두고 있던 미술관에 오늘은 가보기로 했다. 미술관 관람을 아껴둔 이유는, 입장료가 25$로 꽤나 비싼 편이니, 시간이 좀 넉넉한 날에 가서 느긋하게 다 보고 올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파크에서 고가다리를 넘어서 들어가는 게 편한데, 다리 위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시카고의 멋들어진 빌딩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은 기대보다 훨씬 멋있었다. 특히 고전적인 유럽 풍의 건축물과 미국의 현대미술 전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공간은 역시 미국 예술의 현재를 일부나마 느껴볼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런던의 대형 미술관들이 입장은 무료지만 특별전에 따로 티켓팅을 하는 방식이라면, 미국의 대형 미술관은 보통 티켓 가격은 약간 높은 대신 다양한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나름 장점이다. 대신 미리 비축해 놓은 체력과 넉넉한 시간은 필수다.  













시카고 미술관에 온 건 딱히 보고 싶은 작품이나 작가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선에 따라 큰 전시관 위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 앞에 나타나는 작품은 고흐나 모네 같은 유럽의 대표 작가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 LA의 게티 미술관 정도만 보면 미국의 대표 미술관은 그래도 가봤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메트로폴리탄은 이번에도 못갔다.;; 











사고의 연속이었던, 시카고 여행

미술관 2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혼자 앉아서도 느긋하게 먹을 수 있도록 벽을 따라 칸막이 좌석이 설치된 게 인상깊었다. 그래서 겨우 한 자리를 잡고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해 앉으려는 순간, 실수로 음료를 쳐서 모두 쏟아버리고 말았다. 평소 마시는 아메리카노같은 맑은 커피 한 잔이었으면 수습이 빨랐을 텐데, 생전 먹지도 않던 크림 얹은 초콜릿 음료가 엎어지는 바람에, 바지와 신발은 물론 테이블과 바닥까지 뒤집어 씌우는 큰 사고를 친 것. 여행 초반에 현금 도난 사건으로 우울했던 기분을 겨우 진정시키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숙소에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카고 미술관이 자랑하는 미국 현대미술을 본격 감상해야 하는 타이밍이 왔음에도, 관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일찍 미술관을 나와야만 했다. 옷과 신발에 초콜릿을 뒤집어 쓴 상황에서 느긋하게 미술을 즐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나를 위로해주었던 건 미술관 숍인 '더 모던 숍'이었다. 거기서 베를린 사는 친구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시카고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핸드메이드로 재현한, 독특한 입체 카드였다. 미술관 맞은 편에 잠시 들르고 싶은 호텔이 있는데, 혹시 거기 가면 카드를 쓰며 앉아서 쉴만한 공간이 있지 않을까. 한번 가보자. 











호텔이 아닌 예술의 경지, 빈티지한 시카고 호텔

얼마전 오픈한, 옛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시카고의 한 호텔로 향했다. 여행 전에 몇 번이나 검색해보고 탐을 냈던 호텔이었다. 건물에 들어서면 바로 호텔이 나오지 않고, 식당과 카페 등이 있어서 자칫 여기가 맞나 싶다. 용기를 내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지금껏 한번도 '호텔'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지 못했던 그림이 펼쳐졌다. 위대한 개츠비 시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고풍스러운 가구와 액자, 그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낯선 방문자를 응시하는 어둠 속의 실루엣들. 











만약 몇 만원 차이로 예약을 포기했던 이 호텔을 그냥 선택했다면, 내 시카고 여행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런저런 여행직구 실험을 한답시고 경매로 낙찰한, 마음에 들지 않은 호텔에서의 찜찜한 시작과 오늘의 에피소드가 이 호텔의 압도적 아름다움과 극명하게 겹쳐진다. 사실 시카고를 두 번 올 일은 없을텐데, 좀더 과감하게 투자했다면 더 좋은 콘텐츠를 얻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아쉬움조차 내겐 배움의 과정이다. 다음 여행에선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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