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중심부에서 시작한 첫날 여행에 이어, 오늘은 훌쩍 위로 올라가 본다. 시카고에서 가장 화려하고 소비적인 거리 매그니피센트 마일을 따라 걷다 보면, 고개를 완전히 꺾게 만드는 초고층 건물 존행콕 타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동안 다녀본 수많은 전망대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르지 않았을까? 밝은 오후부터 해가 진 밤풍경까지 시카고의 시시각각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아내고 나서야, 뿌듯한 맘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저녁엔 서쪽 동네에서 유명해진 바로 그 햄버거, 쉑쉑버거에서 의외로 엄청 맛있는 채식 버거를 만났다.
Lunch @ Argo Tea
이날은 시카고의 멋진 호텔, 프리핸드에 체크인을 한 날이었다. 짐싸고 호텔 옮기고 나니 오전 시간이 훅 가버려서, 일단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이곳 시카고에선 스타벅스보다 유명하다는 아르고 티의 매그니피센트 점을 찾았다. 벽돌로 된 건물도 참 예쁘고 넉넉한 테이블과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널찍한 실내도 마음에 든다. 차 종류도 많아서 어떤 걸 시킬까 한참 고민. 직원들도 참 친절하다.
따뜻한 피치 티와 함께 생소한 음식, 샥슈카를 주문했다. 이스라엘 음식이라고 하는데, 미국에 오니 여기저기서 많이 팔고 있어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입 맛보고 그냥 샌드위치를 시킬 걸 싶더라. 샥슈카는 계란 요리라서,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렌지에 데우니 가장자리가 딱딱해져 먹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계란과 베이컨,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있어 영양 면에서는 균형이 잘 맞는 음식이라, 맛은 포기하고 일단 먹어 주었다. 티 전문점답게 차맛은 훌륭했다.
존행콕 타워의 94층, 360 Chicago
매그니피센트 마일의 여러 상점을 드나들며 가볍게 아이쇼핑을 하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설 즈음 존행콕 타워로 향했다. 시카고의 11월은 낮이 엄청나게 짧아서, 오후 4시 경이면 일몰이 이미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자칫 시간을 못 맞추면 선셋 타임을 놓칠 수 있으니 서두르기로. 시카고의 양대 전망대 하면 윌리스 타워와 존행콕 타워인데, 프리핸드 호텔의 직원이 로컬의 추천이라며 내게 귀뜸해준 건 존행콕 타워였다. 윌리스가 가장 높다는 상징성 때문에 언제나 인파와 줄로 붐비기 때문이라고. 둘다 30불 대로 비싸긴 마찬가지이니, 기왕이면 쾌적하게 보고 싶어서 존행콕을 선택했다. 미국의 여느 전망대들이 그렇듯, 티켓을 끊고 들어가면 도시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이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눈 깜짝할 새에 90층이 넘게 올라가 있다. 하늘과 좀더 가까워진, 360 시카고를 마주할 시간.
이름처럼 360도로 전망을 볼 수 있는 360 시카고는 생각보다 너무나 세련되고 멋진 전망시설이었다. 일단 관광객으로 너무 붐비지 않아서 좋았고, 진지하게 사진 장비를 가지고 와서 촬영하는 이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도 눈에 띄었다. 어제는 건축 비엔날레로 시카고의 건축문화를 둘러 봤다면, 오늘은 시카고의 건축을 대표하는 존행콕 타워의 94층에 올라와서 도시 전체의 건축물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셈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편안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많았다.
입장티켓 끊을 때 몇불 더 내면 체험할 수 있는 Tilt. 근데 이건 도저히 못하겠더라ㅋㅋㅋ 고소공포증인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 문 열고 매달려 있는 것만 봐도 다리가 후덜덜덜. 틸트 역시 존행콕 타워의 또다른 재미난 액티비티다.
오늘 오후는, 그렇게 시카고에 서서히 태양이 내려앉는 걸 온전히 바라보며 보냈다. 어떤 이들은 나보다 더 일찍 와서, 내가 갈 때까지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매 시각 표정을 바꾸며 변신하는 시카고의 풍경은 해가 완전히 진 이후에 가장 화려해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하염없이 더 바라만 보고 싶은 시카고의 야경이지만, 이젠 저녁 먹고 쉬어야 할 시간. 다시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니, 94층에서 1층으로 순식간에 이동. 밤거리는 여전히 분주하다.
시카고에서 비로소 맛본, 쉑쉑버거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 않아 먹어보지 못했던 쉑쉑버거인데, 마침 호텔 바로 맞은 편에 매장이 있어서 오늘 저녁으로 낙찰! 지나갈 때마다 매장에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내가 갔던 때 마침 줄이 짧아서 주문은 금방 했다. 메뉴에 로컬 맥주도 있길래 같이 주문하려고 했는데, 포장 주문 시에는 알코올 류를 사갈 수 없어 아쉽게도 버거만 주문했다. 매장에도 자리 많았는데 그냥 매장에서 맥주랑 먹고 올걸.ㅋ
일반적으로 쉑쉑버거에서 많이 주문하는 기본 버거 말고, 좀 특이하게 머쉬룸 버거라는 유일한 채식 메뉴를 주문해 봤는데, 이게 의외로 너무 맛있는거다. 마늘 아이올리 소스와 버섯 패티, 고소한 빵과 채소의 조합이 진짜 훌륭했다. 최근에 쉑쉑버거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 메뉴도 꼭 들어왔으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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