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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시카고 여행 Day 6. 동화 감성의 컵케이크집 & 일요일의 교회 잠입 사건

by nonie 2016.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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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시카고는 적당히 한산하고, 적당히 평온했다. 시카고 고메 투어에 꼭 포함된다는 유명 컵케이크집을 찾아 아침부터 느긋한 티타임을 즐겼다. 오후에는 매그니피센트 마일을 오가면서 봐두었던, 한 교회에 잠시 들렀다. 종교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던 잠깐의 시간. 








명물 컵케이크집에서 보내는, 느긋한 일요일 아침

사실 아침부터 컵케이크를 먹으려던 건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시카고의 역사적인 재즈 전당 '하우스 오브 블루스'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선데이 브런치를 관람하고 난 뒤 오후에 디저트나 먹으러 올까 했다. 그런데 티켓마스터에서 미리 예매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현장에서 티켓을 사려니 이미 매진이다. 사실 매진이라기 보다는 식사와 가스펠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테이블 좌석의 특성상 아마도 1인용 좌석은 팔지 않는 듯 했다. 오래 전부터 간절히 보고 싶었던 시카고의 명물을 허무하게 놓치고, 발걸음을 돌려 터덜터덜 향한 곳은 스프링클스 컵케이크. 당분 충전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조그마한 컵케이크집이라 생각했는데 건물 전체가 동글동글한 컵케이크 모양으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역시 달다구리의 나라 답구나 싶은 스케일이다. 일요일이라 거리가 다소 한산한데도 이 집으로 향하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 시카고의 이런저런 미식(Gourmet) 투어에서도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맛집이다.










컵케이크가 어찌나 소담하고 이쁘게도 생겼는지, 뭘 골라야 할지 갈등의 연속이다. 어렵게 솔티드 캐러멜 맛 컵케이크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바에 걸터 앉았다. 직원들도 참 친절하고, 작은 가게의 분위기도 따스하다. 여행 초반에 알았으면 더 자주 왔을텐데 하는 아쉬움. 캐러멜 맛이 진한 크림 위에는 소금이 흩뿌려져 있는데, 한 입 베어 무니 단짠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진다. 깊고 짙은 맛. 많이 달지 않아서 자동으로 하나 더 먹고 싶어지는 맛. 










미주 여행의 초반이라 수하물 무게의 압박으로 이곳의 컵케이크 믹스를 하나 사오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맛있게 컵케이크를 먹고 가게 문을 나서는데 한쪽에 뭔가 특이한 컴퓨터 화면이 보인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핑크핑크한 기계는 놀랍게도, 컵케이크 자판기! 이게 작동이 진짜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터치 화면으로 시작해보니 실제로 컵케이크 메뉴까지 모두 나오는 건 확인했다. 딱 미국 감성의 이 자판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래판을 보는 기분이다.













일요일의 교회 잠입 사건

종교가 없는 나는 해외에서도 특별히 유명하거나 의미가 있는 관광명소가 아니면 교회나 성당에 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가스펠 브런치를 아쉽게 놓치기도 했고, 일요일 오후에만 한다는 재즈 예배가 자못 궁금해서 근처의 한 교회로 향했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기독교인이 아닌지 너무 오래돼서, 교회에 들어가는 게 참 어색했다. 다행히 규모가 워낙 큰 교회라 출입이 자유롭고, 최대 번화가인 매그니피센트 마일 한 복판에 있어서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예배장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프로그램 안내문을 받아들고 뒷편에 조용히 앉았다. 


영미권의 큰 교회들이 그렇듯, 이 교회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높은 천정의 건축물, 생음악으로 연주하는 재즈 밴드의 찬양 반주가 어우러진 늦은 오후의 예배는 나의 예상에서 그리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예배는 예전에 한국에서 경험했던 우리 교회의 문화와는 살짝 달랐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발제자 역할을 하는 진행자(목사?)의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미국의 예배는 일방적으로 찬양만 부르거나 설교만 듣는 게 아니라, 굉장히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중간에 슬쩍 빠져 나오긴 했지만,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하나 더 보탠 기분.  












클럽 라운지 @ 랭햄 시카고

객실로 돌아와보니, 푸짐한 치즈 플래터와 함께 와인이 통째로 한 병이나 놓여 있다. 랭햄의 클럽 플로어 혜택인듯 한데, 정성스러운 손편지는 언제 어디서 받아도 참 감사할 따름이다. 창가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카고의 석양을 잠시 감상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라운지에 들렀다. 물가 비싼 시카고에서 가볍게나마 저녁을 먹을 수 있는 클럽 혜택은 3박 내내 무척 유용했다. 게다가 오늘은 시카고의 명물인 시카고 피자를 귀엽게 미니 사이즈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도 3가지 맛으로!ㅋㅋ 미니 피자를 가져다 먹으며, 내일 갈 곳을 확실히 정했다. 그래. 이제 여행 마지막 날이니 오리지널 시카고 피자를 먹으러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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