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호텔인 쉐라톤 쿠타 여행기를 시작하려다가 문득, 발리에서의 나날을 두서없이 되돌아본다. 발리 여행기를 호텔과 주변 관광 리뷰로만 마감하기엔, 너무나 여운이 길기에. 지금 나는 발리에서 방콕으로 와 있다. 방콕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차오프라야 강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이 글을 쓴다. 공간을 이동했을 뿐인데, 마치 시간을 한참 이동한 듯, 멍하다. 


생딸기와 키위가 가득 든 차가운 드링크를 물고, 비치 베드에 누워 꾸따 비치를 바라보던 이 모습이 불과 12시간 전이었다니, 그냥 꿈만 같다. 처음 발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실망스러웠던 순간, 웅장하고 화려한 리조트를 하나씩 거치며 휴양 여행의 매력에 조금씩 길들여지던 순간, 처음에는 낯설고 싫기만 했던 오토바이와 매연과 장사꾼들마저 다 좋아지기 시작한 순간, 그 때가 바로 비행기 타야 하는 시간. 여행자의 슬픈 숙명이다.  


발리가 다른 여행지와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더라. 모든 자유를 허락한다는 것. 어떤 자유냐면, 어떻게 여행해도 괜찮은 자유. 이건 꼭 해야 하고 저건 꼭 먹어봐야 하고....발리에서는 그런 게 없다. 마음에 드는 숙소에 머물면서, 천천히 주변을 관광하고, 해변에서 다리 뻗고 머리 비우고, 혼란의 도가니탕 같은 도로 바닥에서조차 내가 자유롭다는 게 느껴진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냥 심심하기만 한 휴양지가 아니라는 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섬이라는 게. 


아직도 발리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침투하지 않은, 그나마 '순수한' 여행지라는 게 곳곳에서 느껴졌다. 젊은이들이 하루 종일 서핑을 하고, 카페에도 예쁜 비치 베드가 놓여있어 하루 종일 노닥거릴 수 있는....어디서나 쿨한 라운지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향기가 흐르는, 이런 멋진 섬이라니.

 

하지만 지금 발리엔 너무나 많은 공사가 진행 중이고, 무분별한 리조트 개발로 기상이변과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뷔페식을 먹으면서 음식을 남기는 것 조차 죄책감이 느껴졌다. 언제까지 발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행지일 수 있을까. 누사두아의 대형 리조트처럼 발리의 전통 대신 편의성과 큰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더 많이 들어서고, 그 숙소를 아시안들이 가득 채우면, 또 하나의 푸켓이나 보라카이처럼 될까봐 걱정된다.


그 전에 발리는 꼭 다시 와야겠다. 오늘 정말 그 결심을 마음 속으로 여러 번 했다. 그리고 발리, 꼭 둘이 셋이 올 필요가 절대 없더라. 혼자여도 충분히 재밌다. 걱정말고, 겁 먹지 말고, 돈과 시간 있으면 와서 재미나게 놀길. 후회 없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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