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홍콩 여행의 두번째 날, 침사추이부터 몽콕을 넘나드는 구룡반도 기행을 마치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민박집에 들러 잠시 더위를 식히고 옷도 갈아입고, 본격 불야성이 시작된 홍콩의 밤거리로 향한다. 오늘 저녁엔 '홍콩 추천 야경'을 소개해야 하는 모 신문사와의 취재 일정이 있어서, 그동안 외면해왔던 유명한 스팟 '빅토리아 피크'를 드디어 가본다. 관광객들 바글바글한 곳을 피해 다니는 내 성향상, 가장 가기 싫은 곳 중의 하나였다. 아니나 다를까, 피크 트램 정류소 앞은 인산인해, 날씨는 지금의 서울 열대야처럼 찌는 듯 덥다. 왜 모두들 홍콩에 오면 피크에 오르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입장권을 끊고 찌뿌둥한 표정으로 그 대열에 동참했다.








유명한 관광지의 풍경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언제나 긴 인파와 줄은 짜증나고, 입장료는 비싸며,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지.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게 '여행'이 충전해 주는 에너지인가보다. 사람들은 기꺼이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웃고 떠들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피크 트램을 타기까지의 과정도, 정확히 그러했다.


저녁 8~9시는 피크로 가는 인파가 가장 많은 '성수기' 타임이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길었던 줄은 빠르게 줄어들고, 몇 명 타지 못할 것 같던 낡고 좁은 트램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들어찬다. 그 와중에 발빠르게 자리에 앉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곧이어 트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삐딱한' 홍콩의 야경은 본능적인 감탄을 자아낸다. 







피크 타워에서 7층 피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각종 숍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모두들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홍콩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온 관광객들, 그들의 지갑은 언제든 열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내 눈에 들어온 건 한국인 여행객이 야시장 등지에서 많이들 사오는 기모노 모양 우산. 아랫층에서는 조금 더 비싼데 윗층으로 올라갈 수록 저렴해진다. 난 보라색과 핑크색 하나씩 골라 2개 100불에 구입. 우산은 꼭 사기전에 펴달라고 해서 체크하는 센스! 


여기서 산 우산이, 잠시 후 위력을 발휘하게 될 줄은, 그땐 몰랐었다...







The Peak.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이렇게 백만불짜리 홍콩 야경을 드디어 만난다.

함께 갔던 기자님,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린 모습을 보더니 "하이고...밑에서는 그렇게 투덜대더니" 라며 핀잔을 준다.

더위와 인파를 무릅쓰고 모든 사람들이 여기 꾸역꾸역 올라오는 이유,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시시각각 미묘하게 표정을 바꾸는 피크의 야경은, 바쁘게 돌아가는 홍콩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한없이 여유롭게 감상해야 하는 장면이다. 이 섬세한 풍경을 배경삼아 자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홍콩 여행에 와서 비로소 느끼는 순수한 기쁨들이 이 작은 전망대에 가득 차 있다. 








피크의 한쪽에는 매혹적인 하트 메모지가 수없이 매달려 있다. 다음에 피크에 올땐, 나도 하트 하나 정도는 보태고 싶은데, 그렇게 되겠지? :) The Peak, I ♡ You! 


내려오는 트램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거짓말처럼 쏟아지는 장대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하마터면 홀딱 젖은 고양이 신세가 될 뻔 했는데, 아까 산 우산이 날 살리는구나! 7월의 홍콩 여행, 우산 하나 쯤 사두면 든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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