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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내겐 거대한 음악감상의 공백기가 존재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일을 하면서 음악은 삶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났다. 가끔 생각나는 대로 검색해서 찾아 듣거나, 최신가요 100곡이나 다운받아서 들고 다니는 게 전부였다. 80~90년대 흑인음악을 수집하면서 소울뮤직 딕셔너리를 번역하던 내 모습이 굉장히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 요즘 음악을 많이 찾아 듣다보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다시 조금씩 채워가는, 요즘 내 Itunes 현황.
재닛잭슨, 그리고 프린스
나의 음악적 사대천왕(+MJ, Mariah)의 음악은 마치 계절이 바뀌듯이 주기적으로 당기는 때가 찾아온다. 재닛은 오빠 MJ가 떠난 이후 신작을 내놓지 않고, 2000년대 이후의 서너 작품 중 내 귀를 사로잡은 것도 딱히 없었다. 문득 최근의 재닛 노래를 더 이상 외우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놓친 노래들이 있을까 싶어 뒤져보니, 90년대에 비해 유달리 사장된 미발표곡(mp3는 다 유출되어 있다;)이 많더라. 하나하나 모으다 보니 20곡이 넘는다. 새 앨범을 듣는 설레는 기분으로 하나씩 곱씹으며 들어본다. 최근 그녀의 영화 속 캐릭터처럼, 한층 성숙한 인생의 궤적이 담겨 있다.
프린스는 반대로 너무 다작 성향인지라 그의 속도를 따라잡기란 왠간해서는 불가능하다. 제대로 음악을 듣지 않았던 지난 3~4년간에도, 그는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많이 발표했었다. 특히 2009년에 낸 Lotusflow3r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3장의 음반에 나눠 담았는데, 프린스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요즘도 각종 투어로 바쁜 듯 한데, 정말 늙어버리기 전에 어서 빨리 그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진다.
가이 세바스찬, 그리고 데이빗 포스터
요즘 즐겨 듣는 구글 뮤직 랜덤에 우연히 걸린 가이 세바스찬의 데뷔곡 Angels brought me here. 와..아련하다. 호주 아이돌 1기 우승자인 그의 음악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개성을 담고 있었다. 그때가 벌써 2000년대 초중반이었는데, 어느새 여러 히트작을 발표하며 호주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자리잡았더라.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보고 있자니 참 오랫동안 음악 안 찾아들은 게 티가 난다. 암튼 최근 앨범들 한 서너 장을 연달아 듣고 있는데, 그루브한 그만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음악들이라 듣기에 즐겁다.
말이 필요없는 데이빗 포스터. 올해 열린 두번째 프렌즈 공연 DVD를 보면서 몇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샤카 칸 Through the fire랑 올포원 I can love you like that에서 왜 일케 찡하던지. 가장 많이 돌려봤던 하이라이트는 물론 섀리스의 All by myself지만, 암튼 저 두 곡이 훨씬 애틋하게 다가온다. 2009년 공연의 라인업은 올해 공연과는 다른데, 내가 좋아하는 AI 출신 캐서린 맥피의 목소리가 반갑다.
Rachelle Ann Go의 신보 'Unbreakable'
아시아 팝의 여왕 레진 벨라스케즈가 발굴한 레이첼앤고. 필리핀 갔을 때 그녀의 CD를 사온 적도 있을 만큼 목소리 하나만큼은 인정하는 가수인데, 이번에 낸 새 앨범을 듣고 있다. 목소리가 한층 깊어진게 느껴진다. 영어와 타갈로그어 트랙이 거의 반반인데, 영어 보다는 오히려 타갈로그어 노래들이 훨씬 프로듀싱도 잘되고 듣기 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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