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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미디어

하와이에서 펼쳐지는 느릿한 일본영화, '호노카아 보이'(2009)

by nonie 201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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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문화 컨텐츠는 한류의 확산과는 반비례하게 국내에서 존재감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한때 메인스트림 급이었던 일드나 애니메이션의 폭발력은 옛 얘기가 되었고, 특히 일본 영화는 인디 레벨로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심야식당과 같은 음식 테마의 영상물이 조용히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특유의 음식 컨텐츠가 나름의 영역을 확보한 모습이다. 일본 가정식 레시피를 담은 책도 최근 연달아 발간되고 있고, 카모메 식당으로 시작된 음식영화 시리즈 또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 일본에서 개봉한 '호노카아 보이'는 '카모메식당' '안경'과 같은 슬로우-푸드 무비의 연장선상에 있다. 많은 이들이 극찬한 '안경'이 내겐 너무 지루하고 졸려서;; 이 작품도 살짝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탄탄한 스토리에다 하와이의 시골 마을 '호노카아 타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영화여서 눈이 즐거웠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와이풍 도넛 '마라소다'.

할머니와 '호노카아 보이'의 관계는 음식을 매개체로 가까워진다.




내용은 한마디로 "할머니에게 느즈막히 찾아온 풋풋한 사랑". 많은 이들이 영화가 슬퍼서 마지막엔 눈물을 흘릴 정도라고 하는데, 난 별로 슬프지 않았다. 그저 짠하게 여운이 남는 정도랄까.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테니 생략하기로 하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내게 '호노카아 보이'와 일련의 슬로우 무비들은 처음엔 익숙치 않지만 마지막엔 애틋하고 포근하게 다가왔다. '치유'의 장르라고도 불리는 슬로우 무비는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법같은 효과가 있다. 같은 '음식' 컨텐츠를 다루더라도 한국의 드라마(김탁구, 식객 등)가 스토리텔링과 빠른 속도감을 중시한다면,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는 뚜렷한 사건 없이 영상미를 극대화시키며 느긋하게 돌아간다. 성공지향적인 각박한 사회 속에서 좀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커진 현재의 나에게는 일본의 음식 영화들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얘기는 곧 자세히 포스팅하기로 하고. 





'호노카아 보이'는 음식 영화답게 주인공 할머니 B상이 만들어주는 많은 요리가 나온다. 낡은 영화관에서 파는 튀긴 도넛 '마라소다'도 그녀의 작품이고, 청년에게 만들어주는 캬베츠롤과 포키-버거도 그녀의 솜씨다. 이 중에서 특히 국내에서 주목받은 음식은 단연 '캬베츠롤'이다. 보통 일본식 캬베츠롤은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하는데, B상은 독특하게도 사워크림과 생크림을 넣은 크림소스의 캬베츠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레시피가 궁금해 한국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찾아보니, 엉뚱하게도 '마요네즈'를 넣는다는 검증되지 않은 레시피가 돌고 있었다.(아마 영화 장면만 보고 추측해서 작성한듯 한데, 얼마나 느끼할지 상상이 안간다;;;) 다행히 이 영화 개봉 당시 일본에서 영화 카달로그에 오리지널 레시피를 수록해 판매했다고 하는데, 그 레시피를 구했다. 혹시 B상의 캬베츠롤을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레시피를 참고해 보자. (번역기 돌려서 약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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