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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미디어

행복이란 무엇일까? 마이클무어의 'Capitalism-Love story'를 보고

by nonie 201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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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순간 머뭇거리다가 "스티브 잡스?"라고 내뱉고 마음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최근 몇년 사이에 내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스티브 잡스는 물론 훌륭한 인물이지만, IT 기업가를 롤모델로 세우기엔 내 머리와 마음이 '그 바닥'에서 많이 돌아선 것이다. 그러던 요즘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배에 태우고 쿠바로 진격한 사람, 모든 사람들이 침묵할 때 911 테러의 검은 이면을 낱낱히 까발린 바로 그 사람.

마이클 무어의 신작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는 20년간의 다큐 여정을 총체적으로 담은 종합판이다. 월가 은행에 '범죄현장' 노란 띠를 두르고 "국민의 이름으로 체포하겠다"며 쳐들어가는 여전한 무모함에 혹자들은 "작위적"이라며 비아냥거리지만, 그 무모한 용기가 마이클 무어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 - 10점
마이클 무어 감독/CJ 엔터테인먼트


영상은 마이클 무어 특유의 다양한 편집 화면들로 빠르게 돌아간다. 이런 메시지 위주의 의도적인 편집 방식을 꼬투리잡는 안티세력도 많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자기 할 말만 명확히 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부자가 되겠지"를 꿈꾸게 만드는 선전 덕에 자본주의는 공고히 유지되어 왔고, 정작 부는 상위 1%가 다 가져가고, 사회는 그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므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바꾸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스템'이라는 거겠지.  
Bank of America의 부당함에 대항해 시위 중인 한 멤버는 말한다. "지금껏 남이 시키는대로만 하면서 산 사람들이 자기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깨닫는 건 큰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깨닫고 움직인다. 우리는 어떤가?
마이클 무어는 말한다. "이런 나라에서 더는 못살겠다. 하지만 절대 떠나지도 않겠다"고. 이런 그가, 기득권층은 얼마나 징그럽게 미울까 싶다. 나 역시 그가 지난 20년간 미국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더 치열하게 싸워줬으면 좋겠다. 

서브프라임에 고통받는 사람들, 사람들이 쫓겨나 텅텅 비고 흉가로 변해버린 스산한 미국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얼마전 여행했던 샌프란시스코를 떠올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가장 세련된 거리로 통하는 '필모어 가'에 군데군데 비어버린 상점가와 한산한 거리, Turk가를 가득 메운 노숙자와 거지들, 아무리 세일을 외쳐도 그닥 활기차지 않은 백화점들...금융 위기의 그림자는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뒤덮을 만큼 어둡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하우스 푸어 - 10점
김재영 지음/더팩트


그 검은 그림자는 한국의 상황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얼마전 읽었던 책 '하우스 푸어'의 메시지와 이 다큐의 내용이 정확히 겹치는 것도 당연했다. 김재영 PD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왜 한국에서는 집을 살 수 없는지"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 사회의 99%를 움직이는 1%의 득실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 아래에서는 상식적인 경제활동은 무력해지고, 오로지 '투기'만 남는다는 것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가장 빠른 두 가지 방법이 전쟁과 투기 조장이라는 말도 인터뷰로 덧붙인다. 

남들과 똑같은 모양새로 살기 위해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차를 사고, 집을 사고, 남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고 체면 차리는 게 '한국인의 행복'인가 싶다. 그래서 돈 벌면 집부터 사기 바쁜가 보다. 그런 당신은 행복한가? 하지만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세상에 살다보면 따라잡아야 할 목표는 계속 높아질 테니까. 혹시 우리는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될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허상을 꿈꾸는 건 아닌가. 혹은 남들이 원하는대로 살면서 "내가 원하는대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사는게 행복한 삶인가. 가장 풀리지 않는 숙제를 두고 나는 고민 중이다. 분명한 건, 이 공고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확고하게 지켜가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우며, 그것만 성공한다면 분명 행복해 질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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