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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헐리우드에서 만난 브란젤리나 커플과 솔트 프리미어 시사회 현장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10. 10. 19.





검은 양복들 사이로 보이는 날씬한 다리의 주인공, 그렇다. 안젤리나 졸리.



전 세계 사람들이 헐리우드에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헐리우드 영화' 로 대변되는 저마다의 환상을 좇아서,
혹은 엔터테인먼트 발상지의 상징적인 장소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워서...등등.

그러나 이곳에서, 비일상적이지만 꼭 한번쯤은 경험하고 싶은 단 한 가지, 그것은 '헐리우드 스타'를
직접 목격하는 일이다. 그것도 파파라치 사진이 찍히는 그들의 츄리닝 차림보다는 기왕이면
화려한 레드 카펫 위에서라면 더 좋고, 또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주에 열리는 프리미어 시사회가
마침 열리는 때라면 더할 나위 없다. 헐리우드에서도 이 타이밍을 잡아 그들의 얼굴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그 타이밍에 난 헐리우드에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타이밍을 위해 헐리우드에 가 있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전쟁같은 투어를 끝내고 헐리우드에 복귀하자, 이미 도로는 모든 교통이 통제되어 있고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별한 순간의 헐리우드를 만난 것이다. 잠시 뒤, 난 타이트한 블랙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그녀의 '뒷모습'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간혹 옆모습, 그리고 보너스로 브래드 피트도 볼 수 있었다)
  



영화 솔트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리는 레드 카펫의 분주한 현장.




스타가 통제된 도로를 거닐며 수많은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은 조금만 발버둥치거나 키가 크다면;; 충분히
볼 수 있지만,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 앞 레드 카펫이라면 그 사정이 다르다. 오직 선택된 자들만이 밟을 수
있는 레드 카펫에는 헐리우드 영화 업계 관계자들이 화려한 의상을 뽐내며 극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테마파크에서 죙일 놀다온 청바지 차림의 나는 순간 멈칫했다. 얼른 호텔에 가서 준비한 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하나?
바로 그때 우리를 담당하는 에이전시의 켈리와 마이클의 행동이 바빠진다. 레드 카펫으로 들여보내주며 얼른 촬영을
끝내라고 말한다. 이제 곧 시사회가 시작할 시간인 것이다. 서둘러 몇 컷의 사진을 남기곤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극장 안으로 향했다. 







리먼 차이니스 극장은 보통 헐리우드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이지만 이렇게 안에 들어와서
영화를 볼 일은 거의 없다. 이 시사회 역시 완벽하게 통제된 이중 삼중의 검열 끝에 입장하게 되어 있었다.
(켈리가 귀뜸했다. 아까 준 시사회랑 애프터파티 티켓 있죠? 그거 지금 엄청난 고가에 암거래되고 있대요.그러니
티켓 간수 잘해요. 여러분은 정말 럭키럭키~~~;;)

극장 내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건물 외경을 볼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그 관객석을 메울 수많은 헐리우드 피플을 구경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때, 난 또다시 봤다. 그 커플을!






객석 뒷편이 웅성거린다 싶더니 곧이어 입장하는 브란젤리나 커플. 여전히 앞모습 비싸서 안보여주시는
안젤리나 졸리와는 달리, 브래드 피트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외조 펼치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니 어떻드냐는 질문, 많이 받았는데. 글쎄. 그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유명한 셀러브리티를
가까이서 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 오랫동안 기억엔 남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외에 이 행운을 거머쥔 그 이탈리안 커플!!!! ㅋㅋㅋ
그들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옆자리에 앉아있다. 어제 러시안 식당에서 어색함을 많이 없앤 탓인지
오늘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그들도 우리가 반가운지 크게 인사를 한다. 내 옆자리에 앉은 로베르따는
소극적인 어제 모습과는 달리 시차가 많이 적응되었는지 수다를 작렬!!! 밀라노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지루한 삶에 이번 여행이 완전 신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날씨가 너무너무 좋다며 잔뜩
업된 기분이 물씬 느껴지는 그녀의 밝은 얼굴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영화 시작! (한지 얼마 안돼어
로베르따는 입까지 벌리고 잠이 들고 말았다. 이태리 자막 없으면 영화 못본다며.....)






영화 대신 생뚱맞게 맥주랑 칩 사진을 올린 건, 영화에 대해서는 그닥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첫 화면이 '북한(North Korea)'군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될 줄은, 게다가 그 북한군이 주요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불필요한 악역으로 등장할 줄은, 게다가 내가 하필 그때 미국 사람들이 잔뜩 모인 미국 극장에
앉아서 이 영화를 볼 줄은 몰랐다. 여행 다니면서 남한 사람 북한 사람 질문 받는 것도 너무 싫은데,
왜 맨날 코리아는 이렇게 헐리우드에서 싸구려 악역으로만 써먹는 나라여야 하는가. 아직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불편했고, 끝까지 찝찝했다. 그녀는 아무리 달리는 버스 위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영화가 끝나고, 미국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기립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브래드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게 제일 궁금했다.

그래서 난, 그 비싼 암표가 떠돈다는 애프터 파티에 가지 않았다. 그길로 리큐어 샵에 들러 벼르고 있던
섀뮤얼 아담스 맥주 한병과 칩 한봉지 사들고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옷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알베르또가 "어제 파티 왜 안왔어? 나 브래드 피트 완전 가까이서 봤다구.
여기 배우들이랑 같이 사진찍은거 볼래? 하하" 라며 자랑을 할 때도,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내가 이 여행 후기를 이제서야 늦게 쓴 이유이자 핑계다. 뭐, 영화야 어쨌든,
헐리우드에서 내가 배운 건 너무나 많으니까.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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