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미디어

한국의 기업블로그, 아직 멀었다

by nonie 2009. 2. 21.
반응형


2월의 독서목록 중 하나인 '링크의 경제학'을 읽다 보니 이런 구절이 나온다.

"중소기업은 왜 블로고스피어에 있지 않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라면 자사의 목소리를 진실되게 전달하는 데 블로그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아래의 구절은 놓치고 지나가는 것 같다.

"기업이 왜 블로그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아예 블로그를 하지 말라"

최근 방문한 여러 소규모 기업의 기업 블로그들, 대부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블로그'라는 대세를 놓치기는 두려워 일단 개설은 하지만, 아직 딱히 운영 정책이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려운 대다수 기업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기업 블로그가 소비자와의 상호소통 용도로 자리잡은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기업 블로그는 공식 웹사이트에 담지 못하는 비공식 컨텐츠를 담아두는 사내 앨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일일이 업체들을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놀라울 정도로 다들 비슷하게 운영을 하고 있더라.



 

마케팅 담당 nonie가 운영했던 기업 공식 블로그.






이것은 내가 실제로 기업블로그를 운영할 때의 시행착오와도 연관되어 있다. 운영을 소홀히 해서 거의 죽어있던 회사의 공식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내부 이야기를 먼저 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컨텐츠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방문자에게 어떤 Benefit을 주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는 답할 수 없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사내 워크숍이나 세미나 풍경을 스케치하는 것만으로는 기업블로그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물론 몇몇 컨텐츠들은 인재 채용 시 지원자가 긍정적인 회사 이미지를 갖게 해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블로그는 대부분 담당자도 명확하지 않아 운영도 부실하고 컨텐츠도 정비되어 있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철저히 중립적이고 지루한 자기 홍보글이 대부분이다. 더 최악인 것은, '내부에서나 재밌는 얘기'(워크샵이나 봉사활동 후기, 사무실 속 에피소드 등)를 별다른 가공도 없이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이다. 댓글은 직원들끼리 달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내부인만이 흥미를 느낄 만한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외부, 특히 블로고스피어에서 봤을 때는 철저히 남의 얘기일 뿐이다.

기업블로그는 소비자와의 진솔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 기업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전문영역에 대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호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충성 방문자를 위한 작지만 성의있는 이벤트나 피드백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굳이 블로그를 만들려 하지 말라. 오히려 있던 이미지마저 깎아먹는 '홍보용, 내부용 블로그' 운영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말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