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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결산, '업의 구조화와 독립 시작,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

by nonie | 김다영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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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무리 시점에서 많은 사회적 사건과 사고가 쉴 새 없이 터지다 보니, 한 해를 마감하는 글을 십 수년째 써오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운 연말로 기억될 듯 하다. 개인적인 크고 작은 고민들도 지금의 사회적 위중함에 비하면 왠지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직업적 차원에서는 올 한 해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의식을 매년 갖고 있어서, 올해도 결산글로 정리하며 갈음하고 내년의 방향성을 점검해 보려고 한다.
 


 
업의 구조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2023년은 의식주 중에 가장 큰 요소인 집이라는 자산을 만든 해이고 매출도 10년간 교육업을 하면서 가장 높았지만, 일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외부에서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교육업의 특성상, 일감이 늘어날수록 개인 콘텐츠 생산과 출장 등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어 정체된다는 감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24년은 어떻게든 업을 구조화하고 자체 매출을 낼 수 있는 '미디어업'으로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정했다. 그 관점에서 2024년을 정리해본다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정리할 수 있겠다.
 
 

 

2024년 12월 30일 기준.


[올 해의 성장] 

가장 역점을 두고 정성을 쏟았던 유튜브 채널 '히치하이커TV'는 여러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수익 면에서는 작년의 3배, 구독자는 2024년 초 26,000명 규모였던 채널은 해를 마감하면서 약 52,000명 대로 정확히 두 배 늘었다. 매주 1회라는 기본 업데이트 주기는 작년과 같지만, 숏츠와 비정기적 여행뉴스 코너를 신설하면서 작년보다 콘텐츠 갯수도 크게 늘렸다. 덕분에 첫 외부 광고도 유치할 수 있었다.
 
직접 취재한 여행 콘텐츠도 드디어 정기 업데이트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해외를 1번 밖에 가지 못했지만, 올 해에는 총 5회의 해외 출장을 이끌어낸 결과다. 관광청 취재를 온전히 유튜브 채널만의 힘으로 유치한 것,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인플루언서 포지션을 되찾고 업계와의 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올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큰 수확이다. 
 
운영 면에서는, 올해부터 다양한 AI 엔진과의 협업을 통해 히치하이커닷컴 아티클의 생산성과 퀄리티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그 결과 유튜브-닷컴-뉴스레터로 이루어진 미디어 운영을 꽤 안정적으로 하게 된 것은 올해 정말 큰 수확이다. 
 
 
 
 

환경부 워크숍 - 제주도 라마다 호텔에서 '스마트한 여행의 기술' 강의. 올해 3회 진행되었던 교육이었다.


[올 해의 아쉬움]

하지만 사업은 매출과 결과로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미디어사업부'가 큰 성장을 했지만, 본업인 '교육사업부'의 매출을 좇아가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게다가 수 차례의 해외 일정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노마드 모드로 일한 결과, 많은 오프라인 일감을 포기했다.
 
그 결과 본업인 교육업의 매출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적지 않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디어 수익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총 감소세는 뚜렷하다. 올해 내내 어렴풋이 이를 느끼고 있었는데, 2022년부터 해오고 있는 엑셀 워크시트의 올해 업무 결산을 방금 마치고 나니 숫자로 명확하게 실감이 된다. 그렇다면 결국 본업과 부업(?)의 균형점을 제대로 맞추지는 못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오랫동안 강사 소개 및 의뢰 플랫폼으로 활용해온 네이버 모두(modoo)가 곧 운영을 종료한다는 공지가 떴다. 그렇다면 교육업 쪽은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해야 하고, 검색최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다시 본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올 해를 마감하게 됐다.  
 
 
 
 


[올 해의 배운 것] 

언제나 그렇듯, 배우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나는 총 5회의 해외 출장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로컬 식재료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쇼핑해 내 공간에 채우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올 해의 개인적인 시간과 취미 시간을 다양한 도시에서 쓸 수 있어 인풋 면에서 큰 만족감을 얻었다. 모든 여정은 각 1주일, 길어야 10일 정도 된다.
 

 

 

 

 

5월 - 두바이 & 선전
첫 출장은 협업 없이 직접 준비해서 두바이로 떠났다. 중동 여행산업을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고, 수 년간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던 산업 행사 취재를 어떻게 하고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완전히 감을 잡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올 때 스톱오버로 2박 3일 머문 선전 여행에서는 오랜만의 중국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6월 - 태국 카오락, 치앙마이, 방콕

두번째 출장은 태국이다. 소위 트레이드 미디어만이 갈 수 있는 행사에 미디어로 선정되어 무려 3개 지역에 걸쳐 알찬 콘텐츠를 만들어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유튜브 덕분이다. 여기서 만난 전 세계 인플루언서와 여행사 운영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변화하는 여행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블로그, 팟캐스트에서 늦게나마 유튜브로 넘어온 건 최근 몇 년간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느낀다. 
 
 
 

 

10월 - 일본 후쿠오카

세번째 출장은 후쿠오카다. 거의 20년만이라 초행이나 다름없는 후쿠오카에서, 일본여행의 방법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애초의 취재 목적인 '디지털 노마드' 행사에선 기대만큼의 인사이트를 얻을 순 없었고, 이때까지도 협업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던 출장이다. 하지만 어짜피 만료될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알차게 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녀올 가치는 있었다. 
 
 
 

 

11월 - 마카오

네번째 출장은 마카오다. 기대하지 않았던 마카오 여행 기회를 유튜브에 잘 살려보기로 했고, 결과도 아주 좋았다. 특히 마카오 여행은 두 가지 커다란 소득이 있었는데 하나는 내가 추구하는 영상의 다큐적 문법을 실험하고 기획안을 통해 구현했던 것, 또 하나는 다시금 코로나 이전처럼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살리고 안정적인 협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하이 출장이 금새 세팅될 수 있었다. 
 
 

 

 

12월 - 중국 상하이

마지막 출장은 상하이다. 촬영을 도와준 동생 모녀와의 가족여행이라 좀더 따뜻하고 아기자기했던 여행으로 기억될 듯 하다. 확실히 촬영 결과물을 보니 삼각대 가지고 뛰어다니며 만든 그림보다 몇 배 더 나았고,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떠나는 여행이 훨씬 더 즐겁다는 사실을 확인한 여행이다. 또한 해외 촬영을 거듭하면서 노하우도 많이 생겨서, 이전보다 영상 촬영과 편집 과정이 많이 수월해졌다. 
 
 

[새로운 고민, 내년의 목표]
 
그런데 올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조금은 결이 다른 고민이 생겨나는 중이다. 올 해 여행업계를 대하는 나의 스탠스를 스스로 돌이켜 보면, 이전보다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래서 더 의도적으로 일을 줄였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간 여행업계 실무자 교육을 많이 해왔지만, 이미 업계에 진입해있는 이들에게는 뚜렷한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현타가 왔던 것 같다. 관광(인바운드)은 학계-산업 간의 뚜렷한 괴리를 바라보며 회의적인 생각이 강해졌고, 여행(아웃바운드)업의 경우 이미 구조적 자멸의 길로 가고 있으므로 더이상 내 한정된 에너지를 투입하고 싶지 않았다. 업계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 인식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업계 구조 자체가 매우 기형적이고 후진적인데, 이 구조를 전제로 비판을 계속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내 본업인 강의는 교육업이고, 교육의 본질은 새로운 지식을 던지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2025년에는 주로 새 판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고 이야기하는 한 해로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여행상품은 무엇이며, 이러한 여행은 어떻게 만들고 공급해야 하는가, 이런 일을 할 사람에게는 어떤 역량이 새롭게 필요한가. 이런 화두를 제대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의 직업적 역할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제는 미디어이자 스피커로서 나만의 힘과 구조가 어느 정도 생겼고, 여러 업체와의 협업으로 안정적인 취재와 탐험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드디어 만들었다.
 
내년은 올해 이루지 못한 크루즈 취재, 부모님 동반 여행을 포함해 좀더 도전적이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여행을 이어가면서도,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하면서 본업도 좀더 충실하게 다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한다. 
무엇보다 내년은 우리나라가 이 엄청난 고통을 딛고 새롭게 나아가는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내 역할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계속 고민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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