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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단상

이전의 여행은 없다, 플랜 비를 세워야 할 시간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20. 8. 17.

 

 

라네즈에서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디지털 아트 체험. 후기는 유튜브 nonie kim에. (이미지 누르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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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폭발이 예고된 어제 저녁, 주말임에도 어김없이 강의 취소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임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곳이어서 바로 취소했다.
연말까지 강의 일정이 풀로 채워지면서 이제야 강의시장이 살아나나 싶었는데, 애초에 온라인으로 세팅된 강의를 제외하고는 취소되거나 비대면 전환되는 강의가 다시 늘어날 듯 하다. 모두가 무력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당연히 플랜 비를 준비해야 할 시간. 밀려있던 신간 기획과 전자책 제작, 디지털 강의 플랫폼 구축 등,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해둬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우선, 매주 가는 도서관이지만 어제는 아침 일찍 부랴부랴 가서 책을 가득 데려왔다. 시국이 엄중해지면 도서관은 가장 먼저 문을 닫는 기관 중 하나라, 일에 필요한 책과 정보들은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이 와중에도 마스크를 안쓰고 우기며 입장하여 직원들의 케어를 받는(...) 어르신의 실랑이를 목격했다. 방역 단계가 올라가면 공공기관부터 문을 닫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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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새롭게 세팅해 왔다. 3월부터는 강의 내용에서 외국 얘기는 모조리 빼고 포스트-코로나 환경에 맞춘 여행으로 개편했다. 4월 출간 이후에는 내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 크게 바뀌면서(매우 무겁고 막중해졌다;;), 공공 영역의 컨설팅과 심사를 맡게 됐다. 덕분에 관광 분야의 수많은 창업자, 창업 준비생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초보 컨설턴트로서 나름 보람된 상반기였다. 운영 중인 팟캐스트와 유튜브도 개인의 커리어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블로그도 13년만에 첫 전면 개편했다. 더이상 이전의 블로그처럼 운영하지 않고, 여러 채널의 허브 기능 및 미디어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변화의 흐름을 따라 직업적 포지션을 빠르게 다각화하는 이유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백신이 나와도 이전의 여행업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인프라(항공, 여행사 등)가 버티지 못하고 있고, 업계는 결국 재편될 것이다. 지금은 이전에 하던 일의 방식을 계속 고집하다간 생존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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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외여행 관련 종사자 분들(특히 작가, 여행사 등) 중에는 내년에는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계속 버티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상당히 놀랐다. 콘텐츠(블로거, 작가, 크리에이터) 분야만 봐도, 여행업계에서 '장소 정보'가 갖는 위상과 의미가 크게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국내여행을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정보가 귀했던 과거와 달리 경험정보 기반의 일은 아무리 인플루언서 브랜딩을 잘한다고 해도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보의 큐레이션과 축적은 집단 지성 플랫폼이나 빅데이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행쪽은 참 신기한게, 업계 변화만 느린게 아니라 개별 콘텐츠나 매체도 대단히 느린 편이다. 학문으로서의 관광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려 한다면, 접근하는 방법과 관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이건 해외 -> 국내로 콘텐츠만 바꿔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읽고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을 어느 지점에서 발휘할 것인지를 다시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직업의 속성 자체를 바꾸거나 기존의 여행업 바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지금 맡은 하반기 업계 종사자 교육이 정상적으로 (온라인으로나마) 진행된다면, 이 변화의 방향과 대처법을 커리큘럼에 꼭 반영해야 할 듯.

 

 

플랜 비가 필요한 이유, 직업적 전문인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지 않고 이전에 하던 일을 계속 하다가는 '플랫폼 노동자'가 될 수도 있는 이유는 아래에 정리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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