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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Finland

헬싱키 아트 여행 - 무민 카페와 알바알토 투어로 만나는 핀란드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17. 2. 7.

nonie X Finland - 머무르는 헬싱키 여행, 무민과 알바알토

나의 첫 헬싱키 여행은 아파트형 숙소에 1주일간 머물며 매일 1~2곳을 골라 다녀오는 여유로운 여정이었다. 그래도 핀란드는 처음이니, 핀란드의 대표 키워드를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 헬싱키 시내에 새로 오픈했다는 무민 카페, 그리고 지폐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국민 건축가 알바알토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오픈한 지 한 달도 안된 헬싱키 핫 플레이스, '무민 카페'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무민이지만, 놀랍게도 일본이나 해외에도 있는 무민 카페가 헬싱키 시내에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무민월드', 즉 무민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는 헬싱키에서 2시간 떨어진 난탈리에 있다. 다행히 이번에 난탈리도 다녀왔으니, 무민월드 후기는 곧 소개하기로. 여행 첫날이니, 가볍게 시내에 새로 오픈했다는 무민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작년 12월에 오픈한 첫 무민 카페는 헬싱키 대학 근처에 있어 찾긴 쉬운데, 이상하게 잘 눈에 띄지가 않는다. 내가 상상했던 무민 카페는 요란한 캐릭터 카페 느낌에 입구부터 대형 무민 하나는 서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가까이서 봐야 알아챌 정도로 절제된 외관ㅋㅋㅋ역시 핀란드다운 풍경이다. 









초행길인데다 겨울날씨라 10~15분만 걸어도 금새 온몸이 얼어붙는다. 그래서 주문한 따뜻한 카푸치노와 시나몬 롤. 예쁜 무민 그릇에 담겨나온 빵은 바삭하게 씹히는 설탕이 재미난 식감을 준다. 


카페에 한참 추위를 달래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온다.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어린 꼬마들이 우루루 들어와 책가방에서 동전지갑을 꺼내, 씩씩하게 음료와 빵 값을 계산한다. 무민 일러스트가 그려진 명당 창가 자리에 턱 하니 앉아 점잖게 떠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재미나던지. 한참을 떠들더니 각자 폰을 잡고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 조차도 웃기고 귀엽다. 어른은 어른들끼리, 아이는 아이들끼리 각자의 세계에서 독립적인 대화를 하는 이 카페의 풍경이, 왜 내겐 생소하게 보였을까.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 알바 알토의 집을 찾아가다

무민 카페에 다녀온 날, 그 이후 일정은 모두 접었다. 핀에어 비즈니스 덕에 체력을 비축했다고 좋아했던 첫날에 야경 투어를 다녀와서 무척 피곤한 상태인데다, 시차 적응에 실패해 컨디션이 점점 나빠졌다. 과감히 반나절을 쉬고, 대신 이튿날은 좀 멀리 다녀오기로 했다. 


알바알토 스튜디오 & 하우스 투어에서 날아온 초대장을 집어 들었다. 헬싱키를 자유 여행한다면 대부분 이 투어를 일정에 넣지만, 시간 맞추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도 적잖게 들기 때문에 실제로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마침 알바알토 재단 측에서 초대도 해주셨으니, 시간을 꼼꼼히 체크해서 가보기로 했다.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20~30분이면 도착하지만, 반드시 오전 11시에 딱 맞춰 가야 한다. 더 일찍 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ㅜ 11시가 지나면 투어에 참가할 수 없다. 투어는 매일 단 한 번 뿐이다.









투어는 하루에 20명 이내로 한정되며, 매일 11시에 스튜디오(알바알토의 작업실) 투어, 1시에는 알바알토의 생가를 둘러보는 하우스 투어가 시작된다. 내가 간 날에도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투어에 참가했는데, 두 투어 모두 따로 비용을 내야 하며 각 30유로 정도 드니 저렴하지는 않다. 그래서 투어를 찾는 대부분은 건축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로 보였다. 학생증을 내면 할인이 된다. 


드디어 스튜디오 투어가 시작된다. 지긋한 나이의 가이드 분이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11시 전에는 문도 열어주지 않을 만큼 깐깐했지만, 막상 투어가 시작되고 알바알토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회상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대해선 1도 모르는 내게도, 그의 스튜디오는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또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알바알토 재단의 직원들이 이곳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투어를 1일 1회로 제한하는 이유도 있다. 








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준 시간은, 1시부터 시작된 알바알토의 하우스 투어였다. 스튜디오 건물에서 눈길을 저벅저벅 걷다 보면 한 5~10분 거리에 그의 생가가 있다. 일종의 하우스 뮤지엄처럼 잘 보존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철저히 가이드 투어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집 내부에도 개인 작업실이 있는데, 그가 주로 작업을 했다는 책상 너머로 환히 바라보이는 겨울 풍경이, 그의 생전부터 지금까지 왠지 그대로였을 것만 같다. 









핀란드 뿐 아니라 유럽의 현대건축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그이지만, 자신의 집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면모만이 남아있다. 딸이 자주 연주했다는 그랜드 피아노 위에는, 그의 부인이자 이딸라의 디자이너 아이노의 사진이 조용히 놓여 있다. 거실부터 서재, 그리고 식탁 등 모든 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1층을 다 돌아본 후 2층으로 올라가면, 알바 알토의 자녀들이 생활했던 여러 방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가이드는 2층부터는 자유롭게 관람할 것을 주문한 후, 카운터 업무를 보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투어를 진행하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다들 이방 저방을 돌며 곳곳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쁘다. 소박한 방 곳곳에서, 실용적이면서도 튼튼해 보이는 알바알토 특유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헬싱키 여행에서 내가 새롭게 눈을 뜬 건 바로 '조명'의 힘이다. 사계절 햇볕 쨍쨍한 한국에 살 때는 그닥 관심없었던 분야다. 온종일 어둠과 약간의 빛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겨울의 핀란드에서, 알바 알토가 그의 부인과 함께 만들어낸 아르텍의 조명은 많은 사람들의 집을 아름답게 밝혔다. 그의 자녀 방에도 다양한 모양의 등이 걸려 있었는데, 때로는 장난기 어린 디자인이 웃음을 짓게 한다. 

나 역시 자꾸만 빛으로 시선이 향하다가, 결국 며칠 후에 들른 아라비아 아울렛의 펜틱(Pentik) 매장에서 빈티지 조명대를 구입하고 말았다는.ㅎ 귀국 후 이케아에서 LED 전구와 갓을 사다 조립해서 잘 쓰고 있다. 따스한 빛으로 내 방을 밝혀주는 조명을 켤 때마다, 알바알토의 집에서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 




2016/11/30 - nonie X Finland - 내년 1월, 한국 대표로 핀란드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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