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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ingapore

싱가포르 호텔여행 5. 리틀 인디아의 새로운 부티크 호텔, 베가본드

by nonie | 김다영 2016.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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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의 호텔여행 싱가포르 편 - 호텔 베가본드 (Hotel Vegabond)

이번 여정의 모든 호텔이 다 마음에 들었지만, 내심 가장 기대했던 호텔은 가장 최근에 생긴 베가본드다. 리틀 인디아라는 불리한 로케이션, 객실 수가 40개 남짓의 작은 규모임에도 오픈 1년도 안되어 트립 어드바이저 4위에 오르며 싱가포르 호텔업계를 초긴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신상 호텔은 장단점이 있다. 누구보다 새로운 호텔을 빨리 누린 건 분명 행운이고, 리틀 인디아를 이제서야 제대로 여행한 것도 다 베가본드 호텔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 100% 만족하기엔 조금 빨리 찾아오기는 했다. 








리틀 인디아 깊숙히 자리잡은 신상 호텔, 베가본드

콘래드에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택시로 이동한 마지막 호텔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신상 호텔, 베가본드다. 아트 갤러리 후려치는 로비와 객실, 전 세계 유명 예술가에게 레지던시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 등 독자적인 행보를 선보여 왔다. 그래서 다른 호텔리어에게 베가본드에 대해 물으면, 다들 나보다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 중에는, 베가본드가 반 년도 안되어 트립 어드바이저 Top 5를 선점한 놀라운 인기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기 전부터 기대감은 급상승했다.


하지만 현실은, 도착하자마자 로비에서 약 20분이 넘는 이유모를 기다림으로 시작했다. 체크인을 하려고 조회하니 내 예약기록이 없다며 바우처를 요청했다. 물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기에 그러려니 넘어가려는데, 바우처를 보고도 체크인이 어렵다는 식으로 대응을 하다가 결국 오피스를 통해 확인 절차까지 거치고 나서야 체크인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한 달간 13개 호텔에 모두 동일한 절차를 거쳐 묵으면서, 유일하게 매끄럽지 못했던 체크인으로 남았다. 










여러 모로 불편할 걸 알면서도 새로운 호텔을 먼저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객실을 발견하는 희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손길과 감각으로 완성된 베가본드의 객실은, 명성대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호텔 오너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객실에 걸려있는데, 자신의 아들딸을 촬영한 작품이 섞여 있어서인지 대체로 따뜻한 시선의 사진이다. 게다가 벽장의 우아한 식물 무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쟈크 가르시아(Jacques Garcia)가 최초로 호텔 디자인에 참여한 작품이다. 


호텔 베가본드 객실별 자세히 보기(클릭)








비교적 작은 크기의 기본 디럭스 객실인데도 어메니티는 급을 낮추지 않았다. 벽장을 열면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중심으로 티와 각종 미니바가 넉넉히 채워져 있고, 욕실에는 에트로(Etro)의 욕실용품이 갖춰져 있다. 어메니티 만큼은 특급 호텔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구성이다. 단, 냉장고 속 음료는 모두 유료 청구된다. 









베가본드에서 크게 칭찬해주고 싶은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무료로 쓸 수 있는 개인 전화기다. 로밍폰이 없는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로, 싱가폴 내 전화통화도 모두 무료, 그리고 데이터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외출할 때 이 폰을 함께 들고 다니면서 구글맵도 마음대로 찾고 인터넷도 쓸 수 있어서, 싱가포르 유심을 사지 않은 이번 일정에선 엄청 유용하게 쓰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베가본드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로컬 맵이다. 캄퐁 글램과 리틀 인디아, 그리고 로쳐캐널&비치로드까지 총 3가지 지역인데, 로컬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최근 새로 오픈한 주요 볼거리까지 깨알같이 실려 있다. 솔직히 한국 가이드북보다 더 최신 콘텐츠가 많아서, 개인적으론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오후 3시, 애프터눈 티타임

파리의 살롱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베가본드의 압도적인 로비는 그냥 잠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트 감성이 솟아 오른다. 하지만 오후 3시엔 이 로비가 좀더 특별해진다. 밖에 있는데 갑자기 객실에서 가지고 나온 호텔 전화기에 뭔가가 띠링~하고 울린다. 확인해보니 호텔 전용 앱에서 흘러나온 알림 메시지, "오후 3시엔 호텔로 들어오시면 애프터눈 티를 제공합니다"라는 인비테이션이다. 모바일로 알려주는 호텔 서비스라, 이것마저 참 신세계다. 마침 날씨도 너무 덥고 좀 쉬어야겠던 차에 잘됐다 싶어 호텔로 향했다. 


로비 한 켠에 준비된 빈티지한 티박스와 삼단 트레이의 각종 티푸드. 그동안 호텔의 애프터눈 티는 여러 번 경험했지만 애프터눈 티 뷔페라. 나름 먹는 재미가 있다. 과일과 몇 가지 티푸드, 티 종류만 선택하면 포트 째로 따뜻하게 내오는 티와 함께, 비밀스런 살롱의 동화같은 티타임. 










저녁 시간, 동네 맛집 순례

저녁이 되니 턴다운 서비스를 위해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오셨다. 청소는 필요없다고 말씀 드렸더니 예쁜 엽서 세트와 시원한 물을 갖다 주셨는데, 오이와 스타아니스를 동동 띄운 상큼한 인퓨즈 워터가 일품이다. 


예전에도 리틀 인디아에 묵은 경험이 있지만, 인도인이 많이 밀집된 동네여서 이번에도 막연히 좀 두렵긴 했다. 하지만 당초 내 걱정과는 달리 베가본드가 있는 Syed Alwi 로드는 리틀 인디아에서도 유난히 중국계 식당이 많이 남아있는 중국인 거리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슬슬 동네주민 모드로 돌아다녀 보니 맛집이 너무나도 많은 것! 특히 호텔 대각선 방향에 있는 누들집은 24시간 운영하는데, 드라이 누들을 포장해와서 먹어보니 지금까지 먹었던 로컬 푸드는 또 뭔가 싶은 맛. 결국 이틀 연속 갈 수밖에. 







Epilogue

베가본드에서의 2박 3일을 우선 총평하자면 "하드웨어는 너무나도 훌륭한데 소프트웨어가 못 받쳐주는" 전형적인 신상 호텔 그 자체였다. 1950년대 아트데코 빌딩을 그대로 리노베이션한 호텔이라 거리의 소음이 거의 차단되지 않는 문제도 있고, 객실도 특급 호텔에 비해 좁은 편이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이 이를 보완해 주어서 시설에 큰 불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로케이션이 특이해서 나만의 여행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체크인에 이어서, 항공편 변경을 위해 콜센타에 급하게 전화를 걸려는데 사진 속 전화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빈티지 전화기가 분명 이 객실엔 어울리지만, 외부 통화가 되지 않아 직원 호출까지 해야 하는 불편한 전화기라면 디자인을 고집해야 할까? 직원이 달려와서 겨우 연결한 캐세이퍼시픽의 글로벌 콜센터는 수신자 부담 번호라 국제통화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분 남짓 통화를 했는데 2만원(!) 가까운 전화세를, 그것도 체크아웃하고 떠난 후에 사후청구한 건 솔직히 좀 너무했다. 


물론, 싱가포르 호텔이 유난히 융통성 없고 원칙 따지는 건 이미 잘 알지만, 솔직히 콘래드나 카펠라에서 같은 문제를 겪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처하진 않았으리라.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 하는 걸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현재도 종합 4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게스트가 좋은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상위권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호텔에서 서비스 문제는 어디까지나 Case by case이니, 참고만 하시길.    


호텔 베가본드는 중화권 호텔예약의 최강자, 씨트립에서 예약했다. 최근 씨트립이 싱가포르 호텔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 중인건, 현지 호텔리어들도 슬쩍 알려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프로모션 할인을 받을 때, 타사는 세전금액에서 할인되어 할인폭이 작지만 씨트립은 무려 최종 금액에서 할인이 된다. 현재 마스터카드 7% 할인 중이니 저렴하게 예약할 기회 놓치지 말 것. 호텔 베가본드 객실별 가격 자세히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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