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K/강의

2년간 여행 강의를 하면서 배운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by nonie 2015. 10. 27.
반응형









너무나 감사했던,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여행강의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블로그에 6개월차 초보 강사 시절의 단상을 남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으로 시간이 빠르다. 사실 한국에서 여행을 주제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나보다 여행을 많이 한 전문 여행가나 여행 블로거도 많고, 여행책을 쓰는 여행작가도 많다. 그런데도 서울과 경기 지역의 10개가 넘는 백화점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여행 관련 정규 수업을 하는 강사가 되었다는 게, 때때로 믿겨지지 않는다. 아마도 단순히 여행지 정보를 전달하던 기존의 여행 강의에서 벗어나 '직장인 여행글쓰기' '스마트 여행직구' 등 여행소비자의 달라진 눈높이를 고민한 결과에 감사하게도 운이 더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2년간 매달 수많은 새로운 수강생과 만나왔다. 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새로운 분들과 만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더욱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계절 학기제 특성상 분기마다 최소 40~50명부터 많게는 70~80명의 신규 수강생과 만나게 된다. 종종 나가는 전국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대형 강의에서는 매회 50~1백여 명의 새로운 분들이 내 블로그와 모바일 채널을 새롭게 알게 된다. 강의로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도 평생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웠을 분들이, 내게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시거나 카카오스토리로 질문을 해 오신다. 


그래서 여행기자나 여행 블로거 시절엔 아예 몰랐던, 오프라인 네트워킹의 위력을 점점 더 피부로 느끼고 있다. 홍보 하나 없이 수업 시간에 입소문으로만 알린 카카오스토리 '히치하이커'는 구독자가 6,700명을 넘었고, 블로그가 아닌 카스 자체의 파워 만으로 홍콩 최대의 쇼핑몰 IFC와 콜라보레이션을 유치했다. 관련 글은 브런치에.


겨우 3~4명이 빈 교실을 채우던, 초보 시절이었다. 추천 여행지, 스마트폰으로 여행하기 등 몇 가지 여행특강을 매주 하고 있었는데, 한 중년 여성분이 열정적으로 모든 수업에 오셔서 폭풍 질문을 하셨다. 앞으로 다른 수업을 열면 개인적으로 연락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시며. 그러더니 다음 학기 여행글쓰기 수업에도 오시고, 개인적으로 오픈한 글쓰기 심화반도 오셨다. 1년 정도가 지나자 같은 직장의 동료 분들에게 소문을 내셨다. 얼마 전 열린 스마트 여행직구 개인 수업에서는 결국 강의장 의자가 모자라 매번 의자를 구해와야 했다. 이제 강의실 빌릴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내 컨텐츠에 큰 신뢰를 갖고 초창기부터 나의 성장을 지켜봐 오신, 열정적인 몇몇 수강생 분들 덕분이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것과, 좋은 여행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다.


 

모두가 자신의 여행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2년간 여행작가 강의를 하면서 매번 지켜온 원칙이 있다. 모든 수강생이 적어도 4주간은 자신의 스토리를 하나쯤은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수많은 여행기에 하나 더 보태는 여행기가 아니라,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반드시 찾아내는 것이 내 수업의 가장 큰 과제였다. 이를 어려워하는 수강생도 정말 많았다. 매주 제출하는 과제를 읽다 보면, 대체로 80%의 데스티네이션과 체험 내용이 똑같다. 특히 교토 도보여행과 스페인 댄스공연 관람, 대만 지우펀 찻집 등이 대표적인데,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매번 같은 여행기가 학기마다 꼭 튀어나온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돈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가이드북과 파워블로그에 소개된 '본전 찾는' 일정이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아주 가끔,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직업을 갖고 살고 싶은 이들도 나를 찾아온다. 그런 친구들과 조금 깊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 이 친구들이 정말 진심으로 여행을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느낀다. 여행 그 자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걸 내 인생에 뭔가 중요한 걸로 만들고 싶다. 그러다 보니 방황이 길어진다. 현실과 꿈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여행 관련 직업이나 미디어를 운영하며 느낀 것은, 여행 자체를 즐기기만 하면 죽도밥도 안된다는 것. 여행이 더이상 본인의 취미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라는 걸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 속에서 돈이 어디서 어디로 돌고 도는지를 이해하는 통찰력은 필수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여행 산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그속에서 무슨 가치창출을 할 것인지, 누구와, 혹은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할지는 알기 어렵다. 책을 낼까? 온라인 미디어를 만들까? 여행 다니면서 글도 써볼까? 영상도 찍어볼까? 근데 세상엔 쉬운 게 하나도 없고, 고민은 늘 제 자리다. 여행 산업에 관한 리포트는 브런치로도 조금씩 하는 중인데, 내년에는 여행 컨텐츠 메이커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강연도 본격 준비하려고 한다. 







여행 강의의 또다른 시작, 여행영어와 방송

여러 차례 블로그와 강의를 통해 밝혔지만, 새롭게 영미권 여행을 위한 여행영어 수업을 곧 런칭한다. 사실 준비는 오래 전부터 했지만 방향성이 고민이었다. 왜냐면 기존의 여행영어 컨텐츠가 너무 많고, 특히 기존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의 예상가능한 컨텐츠는 싫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여러 제안을 고사하고 기존 커리큘럼도 갈아엎고 고심하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힌트를 얻었다. 역시 강의 중에 수강생들이 현장에서 주신 아이디어다.  


얼마전 종강한 스마트한 여행직구 클래스는 항공과 호텔을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구할 수 있는 고급 실전기술을 전달한다. 이 수업에서는 메일로 현지에 뭔가를 요청하는 노하우를 몇 가지 알려드렸는데 그 예문과 용어도 수업에 넣어달라고 하시는 거다. 무릎을 탁 쳤다. 역시 실제 여행자의 의견을 꼼꼼히 반영해야 차별화된 수업이 나오는구나. 왜 여행영어는 무조건 말하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실제로는 나부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데.   


그래서 지난 2년간 착실히 기반이 닦여진 '스마트 여행법' 수업에 여행영어 실전팁을 잘 얹은, 특히 3040 럭셔리 자유여행에 전문화된 영어 수업이 곧 탄생한다. 이번에 미국 3개 도시에서 1달간 촬영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롭게 커리를 만들고, 12월에 첫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방 거주 분들께 온라인 강의나 팟캐스트 방송 등의 요청이 꾸준히 있었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의에 직접 오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컨텐츠를 편안하게 전달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길.:)




반응형

댓글